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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계약 기간 끝나도 가맹본부가 갱신 거절하면 위법?

'정당한 사유' 여부가 핵심…우월적 지위에 있는 가맹본부와 대규모유통업자 임무에 무게

2020.09.21(Mon) 11:00:56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 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지난 7월 31일 자 개정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부여해 최대 4년의 계약기간(최초 계약기간 포함)을 보장했다. 계약자유의 원칙과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주거 안정의 문제가 워낙 심각해서였는지 별다른 수정없이 원안대로 개정법이 통과됐다.

 

그런데 계약갱신을 통해 장기간의 계약 기간을 보장하는 조항은 다른 법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상가임대차보호법과 가맹사업법은 모두 임차인과 가맹점(점주)에게 계약갱신 요구권을 부여해 최장 10년의 계약 기간(최초 계약 기간)을 보장한다. 대규모유통업법에는 명시적인 조항이 없으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직매입 표준계약서에는 ‘계약 기간 만료 1개월 전까지 별도의 의사표시가 없다면 본 계약이 갱신된다’는 자동갱신 조항이 있다.

 

최근 대법원이 법상 보장된 계약 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도 가맹본부가 정당한 사유 없이 갱신을 거절한 것은 위법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해 주목된다. 부동산계약서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비즈한국 DB


계약갱신을 통해 계약 기간이 연장된 경우라면 일방 당사자가 계약관계를 종료하는 것은 계약의 중도해지가 된다. 따라서 법률상 또는 계약상 정당한 해지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가맹본부와 대규모유통업자가 정당한 해지 사유 없이 계약관계를 종료하면(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한다. 사안에 따라 공정위로부터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한 행정상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정당한 해지사유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홈플러스는 용역업체 직원이 절취한 금액이 계약에서 해지사유로 정한 금액(10만 원)을 초과한다고 보고 계약을 중도해지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2018가합504970 판결은 절취금액이 계약상 해지사유에서 규정한 금액을 초과한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를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홈플러스에 해지 이후 잔여기간 동안의 용역대금을 지급할 것을 명했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가맹본부와 대규모유통업자가 계약을 중도해지하는 것은 많은 부담이 있다. 가맹점과 납품업자 등에게 과실이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계약을 중도해지하기보다는 법상 보장된 계약 기간까지 기다렸다가 계약관계를 종료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법상 보장된 계약 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도 가맹본부가 정당한 사유 없이 갱신을 거절한 것은 위법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해 주목된다(2019다289495).

 

호식이두마리치킨(위 판결과 관련된 기사에서 언론이 특정한 가맹본부의 브랜드에 따른다)은 간장치킨 조리 시 조리용 붓을 사용하지 않고 분무기를 사용해 간장소스를 치킨에 도포한 것은 가맹본부의 중요한 영업방침인 조리 매뉴얼을 위반한 것이고, 이와 관련된 가맹본부의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맹점에 대하여 계약갱신을 거절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조리 매뉴얼에 간장소스를 ‘붓을 이용해’ 바른다고 명시돼 있지 않으므로 가맹점이 조리 매뉴얼을 고의로 어겼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가맹점은 한 지역에서 약 12년에 걸쳐 영업해오고 있었기에 계약갱신이 거절될 경우 상당한 손해를 입을 것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가맹본부의 계약갱신 거절은 가맹본부가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부당하게 가맹계약 개신을 거절한 것으로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은 간장치킨 조리 시 조리용 붓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맹점에 대해 계약갱신을 거절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조리 매뉴얼에 해당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고, 가맹점이 매뉴얼을 고의로 어겼다고 보기 어려워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사진=호식이두마리치킨 홈페이지


위 대법원 판결은 설령 법상 보장된 계약 기간이 만료됐다고 하더라도 그 후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갱신을 거절한다면 위법이라는 내용이다. 따라서 가맹사업, 대규모유통업법 등 계속적 거래 관계에 있는 사업 분야에서 많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와 같은 결론은 특별한 내용이 아니다. 공정거래연합회가 작성한 공정거래 준법지침서는 거래중단의 절차에 관해 ‘거래중단 시 명확한 사유(품질, 납기지연, 부정 연루 등)가 있어야 하고 향후 분쟁에 대비하여 명확한 증빙을 확보하여야 하며, 거래중단의 상대방(협력사)에게 소명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통상 가맹본부와 대규모유통업자는 법무팀을 상시 운영할 만큼 대기업이거나 거래 상대방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안에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계약중단(종료) 절차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나,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한편 위 판결 사안에서 가맹점은 2016년 공정위 서울사무소에 불공정거래행위로 신고했으나 2017년 무혐의 통지를 받았다. 이에 대구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4년이 지난 2020년 7월 23일이 되어서야 대법원의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법원은 법 해석에서 보수적인 관점을 고집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러나 위 사건에서만큼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조사·규제를 설립목적으로 두고 있는 행정관청보다 전향적인 판단을 했다는 점에서 매우 이채롭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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