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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겨울 장흥 여행① 소등섬 일출 보고 '장흥 삼합' 즐기기

아는 사람만 아는 해돋이 명소…한우·키조개·표고버섯 '장흥 삼합'에 굴도 별미

2021.01.05(Tue) 10:32:18

[비즈한국] 신축년 새해 첫 일출을 집에서 맞았다면, 조금 늦은 해돋이 여행은 어떨까. 사람들 붐빌 염려도 없는 숨은 일출 명소로 말이다. 탐진강 맑은 물이 흐르는 전라남도 장흥은 ‘아는 사람만 아는’ 일출 명소다. 장흥 남포마을 앞바다, 썰물 때는 걸어서 갈 수 있는 소등섬 뒤로 떠오르는 아침 해는 한 폭의 그림이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장흥 바다가 키워낸 향기로운 굴구이와 한우에 키조개 관자, 표고버섯을 더한 ‘장흥 삼합’은 겨울 여행의 맛을 더한다. 

 

숨은 일출 명소로 조금 늦은 해돋이 여행은 어떨까. 전라남도 장흥 남포마을 앞바다, 썰물 때는 걸어서 갈 수 있는 소등섬 뒤로 떠오르는 아침 해는 한 폭의 그림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전설을 품은 일출 명소, 소등섬과 남포마을 

 

서울의 정동쪽 끝에 정동진이 있다면 정남쪽 끝에는 장흥이 있다. 그래서 장흥을 ‘정남진’이라고 부른다. 행정구역상의 명칭은 전라남도 장흥군. 동쪽으로 보성군, 서쪽으로 강진군·영암군, 북쪽으로 화순군에 접하고, 남쪽으로 다도해에 면하며, 득량만을 사이에 두고 고흥반도와 마주하고 있다. 서울 근교 유원지인 경기도 양평시 장흥면과 헷갈리지 마시길.

 

장흥 소등섬은 먼 바다에 고기잡이를 나간 남편이나 가족의 무사귀환을 위해 호롱불(소등)을 밝혀 놓았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이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바닷속 용이 승천하지 않고 섬 주변을 휘감고 영원히 머물러 있다는 전설도 더해졌다. 그림 같은 풍광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갯마을의 팍팍한 삶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소등섬은 하루에 두 번, 바다가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 썰물 때는 소등섬으로 이어지는 바닷길이 드러나 5분만 걸으면 섬에 닿을 수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소등섬 당 할머니 상. 전설에 의하면 할머니가 꿈에 나타나 제사를 지내주면 마을의 재앙을 막아주겠다고 했다. 이후 정월보름에 당제를 지내게 되었고 마을에 사고가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사진=구완회 제공

 

섬이 잘 보이는 남포마을 언덕에는 ‘소등섬의 빛’이란 조형물이 등대처럼 우뚝 서 있다. 소등섬은 하루에 두 번, 바다가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 썰물 때는 소등섬으로 이어지는 바닷길이 드러나 5분만 걸으면 섬에 닿을 수 있다. 섬 안에는 기도하는 당 할머니 상과 재단, 소등섬 유래비 등이 있다. 

 

소등섬을 마주보는 남포마을은 오랜 역사와 깊은 문화, 독특한 생태를 품은 곳이다. 이곳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대략 1천 년 전쯤. 마을 좌우를 성처럼 둘러싼 대나무숲 덕분에 죽포(竹浦)로 불리다가 일제강점기에 군사기지로 쓰이면서 남포(南捕)로 바뀌었다. 

 

한적한 어촌 남포마을은 장흥 출신 이청준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사진=구완회 제공

 

한적한 어촌마을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탄 것은 장흥 출신 이청준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부터. 영화는 대부분 남포마을에서 촬영되었고 실제 마을 사람들도 단역으로 많이 참여했단다. 영화에 나왔던 마을 길을 거닐며 ‘축제’의 모티브가 된 우리네 장례문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다 출출해지면 장흥을 대표하는 남포마을 굴구이를 맛보는 것도 좋다. 

 

#한우와 키조개, 표고버섯이 어우러진 장흥 삼합

 

장흥의 특산물은 자연의 선물이다. 남포마을의 굴이 맛있기로 유명한 것도 독특한 자연환경 덕분이다. 남포마을 앞바다는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굴이 자라기에 적당하지 않다. 그래서 굴도 크게 자라지 않는다. 대신 영양분이 농축되어 단맛이 강하고 향이 진하다. 덕분에 남포마을의 굴은 꿀처럼 달고 맛있다. 

 

장흥의 으뜸 요리인 ‘장흥 삼합’도 그렇다. 맑은 숲에서 자란 표고버섯과 득량만 청정해역의 키조개, 부드러운 장흥 한우까지 함께 구워 먹는다. 입에서 살살 녹는 한우와 바다내음 가득한 키조개, 향긋한 표고버섯이 어우러진 맛이 일품이다. 

 

남포마을의 굴은 크게 자라지 않는 대신 영양분이 농축되어 단맛이 강하고 향이 진해 꿀처럼 달고 맛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장흥의 으뜸 요리인 ‘장흥 삼합’. 맑은 숲에서 자란 표고버섯과 득량만 청정해역의 키조개, 부드러운 장흥 한우까지 함께 구워 먹는다. 사진=구완회 제공

 

장흥 삼합 전문점 수십 곳이 모여 있는 정남진장흥토요시장은 장흥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이다. 2일과 7일로 끝나는 날에는 오일장이 서고, 토요일이면 장흥 전통의 버꾸농악 공연과 각종 풍물놀이까지 펼쳐지는 ‘주말 문화 관광형 전통시장’으로, 2015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관광의별’ 시상식에서 쇼핑 분야 관광의 별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남진장흥토요시장에서 장흥 삼합으로 배를 채웠다면 도보로 5분 거리인 ‘7080 벽화거리’를 걸어보자. 예전 장흥읍의 중심이었던 예양리와 기양리 일원에 1.8km 길이로 들어선 7080 벽화거리에는 곳곳에 그 시절 풍경을 벽화로 재현했다. 지금은 부모가 된 이들이 아이였을 때 먹었던 학교 앞 간식들, 지금과는 조금 다른 옛날 교실 풍경, 소독차를 따라다니던 모습 같은 그림들이 보인다. 그 중에는 뽑기나 쫀드기, 아폴로처럼 요즘 아이들도 좋아하는 것들도 있으니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을 듯하다. 

 

정남진장흥토요시장은 장흥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으로 장흥 삼합 전문점 수십 곳이 모여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이어지는 8090 슬램덩크 만화 거리는 1990년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만화의 고전으로 남은 일본 만화 슬램덩크를 모티브로 삼았다. 아이와 공통의 대화 소재로 만화만 한 것도 없을 것이다. 부모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날 듯하다.

 

<여행메모>

 

소등섬

△위치: 전라남도 장흥군 용산면 상발리 산 225

△문의: 061-863-0018(남포마을회관)

△운영 시간: 24시간, 연중무휴

 

남포마을 

△위치: 전라남도 장흥군 용산면 남포길

△문의: 061-863-0018(남포마을회관)

△운영 시간: 24시간, 연중무휴

 

정남진장흥토요시장 

△위치: 전라남도 장흥군 장흥읍 토요시장3길 15

△문의: 061-864-7002(토요시장 상인회)

△운영 시간: 매주 토요일 09:00~16:00, 5일장은 2일과 7일

 

7080 벽화거리

△위치: 전라남도 장흥군 장흥읍 예양리, 기양리 일원

△문의: 061-860-5771(장흥 관광 안내)

△운영 시간: 24시간, 연중무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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