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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조선 왕들 모신 종묘에 왜 고려 공민왕이 있을까

유교 최고덕목 '효' 태조가 궁궐보다 먼저 지어…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광해군이 복원

2020.11.18(Wed) 09:36:37

[비즈한국] ‘전하, 종묘사직을 보존하시옵소서!’ 사극에 등장하는 신하들의 단골 멘트에 나오는 종묘는 조선 역대 국왕들의 혼을 모신 곳이다. 조선의 국왕은 죽어 몸은 왕릉으로, 혼은 종묘로 간다. 조선의 건축물 중 가장 신성한 공간,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에서 사색하는 가을 산책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종묘는 조선 역대 국왕들의 혼을 모신 곳이다. 종묘의 중심 건물인 ‘정전(正殿)’에 조선 국왕들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종묘의 중심 건물, 정전

 

조선왕조 5백 년을 지배했던 유교의 최고 덕목은 ‘효’. 그러니 조상의 신주는 ‘신주단지 모시듯’ 해야 했고, 왕의 신주를 모신 종묘는 궁궐보다도 훨씬 중요한 건축물이었다. 그리하여 종묘는 토지신과 곡식신을 모신 사직과 함께 ‘종묘사직’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전하, 종묘사직을 보존하시옵소서’라는 사극의 단골 멘트로 등장하게 되었다. 조선사회에서 종묘사직(줄여서 ‘종사’)이란 곧 국가와 동의어였다. 

 

태조 이성계가 본인이 살 궁궐보다 먼저 지은 것이 바로 종묘요(물론 둘 다 같은 해에 완공되긴 했다),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선조가 가장 먼저 챙긴 것이 바로 종묘에 모셔 놓았던 신주였다(덕분에 현재 종묘에 모셔진 신주들은 모두 ‘진품’이라고 한다). 

 

종묘의 중심 건물은 정전이다. 원래 ‘정전(正殿)’이란 왕이 만조백관의 조회를 받는 건물을 가리키는 일반명사다. 그래서 경복궁의 정전은 근정전, 창덕궁은 인정전, 창경궁은 명정전이라는 고유명사로 불린다. 그런데 종묘의 정전은 그냥 정전이다. 그 안에 태조를 비롯한 조선 국왕들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는 상상을 하지 않아도, 100m 넘게 쪽 뻗어 있는 장중한 건물이 주는 위엄이 ‘정전’이란 이름과 잘 어울린다. 이곳에 사방 불을 밝히고 장엄한 음악, 춤과 함께 밤새워 엄숙한 의식에 따라 제례를 올리면, 거기에 참여한 만조백관들은 모두 왕실에 대해 두렵고 공경하는 마음이 솟아났을 법도 하다. 

 

정종·문종·​단종 등 정전에 봉안되지 않은 조선 역대 왕과 왕비, 조선 태조의 선대 4조의 신위는 영녕전에 모셔졌다. 사진=구완회 제공

 

하지만 정전이 처음부터 이렇게 장엄한 모습은 아니었다. 처음 태조가 종묘를 세웠을 때는 현재 건물의 절반도 안 되는 크기였다고. 그것도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불에 타버렸지만, 광해군 때에 다시 복원했고, 그 후로 돌아가신 왕이 늘어나면서 건물 또한 계속 증축하여 지금에 이르렀단다. 그래서 정전 지붕을 자세히 보면 증축한 시기에 따라 색깔이 조금씩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서쪽 끝의 태조부터 동쪽 끝 순종까지 이곳에 모셔진 조선국왕과 왕비의 신위는 모두 49위다. 그런데 신실은 19개니, 하나의 신실에 한 쌍의 신위가 기본이지만, 둘 이상을 모신 신실도 있는 것이다. 

 

#종묘에 공민왕 신당이 있는 까닭은?

 

제례에 바칠 향과 축문 등을 보관하던 향대청은 종묘 건물 중 유일하게 내부까지 개방하고 있다. 여기에는 각종 제기뿐 아니라 종묘제례의 절차를 설명하는 안내문과 그림들도 전시 중이다. 망묘례에서 망예례까지 이어지는 종묘제례의 절차는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크게 세 가지, 신을 맞이하고, 신에게 제물을 베풀고, 신을 보내는 부분으로 구성된다. 구체적인 이름과 절차는 한번 쓱 보고 넘어가시실. 대충 이런 식으로 제례가 진행된다는 것만 파악하면 성공이다. 

 

향대청은 제례에 바칠 향과 축문 등을 보관하는 곳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종묘 답사의 진짜 마지막 코스는 향대청 뒤쪽의 공민왕신당이다. 우선 드는 의문 하나. 공민왕이라면 고려의 왕인데 왜 조선의 종묘에 신당이 있을까? 여기에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옛날 태조가 처음 종묘를 지을 때, 갑자기 돌풍이 불더니 그림 하나가 떨어졌단다. 그게 바로 공민왕과 왕비인 노국공주의 영정이었다고. 그래서 논의 끝에 이곳에 공민왕 신당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기울어가는 고려의 국운을 되살리기 위해 개혁을 추진했던 공민왕. 하지만 기득권 세력이 아닌 신돈을 주축으로 한 개혁은 결국 실패하고, 공민왕 자신은 살해당하고 만다. 이때 고려는 실질적으로 망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마도 굳이 공민왕의 영정을 이곳에 모시고 신당을 지은 것은, 조선이 고려의 정통성을 잇는 국가임을 백성들에게 알리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종묘에서 조선 국왕들과 함께 조선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공민왕의 심정은 어땠을까? 지금부터 꼭 100년 전인 경술국치일에 태조와 함께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 법도 한데….

 

종묘제례는 왕조의 조상에게 지내는 제사로, 종묘제례 및 제례악은 2008년부터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관리되고 있다. 현재 매년 5월 첫째주 일요일과 11월 첫째주 토요일에 봉행되고 있으며, 전날 공민왕신당에서 제향을 한다. 사진=문화재청 종묘관리소

 

<여행메모>


종묘 

△위치: 서울시 종로구 종로157

△문의: 02-765-0195

△이용시간: 평일 시간제 관람 09:20, 10:20, 11:20, 12:20, 13:20, 14:20, 15:20, 16:20, 17:00(17시는 3월~9월만 운영), 주말 자유 관람 09:00~17:30(11월~1월), 09:00~18:00(2월~5월, 9월~10월), 09:00~18:30(6월~8월)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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