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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기시험에 AI까지…" 간병인 플랫폼의 놀라운 변신

정보 비대칭적 간병 시장 해결 움직임…플랫폼 역할은 한계, 병원·정부 노력 병행돼야

2021.05.21(Fri) 10:58:35

[비즈한국] 서류, 필기시험, 면접을 거친다. 인성 검사를 치르기도 한다. 합격하기는 꽤 까다롭다. 모든 과정을 통과하면 교육을 받은 뒤 본인과 잘 맞는 업무에 투입될 때를 기다려야 한다. 일을 시작하면 매일 보고서도 제출해야 한다. 일반 기업의 공채 전형이 아니다. 간병인들이 선발되는 과정이다.

 

간병인 중개 플랫폼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필기시험을 도입하고 인공지능(AI) 기술과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환자가 원하는 간병인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도 공을 들인다. 신뢰할 수 있는 간병인을 원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수요를 맞추려는 목적이다. 다만 간병인 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의료기관과 정부 노력이 함께 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필기시험, 인성 검사에 AI, 데이터 기술까지 동원

 

간병인 중개 플랫폼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간병인을 원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수요를 맞추려는 목적이다. 사진=케어한하루 홈페이지 캡처


지난 3일 간병인 중개 플랫폼 코드블라썸이 출시한 베타 서비스 ‘케어한하루’는 간병 매니저에 지원하려면 필기와 심층 면접을 거치도록 했다. 필기에서는 가능한 술기, 다뤄본 환자와 간병 유형 등을 물어보고 간병 지식에 대한 객관식‧주관식 시험을 치른다. 면접에서는 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의사소통방식에 대한 평가가 중점적으로 이뤄진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지원한 간병인 중 약 20%만 관문을 넘었다. 선발된 간병인은 하루 동안 교육을 받는다. 어떻게 환자를 돌봐야 하는지, 간병인이 하면 안 되는 행위는 무엇인지, 환자와의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교육의 주된 내용이다. 이후 플랫폼에서 환자의 상태와 요구사항에 적합한 간병인을 환자에게 추천해준다. 대체로 플랫폼이 추천한 대로 연결이 성사된다고 한다.

 

또 다른 플랫폼 유니메오 ‘좋은케어’는 환자 및 보호자가 원하는 최적의 간병인을 찾아주기 위해 AI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니메오 관계자는 “경증 환자를 잘 다루는 사람, 암 환자 돌봄 경력이 있는 사람 등 간병인도 여러 갈래로 분류할 수 있다. 간병인이 특히 원하는 환자들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점들을 추적해 자동으로 연결해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어네이션은 환자와 간병인을 자동으로 매칭해주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한다. 환자의 질병, 성별, 기저 질환, 선호지역 등을 축적해 분석한 데이터 랩을 4월 구축했다. 간병인 선발 절차가 간단한 대신 24시간 자동 간병인 매칭 시스템이 운영된다. 5단계 검증 시스템을 시장에 처음 도입한 케어닥은 간병인 등 돌봄 종사자의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난 13일 시작했다.

 

환자와 간병인을 자동으로 매칭해주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는 업체도 있다. 환자의 질병, 성별, 기저 질환, 선호지역 등을 축적해 분석한 데이터로 간병인을 24시간 매칭한다. 사진=케어네이션 홈페이지 캡처


#정보 비대칭적 간병 시장 해결, 간병인 처우 개선할지도 주목

 

이러한 간병인 매칭 플랫폼의 시도는 긍정적이라 볼 수 있다. 기존에는 환자나 보호자들은 병원에서 소개해주거나 직접 알아본 파견업체에 문의해 간병인을 구했다. 따라서 지극히 공급자 중심이었다. 수요자인 환자와 보호자는 간병인에 대한 충분한 정보 없이 돌봄을 맡겨야 했다.

 

간병인과 환자 간 소통도 원활해질 수 있다. 간병인 대부분은 조선족인데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김민식 코드블라썸 대표는 “소통이 안 돼 답답해하는 보호자들이 꽤 있다. 면접에서 환자를 대하는 태도나 의사소통능력을 평가해 환자와 보호자가 만족할 만한 간병인을 선정하려 하고 있다”며 “갈등이 생기면 플랫폼으로 먼저 연락하라고 안내한다. 비효율적이기는 하지만 중간에서 플랫폼이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간병인의 처우도 개선된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에는 간병인들도 본인이 잘 다루지 못하는 환자를 돌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면, 앞으로는 본인이 원하는 환자를 책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간병인 역시 말이 어눌한 환자를 돌보며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한 업체는 AI 기술을 활용해 환자의 언어를 분석해 환자가 원하는 요소를 간병인이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보다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보호자와의 사전 신청서 작성으로 필요한 업무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재병 케어닥 대표는 “간병 행위는 정식적인 노동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 보니, 간병인에 대한 업무 범위나 가이드라인도 명확하지 않았다. 플랫폼은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과 보호자의 요구사항을 잘 전달하고 간병인의 기본 돌봄 지식을 채워주는 데에 역할이 있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표준 가이드를 만들어 간병 서비스 품질 향상에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역할 한계 있어…병원 노력과 간병인 제도화 병행돼야

 

플랫폼이 간병인과 간병 서비스를 받는 소비자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담당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플랫폼이 간병인과 간병 서비스를 받는 소비자 사이에서 긍정적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간병인 문화를 해결하기엔 플랫폼 서비스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우선 실제 의료 현장에서 간병인의 의료행위를 근절하기가 어렵다. 플랫폼에서 ‘의료행위는 금지한다’고 간병인을 교육해도, 여전히 병원에서는 석션(기도에 막힌 이물질을 빨아들이는 치료)·대소변줄 교체·​각종 투약행위·​상처부위 소독 등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간병인을 원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의사나 간호사가 앞서의 의료행위를 하지 않는 게 관습처럼 굳어진 수많은 병원에서 간병인이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인 플랫폼 입장에서도 수익 창구인 병원과 환자에 ‘우리와 계약한 간병인에게는 의료행위를 시키지 마라’고 고집하기도 애매하다. 누가 의료행위를 하느냐는 상관없이 돌봄만 잘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환자 및 보호자들도 적잖다. 때문에 플랫폼도 일단은 의료행위 경험이나 지식이 있는 사람을 뽑게 된다.  

 

업체 관계자는 “플랫폼의 역할은 신호등이 빨간 불일 때 건너면 안 된다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빨간 불에 건너는 사람들을 모두 막을 수는 없다. 결국 현장의 체계나 지원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들은 “간병인의 의료행위가 불법이지만 암암리에 허용하는 이유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플랫폼은 물론 의료기관과 정부의 노력이 함께 가야 한다”, “간호사 인력난 해결 등이 같이 해결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결국 근본적으로는 간병 제도화를 통해 돌봄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간호 인력이 입원환자를 직접 돌보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하고, 간병인의 법적 자격을 만들어 간호사와 간병인 등의 역할을 분리하는 등의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플랫폼을 이용하기도 부담인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해 간병비를 건강보험 영역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간병인 제도화 외에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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