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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ONF 김하늘③]내가 가진 콘텐츠 '쌀'은 어떻게 브랜드가 되었나

콘텐츠는 내가 팔고 싶어 고객을 찾아가는 것…브랜드는 고객이 사고 싶어 스스로 찾아오는 것

2021.11.09(Tue) 14:35:44

[비즈한국] 어느 날이었다. 충남 광천의 한 정미소에서 정미 과정을 배우고, 소머리국밥집에서 막걸리 한잔을 걸치고 한창 기분이 좋아질 무렵이었다. 지인에게 얻어 심은 품종의 쌀을 어디로 어떻게 팔아야 할지 모르던 농부를 만났다. 골든 퀸 3호라는 향이 나는 쌀이었다. 이 품종은 구수한 누룽지 향이 나는 품종이다. 쌀알의 상태를 보아하니 깨지거나 금이 간 것이 많았다. 모양은 완전하지 않은 것뿐 가공하기엔 문제없었다. 

 

“떡으로 뽑아서 제가 다 팔아드릴게요.”

 

음주로 인한 객기였다. 해당 품종은 도정한 시간이 지날수록 향이 약해지기 때문에 당장 실행에 옮겼다. 광천에서 소문난 떡 공장을 수소문해 구했다. 가래떡으로 뽑았다. 공장장도 나도 처음이었다. 멥쌀과 찹쌀 구분만 있는 떡 공장에 품종, 향, 찰기 등 어쩌고저쩌고 말이 많은 주문이었다. 갓 뽑은 가래떡에서 구수한 누룽지 향이 올라왔다. 페이스북에 올렸다. 선착순으로 모집한 다섯 명에게 가래떡을 돌렸다. 대부분 아이를 둔 여성이었다. 향, 식감, 염도, 포장, 배송 등 꼼꼼한 리뷰를 받았다. 평도 좋았다. 팔아 보기로 했다. 10개나 팔 수 있을까? 묵은쌀로 만든 떡에 익숙한 사람들이 이 시도를 알아줄까? 기꺼이 이 가격을 지불할까? 지인 홍보와 판매는 하지 않았다. 결과를 의도하고 싶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평가가 간절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2kg 단위의 가래떡 350박스를 이틀 만에 모두 판매했다. 첫 판매였다.

 

주문자 모두에게 떡을 한 봉지씩 더 넣어드렸다. 미워서가 아니라 고마워서. 사진=김하늘 제공

 

“가래떡계의 에르메스네요!”

 

‘이토록 사치스러운 가래떡이라니, 당신이 패리스 힐튼이냐, 이건 가래떡계의 에르메스 아닌가요?’ 라는 댓글이 달렸다. 이후 ‘떡르메스’, ‘가래메스’ 등 재미있는 별명이 달려 구전되었다. 그저 재미있었다.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떡을 먹으며 쌀 품종을 말한다는 것이었다. 고객이 되어준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경쾌한 농담을 던지며 기꺼이 떡 친구가 되어준 그들에게 ‘먹는 재미’를 주고 싶었다. 어른 아이 모두 좋아하는 버터와 조청을 별도로 넣었다. 떡의 진한 향과 천일염의 보이지 않는 쓴맛이 충돌해 생기는 문제는 프랑스 게랑드 소금으로 해결했다. 품질은 점점 올라갔고 반응도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이후 동일 품종의 현미 쌀로 현미 가래떡을, 밥보다 시루떡에 알맞은 ‘안백’품종으로 무시루떡을, 지역 맛집과 연계해 소머리떡국 키트를 판매했다. 안정적인 매출도 중요했지만 다양한 시도가 더 중요했다. 자취 중인 딸내미의 아침을 챙겨주고 싶은 엄마의 소망에, 밀가루를 못 먹는 아들에게 더 건강한 간식을 주고 싶은 엄마의 바람에, 우리 집 소머리국으로 떡국을 끓이면 맛있다는 사장님의 말씀에 반응하고 마땅한 시도를 하며 가능성을 맛보는 게 더 중요했다. 그 가능성에 기꺼이 움직여준 충남 광천의 지역민에게 보답하기 위해, 그 지역 보육원 친구들과 가래떡을 나눠 먹었다. 음식에도 사회적 계층이 있다는 경험과 생각에 대한 소회를 푼 셈이다. 같은 맥락으로, 입맛 소양과 취향을 쌓고 있는 그들과 함께 맛있는 한 입을 선물하고 싶었다.

 

지역 맛집과 연계해 만든 소머리떡국 밀키트. 사진=김하늘 제공

 

우연이 찾아든 기회로 어떤 쌀이든 품종 특성을 잘 살려줄 수 있는 용도를 찾고, 그 용도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고, 고객에 니즈에 맞는 형태로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을 했다. 고객들은 쌀의 산지와 품종에 더 귀 기울이고, 가공품을 이루는 원료까지 들여다보게 되는 기회였다고 리뷰했다. 무엇보다 판매자인 나도 소비자인 고객도 모두 품종을 앞세워 말하는 문화를 만들었고 이것이 무형의 브랜드가 되었다.

 

“하늘씨는 콘텐츠에요.” “하늘씨는 브랜드에요.”

 

쌀 유통을 하겠다는 이야기에 돌아왔던 답이다. 브랜드는 무엇이고, 콘텐츠란 무엇인가. 나름의 정의를 해본다. 콘텐츠가 내가 팔고 싶은 것이라면 브랜드는 고객이 사고 싶은 것이며, 콘텐츠가 고객을 찾아가는 것이라면 브랜드는 고객이 찾아오는 것이리라. 

 

나의 콘텐츠로 고객에게 전한 경험이 브랜드의 콘텐츠가 되어 내게 돌아온다. 이렇게 바퀴가 굴러가듯 계속 순환한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이 나를 이토록 움직이게 할 줄 몰랐다. 어느새 실패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온 데 간 데 사라지고, 견고한 성공을 이루고 싶다는 긍정의 마음이 넘실거린다. 

 

쌀을 보챈다고 밥이 되지 않는다. 기다림도 과정이다. 하지만 그 기다림을 공백으로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한다. 라이스 큐레이션을 비롯한 여러 가지 시도를 할 수 있는 ‘라이스랩’을 준비 중이다. 생산 공정에 보다 밀착해 더 좋은 제품과 더 다양한 제품을 만들기 위함이다. 시행착오를 부지런히 겪으며, 콘텐츠와 브랜드의 교차로에서 고객을 기다리겠다.

 

김하늘 라이스앤컴퍼니 대표의 ‘My Story = A Brand Story’​ 강연은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21’​ 다시보기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김하늘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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