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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개물림 사고, '기질평가제'가 막을 수 있을까

공격성 높은 일반견 대상, 2022년 도입 예고…예방 보다는 재발 방지에 '초점'

2021.12.17(Fri) 17:06:57

[비즈한국] 2021년 5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산책하던 50대 여성이 개에 물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7월에는 경상북도 문경시에서 개 6마리가 60대 엄마와 40대 딸을 습격해 중상을 입히기도 했다. 소방청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개물림 사고’로 병원에 이송된 환자 건수는 1만 1152건. 하루 평균 개물림 사고가 6건에 달하는 셈이다.

 

개물림 사고에 의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정부에서는 '기질평가제'를 도입해 공격성이 높은 일반견에게도 맹견의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도입할 계획이다. 사진=박정훈 기자

 

계속되는 개물림 사고로 일각에서는 공격성 높은 견종을 안락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동물보호단체는 개물림 사고는 소유자의 책임이라며 안락사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된 대책으로 정부는 반려동물의 공격성을 평가하고 안락사를 결정하는 ‘기질평가제’를 2022년까지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공격성이 강한 일반견도 맹견에 준하는 의무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9월 30일 관련 내용을 다룬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질평가제, 맹견 범위 넓혀 사고 줄인다

 

기질평가제는 다양한 정보를 종합 분석해 동물의 공격성을 평가하는 제도다. 의무 평가 대상은 기존 맹견 5종을 포함해 동물이나 사람을 문 개와 지자체장이 공격성이 높다고 판단한 개다. 맹견 5종은 투견이나 경비견으로 쓰이는 공격성이 높다고 평가받은 품종이다. 평가는 지자체마다 수의사나 훈련사 등 전문가 3인으로 구성된 기질평가위원회가 한다. 

 

평가 절차는 정보 수집과 반응 테스트로 이뤄진다. 위원회는 견주로부터 2~3시간에 걸쳐서 개의 건강상태, 선천적 습성, 소유자의 통제능력 등의 정보를 수집한다. 또한, 위원회는 일상 생활에서 일어날 법한 다양한 상황에서 개들이 보이는 반응을 관찰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서 개는 소유자의 교육명령 및 전문가의 훈련명령을 받거나 맹견으로 지정된다. 개가 공공 안전에 위험하다가 판단되면 안락사 처분도 이뤄진다. 맹견으로 지정된 개는 지자체로부터 사육허가를 받기 위해 중성화 수술과 외출 시 입마개 착용이 의무다. 견주는 책임배상 보험을 가입하고 매년 교육을 3시간씩 받아야 한다. 

 

만약 맹견이 사고를 일으키면 견주 동의 없이 격리 조치된다. 사육허가도 철회된다. 이때 기질평가위원회 심의로 안락사 처분도 가능하다. 기질평가제는 개체별로 공격성을 판단한다게 핵심이다. 과거 견종으로만 공격성을 판단한 데에서 한 발 나아간 것. 개체별 평가로 소유자가 개의 공격성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개물림 사고에 어떤 책임이 있는지도 따져볼 수 있다.

 

독일의 반려견 기질평가제인 ‘베젠테스트’가 진행되는 모습. 사진=‘Anouk 558’​ 유튜브 채널 화면 캡처

 

#기질평가제, 시행착오 있겠지만 장기적 접근 필요

 

기질평가제는 아직 우리에겐 낯선 제도인 만큼 우려도 적잖다. 우선 사고 자체를 줄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사고가 발생해야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예방보다는 사후 처방 성격이 강하다. 장기적으로 책임감이 적은 견주는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기질평가 자체를 꺼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려견의 공격성을 사전에 확인하지 못하는 셈이다.

 

정부는 맹견의 범위를 넓혔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입장이다. 정희선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 사무관은 “예방을 위해서는 기질평가를 의무화해야 하지만, 이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기존 5종의 맹견이 아닌 일반견의 공격성도 평가하게 되는 만큼 개물림 사고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독일의 기질평가제가 참고할 만한 사례로 꼽힌다. 이혜원 동물자유연대 부속동물병원 원장은 “독일은 반려동물의 공격성이 높아 보이면 기질평가제를 받도록 이웃이 신고하기도 한다”며 “예방을 위해 신고 제도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공격성 판단 기준도 쟁점이다. 기준에 따라서 조치가 달라지고 최악에는 사고가 재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 사무관은 “가장 경계하는 상황이 개물림 사고가 재발하는 것”이라며 “공격성 판단 기준에 관한 구체적 계획은 없지만, 상당히 보수적으로 기준을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응 테스트 시기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개가 가장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에 평가가 이뤄지면 공격성이 다소 높게 측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 사무관은 “견주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개가 최근에 스트레스가 높아질 일이 있었는지도 확인할 예정”이라며 “이를 고려해 테스트 시기도 함께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려견의 온순함을 입증하는 자료로 기질평가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긍정적 예측도 나온다. 신주운 카라 정책팀장은 “본인 소유의 개가 공격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는 견주가 많지만, 그간 이렇다 할 인정받을 제도가 없었다”며 “기질평가제가 그 역할로서 이용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멀리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기질평가제가 예방 성격이 부족하긴 하지만, 소유자의 책무가 어디까지인지를 견주가 학습하도록 해 장기적으로는 개물림 사고가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유자가 개의 공격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내 개도 위험할 수 있다는 점, 개의 공격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소유자가 교육명령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점등이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잘 적립되지 않은 개념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기질평가제는 개물림 사고 예방보다는 재발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불행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견주의 인식 개선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사진=최준필 기자

 

#개물림 사고, 근본적인 해결책 없을까

 

기질평가제와는 별개로 정부가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요구의 목소리도 있다. 우선 소유자의 능력 이상으로 과도한 마릿수의 동물을 키우는 행동인 ‘애니멀 호딩’이 큰 문제로 꼽힌다. 쾌적하지 못한 생활환경이 계속되다 보면 공격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호딩으로 생겨난 학대를 막는 법은 있지만, 이는 해당 동물에게서 상해나 질병이 발견될 때만 적용되는 것이 문제다. 상해가 없더라도 공격성이 높은 반려동물을 위해 추가 애니멀 호딩 규제가 필요한 이유다.

 

펫과 에티켓의 합성어인 ‘펫티켓’ 캠페인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령 지나가는 사람에게 반려견이 달려드는 행동은 직접적 가해가 없더라도 충분히 정신적 피해를 줄 수 있다. 신주운 카라 정책팀장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목줄과 입마개 같은 펫티켓을 당부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며 “실제로 일어날 법한 세부적인 일들도 펫티켓에 포함해 알리는 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려견의 유통 실태도 문제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우리나라처럼 개를 쉽게 번식시키고, 싸게 거래하는 나라도 드물다”며 “생후 2~3개월도 안 된 강아지는 부모와 떨어지면서 공격성을 띄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유통 체계를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견주의 책임감을 기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대표는 “어느 나라의 어떤 제도 하에서든 개물림 사고는 발생한다”며 “핵심은 정부가 사고 관리 능력을 포함한 견주의 종합적인 자질을 확실히 하고, 자질이 되는 사람만 개를 기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웅배 인턴 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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