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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빅뱅크 "규제 형평성" vs 빅테크 "변화 수용" 격돌

금융당국, 빅테크 규제 완화 동시에 감독 강화…전문가 "중간적인 정책 목표 세워야"

2022.04.15(Fri) 15:36:18

[비즈한국] 금융사와 핀테크 중 누구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일까. 금융감독원이 올해 디지털 금융 감독의 방향을 산업 지원과 감시·감독 양쪽을 고루 강화하는 쪽으로 정한 가운데 기존 금융업계와 빅테크·핀테크 기업, 금융위원회의 온도차가 뚜렷하다.

 

지난 1월 2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플랫폼 간담회에 참석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금융당국이 디지털 금융 혁신과 감독을 모두를 강화하고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핀테크 숙원사업 ‘망분리 규제 완화’ 들어준 금감원

 

14일 금감원은 클라우드와 망분리 규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올 초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핀테크 업계와 만나 산업 육성과 지원을 약속한 만큼 금융당국이 업계 목소리에 귀 기울인 정책을 내는 모습이다. 핀테크 업계는 ‘규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지속해서 개선을 요구한 만큼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망분리란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내부 전산을 보호하기 위해 외부망과 내부망을 분리하는 보안법이다. 2011년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 2013년 3월 20일 금융사·언론사 전산망 마비 사태 등 몇 차례의 대형 금융사고가 일어난 이후 금융업계에 물리적 망분리(PC 2대 사용)를 도입하는 법안이 제정됐다. 

 

하지만 법안이 제정된 2013년 이후 디지털 신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망분리 규제가 핀테크 산업의 혁신을 약화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오픈소스 기반의 신기술을 적용할 수 없어 개발이 어려운 데다, 재택근무 등 회사 밖에서 업무를 보는 경우가 늘었는데 물리적 망분리가 이를 어렵게 한다는 이유다. 

 

금감원은 이번 망분리 규제 개선책으로 △개발·테스트 분야 예외 △비전자 금융업무와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망분리 예외 추진 △망분리 대상 업무 축소 등을 냈다. 더불어 고객 신용 정보나 계좌거래정보 활용 금지, 오픈소스 접속·활용의 내부기준 수립 등 사고를 막기 위한 보완 조치도 마련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개선안을 반영한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과 감독 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2023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디지털 금융업을 향한 감독을 강화했다. 금감원은 지난 11일 ‘IT 리스크 상시 감시 및 검사업무 운영 방향’을 발표했다. 중소형 금융회사와 전자금융업자(전금업자)가 디지털 금융상품을 출시하는 경우가 늘어나 상시 검사와 자체검사로 보안 감독을 확대한다는 취지다. 금감원은 2016년부터 자산규모 2조 원 이상의 대형 금융사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IT 리스크 검사를 해왔다. 

 

올해부터는 전자금융 업무를 보는 모든 금융사와 전금업자를 대상으로 IT 리스크 계량평가가 실시된다. 중소형 업체는 간소화한 계량평가 기준에 따라 자체평가를 해야 한다. 3월 기준 전금업자로 등록한 곳은 177곳으로 코레일,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11번가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에 적용된다. 금감원은 내부통제가 취약하거나 IT 사고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금융사·전금업자를 대상으로 테마 검사도 확대한다. 내부 통제 수준이 평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사고 위험이 높은 업체는 현장검사도 나설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비대면 금융 상품이 많이 나왔고 모바일 앱도 진화하고 있어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디지털 금융 업체가 늘어 효과적인 IT 리스크 관리를 위해 상시 검사를 도입했다. 테마 검사도 부분적으로 하던 것을 수시검사로 바꿨다. 업권별·회사별로 리스크 검사 역량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사고가 안 났더라도 내부통제의 취약점이 나오는 등 필요하면 현장에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IT 리스크 검사 확대를 두고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스타트업도 보안에 힘쓰는 추세다. 대형 빅테크는 이미 보안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에 평가를 해도 무리는 없을 거다. 다만 현장검사는 아무래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빅테크와 금융사가 함께 성장하는 ‘넓고 평평한 운동장’을 구축한다면서도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을 강조하는 등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들면서,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핀테크 업계의 목소리는 나뉜 채로 커지고 있다. 동일 기능 동일 규제란 은행 등 금융사와 빅테크 업체가 유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정책 기조다. 

 

금융사들은 “빅테크 업체가 금융업을 하면서 기존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빅테크 업계는 “서비스가 완전히 같지 않으므로 ‘동일 라이선스’ 혹은 ‘동일 리스크’를 기준으로 규제를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며 팽팽히 맞선다. 1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진행된 ‘디지털 금융의 패러다임 대전환을 위한 과제 토론회’에서도 양측의 대립이 부각됐다. 

 

#동일 기능 동일 규제 vs 동일 리스크 동일 규제

 

이날 패널로 참석한 추호현 카카오페이 금융정책실장은 “금융보다 더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는 곳이 의료계다. 그런데도 편의점에서 해열진통제를 판매하도록 허용했다는 건 시사점이 크다. 의료계는 동일 리스크에 동일 규제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도 변화를 수용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14일 열린 디지털 금융의 패러다임 대전환을 위한 과제 토론회.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핀테크 업체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린다. ​사진=한국핀테크산업협회


‘빅뱅크’인 기존 금융사의 입장은 달랐다. 홍명종 농협은행 부행장은 “규제 형평성은 금융권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다. 금융권은 금산분리 도그마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영위할 수 있는 사업도 제한적이다. 빅뱅크 입장에서는 빅테크가 부러울 때도 있다. 빅테크·핀테크는 주변에서 규제를 풀어주는 분위기도 있다”며 “제도 개선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디지털 혁신의 이익이 분명히 크겠지만 위험성과 불확실성이 높고, 대가 역시 사회적 비용이 크다. 제도를 추진할 때 쏠림 현상이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홍 부행장은 기존 금융사에 대한 규제 완화도 촉구했다. 그는 “전자금융법에 관해서는 논의가 활발하지만 전통적인 금융법 규제 완화는 관심이 덜한 것 같다. 은행 자회사 투자 범위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은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박주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과 과장은 “산업이 발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소비자 후생이다. 기울어진 운동장보다는 높아진 운동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해서 소비자 후생을 늘려야 한다”며 “금융사에 제약을 거는 이유는 사고가 생기면 회사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 미치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핀테크 기업도 판매중계 등 소비자는 상품을 잘 모를 수 있으니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고려하면 좋겠다. 산업 발전은 필요하지만 리스크 측면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금융위는 또 핀테크와 가상자산을 묶어서 보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는 전자금융업과 가상자산을 포괄하는 ‘디지털 금융 기본법’ 제정을 대통령직 인수위에 전달한 바 있다. 박주영 과장은 “핀테크와 가상자산이 같이 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러 측면에서 (두 산업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간적인 정책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소비자 보호 측면에선 동일 기능 동일 규제를 적용해야 하지만, 경제적인 효율성을 생각하면 동일 리스크 동일 규제의 원칙을 세우는 게 낫다”며 “핀테크 기업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자율규제기구를 마련하고 금융 플랫폼 사의 영업 행위 규율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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