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번개장터가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는 가운데 7500억 원 수준의 기업가치가 거론되며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만성 적자를 이어왔지만, 중고거래 수수료 도입을 통해 수익 구조를 안정화한 점이 재평가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이 같은 수수료 체계는 수익성을 높이는 동시에 개인 판매자 유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 성장 측면에서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번개페이 ‘양면’ 수익성 개선 vs 판매자 이탈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경영권 매각에 나섰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프랙시스)는 최근 씨티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원매자 파악을 위한 시장 수요조사를 진행 중이다. 프랙시스가 제시한 희망 매각가는 약 7500억 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2020년 인수 당시 기업가치(약 1500억 원)와 비교하면 6년 만에 몸값이 5배로 뛴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프랙시스가 상당한 투자 회수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본다.
번개장터의 가장 큰 약점은 ‘만성 적자’였다. 거래액은 늘었지만 수익 모델이 뚜렷하지 않아 2022년 영업손실은 390억 원대까지 확대됐다. 2023년에는 고정비 절감과 조직 효율화에 나서며 체질 개선을 시도했지만, 영업손실이 여전히 216억 원대를 기록했다.
전환점은 2024년이었다. 번개장터는 2024년 8월부터 모든 거래를 안전결제 서비스인 ‘번개페이’를 통해서만 진행하도록 의무화했다. 사실상 중고거래에 수수료 체계를 도입한 것이다. 판매자에게 3.5%의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수수료율을 6%까지 인상했다.
수수료 부과 과정에서 이용자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일부 헤비 유저 사이에서는 플랫폼 이탈 움직임도 감지됐다. 하지만 결제 수수료가 핵심 매출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실적은 개선됐다. 2023년 341억 원이던 매출은 2024년 448억 원으로 약 31%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216억 원에서 195억 원으로 축소됐다.
적자 구조는 이어지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수익 모델의 방향성이 분명해졌다는 점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이 실제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직후가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좋은 시점”이라며 “지금이 엑시트를 추진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참여 여부에 촉각…당근 경쟁 변수 될까
이번 매각과 관련해 기존 투자자인 블루런벤처스(BRV)와 신세계그룹 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들이 우선협상권을 보유한 만큼, 직접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블루런벤처스는 LG가(家) 사위 윤관 대표가 이끄는 투자사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신세계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로 그룹의 유통·리테일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 투자에 집중해왔다.
대기업 계열 투자사가 직접 인수에 나설 경우 번개장터는 자본력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서비스 고도화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일각에서 당근의 독주 구도를 흔들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신중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 당근이 구축한 하이퍼로컬(지역 밀착) 생태계의 네트워크 효과를 단기간에 넘어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가장 큰 걸림돌로는 번개장터 성장의 일등 공신이었던 ‘수수료’ 체계가 오히려 이용자 유입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 경쟁력의 핵심은 물건을 파는 ‘셀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수수료 무료인 당근과 달리 번개장터는 개인 판매자에게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번개장터는 이 때문에 전문 업자 중심의 플랫폼으로 체질이 변했다. 업자 중심 구조가 강화될 경우 장기적인 성장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근은 ‘지역 기반 생활 커뮤니티’ 확장 전략을 통해 이용자 기반을 빠르게 확보해왔다. 중고거래를 넘어 동네 생활 정보,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부동산 등 지역 내 활동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이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광고를 핵심 수익원으로 삼았다.
광고 기반 모델은 이용자 거래에 직접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당근은 2023년까지 적자가 이어졌지만 2024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도 3분기 누적 기준 흑자를 유지하며 2년 연속 흑자 달성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근 관계자는 “당근은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2025년 3분기까지의 실적은 이미 2024년 연간 성과를 상회하는 실적을 거뒀다”며 “이는 당근이 집중한 지역 광고 사업의 큰 잠재력을 증명하는 결과라고 본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번개장터가 수수료 중심 구조를 넘어 이용자 기반 확장과 플랫폼 매력도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익성과 이용자 확대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향후 성장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번개장터가 시장에서 얼마나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받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매각 논의를 진행 중인 곳은 없다”며 “좋은 성과로 시장의 관심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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