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운영사 스트리미)의 창업주인 이준행 전 대표가 고팍스 대주주인 바이낸스를 향해 ‘고파이 사태’의 피해액을 상환하라고 요구했다. 이 전 대표와 바이낸스는 법적 분쟁 중이다. 이 전 대표는 배임·횡령 혐의로 고소됐으나 최근 불송치 결정된 뒤 명예훼손·무고로 고팍스 전 대표와 바이낸스 관계자를 맞고소했다. 바이낸스는 얼마 전 올해 안에 고파이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는데, 1000억 원대 피해액을 상환하고 고팍스 인수를 마무리할지 주목된다.
이 전 대표는 11일 개인 SNS에 “3년 전 고파이 문제 해결을 위해 대표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바이낸스는 지금까지 상환을 지연하면서 무리한 고소를 통한 압박과 상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부당한 시도를 이어왔다”며 “대주주 지분율 조정이든 유상증자든 고파이 상환을 이행한 후 논의할 사항이다. 구체적인 집행 계획을 공개하고 즉시 상환하라”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그동안 고파이 상환과 관련해 언론에 인용된 바이낸스의 입장이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주식매매 계약상 고파이 피해금 전액 상환 의무가 있음 △상환용 자산 보유 시 코인 가격 상승과는 무관 △1차 상환에서 법정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을 지갑으로 직접 전송했다는 점 등 바이낸스 입장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고파이 사태란 고팍스가 운영하던 가상자산 예치금 서비스인 고파이에서 2022년 11월 대규모 자산 미지급이 발생한 사건을 뜻한다. 고팍스는 당시 고객이 고파이에 맡긴 자산의 운용을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탈에 맡겼다. 제네시스는 이를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에 보관했는데, FTX가 파산하면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됐다. 이후 바이낸스가 스트리미를 인수하면서 일부를 상환했으나 37%가량이 남았고, 피해 규모는 코인 시세에 따라 1000억 원대로 증가했다.
바이낸스와 이 전 대표의 법적 분쟁은 지분 매각 계약을 둘러싸고 발생했다. 이 전 대표는 고파이 사태가 발생하자, 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23년 2월 대표직을 사임하고 그해 6월 바이낸스에 지분을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바이낸스는 스트리미 지분 67.45%를 확보했으나 FIU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하다가, 2025년 10월에야 대주주 변경 신고를 마치면서 한국 시장 진출의 걸음을 뗐다.
바이낸스와 이 전 대표는 스트리미 지분 매각 계약에서 제네시스 채권을 회수하거나 매각할 경우 채권 매각 대금을 주식 양도자인 이 전 대표가 받는 조건을 걸었다. 이 전 대표가 향후 채권 매각 대금을 받는 대신, 지분 가격을 41.5% 할인해 매각하는 계약이었다.
이에 조영중 전 고팍스 대표는 할인 매각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2025년 4월 이 전 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이 전 대표가 2021년 회사 소유의 비트코인 60개를 횡령했다는 혐의로도 고소했다. 하지만 각각의 고소 건에 대해 2025년 11월과 2026년 1월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리면서 이 전 대표는 혐의를 벗었다.
이 전 대표가 공개한 배임 건 불송치 결정문에 따르면 경찰은 당시 이 전 대표가 대표직을 사임한 상태라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고, 계약 과정에서 독단적으로 채권을 매각했거나 스트리미에 손해를 입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후 이 전 대표는 스트리미와 바이낸스를 상대로 무고와 명예훼손(허위사실 유포)으로 맞고소에 나섰다. 이 전 대표와 바이낸스는 인수 대금 문제로 대한상사중재원을 통한 국제 분쟁도 진행 중이다.
바이낸스와 고팍스는 이준행 전 대표의 주장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양측 모두 고파이 피해금 상환을 미룬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전했다. 바이낸스는 지난해부터 언론을 통해 한국 시장 진출과 고파이 상환에 대한 의지를 표출해왔다. 올해 초 SB 세커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총괄책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26년 안에 고파이 상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상환이 끝나면 고팍스에 바이낸스의 글로벌 표준 기술과 보안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고팍스는 자금 확보 현황을 보여주기 위해 1월 말 고파이 예치 자산도 공개했다. 고팍스는 “고파이 예치 자산은 제3자 수탁(커스터디) 구조로 보관하고 있으며 회사 자금 운영과 분리해 관리한다”며 “바이낸스를 위탁 주체로 하는 제3자 업체를 통해 수탁·관리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지갑에 있는 가상자산은 비트코인 약 775개, 이더리움 약 5766개, USDC 약 70만 6184개 등 11종이며, 남은 고파이 상환액과 비슷한 가치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5개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하나인 고팍스는 고파이 사태 이후 자금난에 시달려왔다. 이후 바이낸스가 인수하면서 고파이 사태 해결과 채무 상환의 길이 열렸지만, 대주주 승인부터 고파이 피해금 상환까지 3년이 넘게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런데 최근 여당이 가상자산 2단계 법안에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15~20%대로 제한하는 규정을 포함하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다시 위기에 놓였다. 이 경우 바이낸스는 고팍스 지분을 50% 가까이 매각해야 한다. 이미 메가존에 고팍스 지분 매각을 추진했으나 무산되는 등 새 주인을 찾기 어려운 데다, 바이낸스가 고팍스 인수 계약을 완전히 마무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분 제한 규제가 생기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가 나온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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