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인공지능(AI) 시대의 ‘병목’을 풀 열쇠로 꼽히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먼저 깃발을 꽂았다. 삼성전자는 12일 6세대 HBM인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해 고객사에 출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업계가 주목해온 ‘누가 먼저 HBM4를 양산하느냐’ 경쟁에서 삼성이 한발 앞서며, SK하이닉스와의 본격적인 주도권 싸움이 시작됐다.
이번에 출하된 HBM4는 삼성의 10나노급 6세대(1c) D램 공정을 적용한 제품으로, JEDEC 기준을 크게 웃도는 초당 11.7Gbps 수준의 처리 속도를 구현했다. 단일 스택 기준 대역폭은 약 3.3TB/s로, 전 세대 대비 2배 이상 향상됐다. 초기에는 24~36GB 제품이 우선 공급되며, 향후 16단 적층을 통해 최대 48GB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AI 가속기와 GPU 환경에서 요구되는 초고속 데이터 처리와 대용량 메모리 수요를 정면으로 겨냥한 사양이다.
HBM4는 단순한 메모리 업그레이드가 아니다.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초대형 AI 학습 환경에서는 연산 성능보다 메모리 대역폭이 시스템 성능을 좌우한다. 때문에 차세대 AI 가속기 플랫폼을 준비 중인 엔비디아 등 글로벌 고객사들에게 HBM4는 사실상 필수 부품으로 분류된다. 삼성전자의 ‘세계 최초 양산·출하’ 타이틀 확보가 중요한 이유다.
시장 관심은 자연스럽게 경쟁사인 SK하이닉스로 쏠린다. SK하이닉스 역시 이미 HBM4 샘플 공급과 양산 준비를 진행해 왔지만, 공식적인 출하 시점에서는 삼성이 먼저 테이프를 끊었다. 일부 외신과 업계 정보에 따르면 SK하이닉스도 이달 중 고객사 공급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첫 양산 출하’라는 상징성은 삼성전자가 가져가게 됐다.
다만 승부는 이제부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가 기술적 선점 효과를 확보했다면, SK하이닉스는 기존 HBM 시장에서 쌓아온 대규모 공급 경험과 고객 밀착 전략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실제 HBM3·HBM3E 세대에서 SK하이닉스는 주요 AI 고객사 물량을 대거 확보하며 시장 점유율 우위를 유지해 왔다. 업계에서는 “출발은 삼성이 앞섰지만, 연간 출하량과 매출 기준 경쟁은 훨씬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HBM4 출하는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의 전략적 전환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 HBM 시장에서 다소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삼성전자가 차세대 제품에서는 ‘퍼스트 무버’로 나서며 기술 리더십 회복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반도체 생태계가 HBM4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초기 공급사 지위는 고객사 설계 단계부터 깊숙이 관여할 수 있는 구조적 이점을 만든다.
결국 관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실제 대량 양산 안정성과 수율, 다른 하나는 글로벌 AI 고객사의 본계약 물량이다. 삼성전자가 이번 출하를 계기로 반격의 발판을 마련할지, SK하이닉스가 기존 우위를 지켜낼지는 올해 하반기부터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HBM4는 AI 데이터센터와 차세대 가속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메모리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양산 출하를 공식화하면서 국내 메모리 양강 체제 속 경쟁은 한 단계 더 격화될 전망이다. 향후 실제 공급 물량과 고객사 채택 결과에 따라 HBM4 시장의 주도권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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