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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가맹본부의 부실한 정보공개가 불러오는 나비효과

가맹사업은 본부가 사업자에게 실패 위험 전가 구조…정보 공개 불충분하면 손해배상 청구 가능

2023.01.02(Mon) 15:22:46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2022년 8월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제66회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 2022’를 찾은 예비 창업자들이 프랜차이즈 창업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가맹사업’ 또는 ‘프랜차이즈’란 가맹점이 가맹본부로부터 일정 지역 내에서 독점 영업권을 부여받는 대신 상품의 종류, 서비스 품질, 점포 인테리어, 광고 등의 영역에서 가맹본부의 지도와 관리하에 사업을 영위하는 것을 말한다. 

 

가맹사업을 긍정적으로 보는 측은 가맹사업을 ‘21세기 최고의 경영기법’으로 여긴다. 막대한 자본 없이 단기간 내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고, 소규모 창업에 의한 투자를 촉진하며, 고용 창출을 통해 국내 경제에 기여한다는 점에서다.

 

언론이나 SNS에서 퇴사 후 퇴직금으로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을 차리는 것을 냉소적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특별한 자본과 기술 없이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건 당사자에게 확실히 유리한 기회이며 가맹사업의 장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주위의 여러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 간의 분쟁은 항상 발생하며 이는 가맹사업의 숙명과 같다. 그 이유로는 첫째, 가맹사업은 본질적으로 가맹본부(본사)가 가맹점사업자(점주)에게 사업 실패의 위험을 전가하기 때문이다. 만약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100%라면 가맹본부는 빚을 져서라도 직영점을 개설할 것이다. 굳이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고 복잡한 문제를 야기하는 가맹점을 모집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를 모집하는데, 사업이 부진할 경우 실패에 대한 책임을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둘째,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는 사업의 방향성에 근본적인 시각차가 있다. 가맹본부 입장에선 사업의 규모를 확대할수록 매출과 수익이 증가한다. 예를 들어 가맹점이 증가하면 가맹본부가 거두는 가맹금, 물류 수수료, 통과 마진 등의 수익도 함께 늘어난다. 따라서 가맹본부는 광고·홍보, 인테리어 등에 과감히 투자해 사업을 확대하고자 한다.

 

가맹점사업자는 입장이 전혀 다르다. 이미 퇴직금을 털어 가맹점을 차린 상황이므로 신규 투자는 매우 부담이고, 본인이 은퇴할 때까지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가맹점사업자는 신규 투자를 주저하거나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 

 

분쟁이 협의로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민사소송, 공정위 신고, 조정원 조정신청 등의 절차를 밟는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가맹사업법령과 제도가 꾸준히 정비돼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통해 가맹점사업자가 권리 구제를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가맹사업법 제37조의 2는 ‘가맹점사업자가 가맹본부의 행위로 피해를 입은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이때 가맹본부는 고의·과실이 없음을 들어 면책을 주장할 수 있으며,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나 증거조사의 결과에 따라 상당한 손해액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법리상 당연히 내용이어서 눈여겨볼 것은 아니다.

 

실무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손해의 유형화와 이런 손해를 인정한 판결례인데, 최근 법원은 여러 판결에서 부실한 정보공개서 작성과 제공을 이유로 가맹본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정보공개서란 △가맹본부의 일반현황 △가맹사업의 현황 △법 위반 사실 △가맹점사업자의 부담 △영업조건 및 제한 △영업 개시 절차 △교육·훈령 등을 기재한 서류로,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가 가맹사업 개시 전 정보공개서를 등록하고 가맹희망자에게 교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 가맹사업 시장에서 사업 희망자가 가맹본부의 경영·재정 능력에 대한 정보가 없어 가맹본부의 일방적인 홍보나 설명에 의존한 채 가맹계약을 체결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보공개서 제도가 도입됐다. 또한 가맹본부는 가맹희망자에게 정보공개서를 교부한 이후에 가맹금을 수령하고 가맹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정보공개서를 작성하고 제공할 때 예상 매출, 수익 등에 관한 정보를 과장하는 것도 금지된다.

 

부실한 정보공개서를 제공한 가맹본부는 손해배상의 책임을 질 수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서울중앙지법 2020가단5089144 판결은 A 샌드위치 브랜드 가맹본부가 정보공개서를 등록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맹점을 모집하고 가맹금을 수령했으며, 과장된 예상 매출액 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가맹본부의 주의의무 위반이라는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위 사안에서 가맹점사업자는 가맹금 6600만 원, 중도해지 위약금 400만 원, 기타 수수료 100만 원, 매장 운영 손실액 5900만 원 등 합계 1억 3000만 원을 청구했는데, 위 법원은 가맹계약이 정식 가맹계약에까지 이르지 않은 상태에서 종료된 점을 고려해 손해배상금을 약 50% 정도에 해당하는 6500만 원으로 판단했다. 

 

또한 서울중앙지법 2017가합548157 판결은 B 빙수 브랜드 가맹본부가 가맹희망자에게 허위·과장한 예상 매출액을 제공한 사안에서, 가맹희망자가 이를 믿고 가맹계약을 체결했다면 가맹본부는 가맹희망자에게 점포를 개설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고 가맹희망자 별로 7000만 원, 7900만 원대 배상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위 사안에서 법원은 가맹점사업자가 가맹계약을 체결한 이후 가맹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이나 손실은 손해배상의 대상에서 제외했고, 가맹점사업자는 예상 매출액 산정서보다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 가맹계약 체결 여부를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 등에서 가맹점사업자가 청구한 손해액의 30%만을 인정했다.

 

가맹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이에 발맞춰 법원이 적극적으로 책임 유무를 판단하는 것은 법리 발전과 권리 구제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가맹본부, 가맹점사업자 모두 이 같은 내용을 숙지한다면 불필요한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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