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알쓸비법)’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가맹사업이란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점주)에게 △자기의 상표 등을 사용해 일정한 품질기준이나 영업 방식에 따라 상품 또는 용역을 판매하도록 하고 △경영 및 영업활동 등의 지원·교육과 통제를 하며 △가맹점사업자는 영업표지의 사용과 경영 및 영업활동 등에 대한 지원·교육의 대가로 가맹본부에 가맹금을 지급하는 계속적 거래 관계를 뜻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가맹사업의 본질에는 가맹본부가 일정한 영업 방식에 따라 가맹점사업자의 영업활동을 통제하는 것이 있다. 영업활동에는 광고와 판촉 행사도 포함된다. 과거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광고·판촉 행사를 실시하고, 그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가맹점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경우가 있었다.
가맹사업의 실제 운영 양상을 보면,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 사이의 이해가 충돌하는 지점은 대체로 일정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영역이 광고·판촉 행사다. 가맹본부는 브랜드의 진부화·노후화를 경계하면서 적극적인 광고·판촉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고 신규 가맹점 유치까지 도모하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가맹점사업자는 개별 점포의 수익성과 생계에 직결되는 부담을 고려해 보다 보수적인 운영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광고·판촉의 효과가 자신의 매출 증가로 직결되지 않는다고 인식하거나, 단기적인 비용 부담이 과중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반대 입장을 보이기 쉽다. 이처럼 양측의 이해관계가 구조적으로 상충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광고·판촉 행사의 실시 여부, 구체적 내용, 비용 분담 조건 등을 둘러싸고 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분쟁이 발생했다.
가맹사업에서 간과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문제는 가맹본부가 브랜드 관리 의욕을 상실하는 경우다. 실제 시장에선 가맹본부의 지원과 관리가 약화해 브랜드 경쟁력이 저하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광고·판촉 행사를 일률적으로 엄격하게 규제하는 방식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과도한 규제는 가맹본부의 적극적인 브랜드 관리 활동을 위축시키고, 결과적으로 가맹점사업자에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가맹본부가 광고·판촉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브랜드 가치 유지 및 확장을 위한 경우가 많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매출 증대에 기여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가맹본부가 일정 부분 비용을 직접 부담하면서까지 광고·판촉을 추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활동이 전혀 효용이 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과거 법원도 이러한 관점에서 광고·판촉 행사의 부당성 여부를 판단한 경우가 있다. 서울고법 2017누42646 판결은 시장 상황에 비춰 할인 행사가 성공적이었다면,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에게 할인비용의 일부를 분담하게 했더라도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원고가 자신의 가맹점사업자에 할인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해 자신의 수익을 높이고 가맹점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의도와 목적에서 할인 행사를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 오히려 원고는 가격 경쟁이 치열한 화장품 시장에서 할인판매를 통해 원고와 가맹점사업자의 총매출액과 수익을 늘리려는 경영전략에서 할인 행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할인 행사를 통한 원고의 판매 전략의 결과, 2012~2014년 원고의 총매출액뿐만 아니라 가맹점사업자의 총매출액과 사업 이익도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맹점사업자 입장에서는 위와 같은 판단이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판매 전략이 성공인지 실패인지는 수년이 지난 이후에 판가름이 나지만 분기마다 집행하는 광고·판촉 행사 비용은 당장 부담스럽다. 또한 규제기관 입장에서 볼 때 위와 같은 판단 기준은 법 위반 여부를 객관적인 기준이 아니라 사후적인 결과에 따라 판단하는 문제로 치환해 과소집행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배경에서 개정된 가맹사업법은 가맹점사업자가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는 광고나 판촉 행사를 실시하는 경우 일정 비율 이상의 가맹점사업자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의 시행령은 그 비율을 광고의 경우 전체 가맹점사업자의 50% 이상, 판촉행사의 경우 70% 이상으로 정하고, 가맹점사업자의 동의는 △문서 △내용증명 △전자우편 △인터넷홈페이지 △애플리케이션 △POS 등을 통해 동의 시점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광고·판촉 행사의 정당성을 사후 성공 여부가 아닌 사전 동의로 판단하도록 한 것인데, 이를 문언적으로 해석하면 아무리 성공적인 판매 전략이라 하더라도, 동의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자료가 부족하면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공정거래법의 핵심 요건인 불공정성, 부당성 등은 전형적인 불확정개념으로서 그 판단에는 다양한 기준과 방법을 동원한다. 이론적으로 보면, 특정 행위가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이 됐는지를 중심으로 하는 실체적 관점에서 평가할 수도 있고, 이해관계자의 사전 동의를 적법하게 확보했는지를 중심으로 하는 절차적 관점에서 평가할 수도 있다.
가맹사업법상 광고·판촉 행사의 정당성 판단 기준은 이러한 두 축 가운데 실체적 기준에서 절차적 기준으로 상당 부분 이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사후적으로 성과가 있었는지보다는, 사전에 가맹점사업자의 집단적 의사를 적법한 방식으로 형성·확인했는지가 판단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와 같은 기준이 가맹본부의 의사결정에 일정한 제약을 가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가맹사업 운영상 어려움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규제의 취지와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운영에 내재화하는 역량이 가맹본부 간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상위 브랜드일수록 광고·판촉의 필요성과 기대효과를 투명하게 제시하고, 적법한 절차를 통해 가맹점사업자의 자발적 동의를 이끌어내는 구조를 구축함으로써 규제를 리스크가 아닌 경쟁우위의 수단으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대응 역량을 갖춘 브랜드와의 격차가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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