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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용자 없다고 창고·탕비실로 사용…지자체 '의무' 수유실 실태

필수물품 없고 먼지만 가득…점심시간에는 직원들 식사장소로 이용

2023.07.24(Mon) 09:43:01

[비즈한국]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확대,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등 정부와 지자체가 초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시는 이달부터 출산모 가정에 전문 의료인이 직접 찾아가 모유 수유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사업 등도 시행하고 있다. 국민 사이에서는 “아이를 낳고 싶은 환경을 우선 만들어 달라”는 반응이 나온다. 당장 자녀를 보낼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도 대기만 수개월인 상황인데 이 같은 대책이 의미가 없지 않냐는 말이다. 서울시 내 공공건물 7곳을 하루 동안 살펴본 결과, 자녀 양육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수유시설에 대한 관리도 여전히 매우 미흡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의 한 주민센터 수유시설 내부. 기저귀 교환대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다. 사진=김초영 기자

 

서울의 한 도서관 내 수유실. 책장이 들어서 있는 데다, 수유실 표시도 없어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 사진=김초영 기자

 

#법령·현장점검에도 가이드라인 준수 ‘0곳’

 

20일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공공 수유실 7곳을 방문했다. 이 자치구의 (잠정)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다. 청사 입구에는 여성가족부가 수여한 ‘여성친화도시’ 지정 현판이 걸려 있기도 했다. 이러한 성적이 무색하게 수유시설 관리규정 표준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공공기관·청사는 이날 한 곳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기저귀 교환대, 소파 등의 필수 물품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고, 최소 1일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는 내용을 따르고 있는지 의심이 드는 곳도 여럿 눈에 띄었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연장 및 관람장(1000㎡ 이상), 전시장 및 동·식물원, 국가 및 지자체 청사 등에는 수유실 등 임산부 휴게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소관 부처는 설치 여부와 기준에 적합한지를 연 1회 점검 후 그 결과를 공표하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실, 철도역, 도서관(500㎡) 역시 남녀 화장실 별로 각각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하고 있다. 매해 보건복지부와 인구보건복지협회는 모자보건법 제10조의3에 따라 시설현황·환경·청결도 등을 조사하는데, 시설은 대체로 전년 상태 유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자치구에는 모두 19개의 수유시설이 있다. 시설은 공공(다중)시설, 교통시설, 공공기관, 청사로 구분되는데, 이날은 다른 장소보다 관리가 더 원활할 것으로 예상되는 공공기관(도서관, 공원, 종합체육센터)과 청사(구청, 보건소, 주민센터) 7곳을 찾았다. 확인한 부분은 보건복지부가 제작한 ‘수유시설 관리 표준 가이드라인’에서 다루는 공간 구성(위치, 용도 및 규모, 내부 환경 구조물), 비치물품 및 관리(수유시설 용도에 따른 필수 및 권장 물품), 환경 관리(실내 조명, 온·습도 유지, 실내 환기, 실내 소음방지, 실내 청소 및 소독) 항목 등이었다. 

 

#화장실 내부부터 가벽까지…“​수유시설 맞나”

 

일단 수유시설을 찾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수유시설은 이용하기 편리한 장소에 위치해야 하며, 이용자가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건물 입구와 층별 안내도에 위치를 표시·안내해야 한다. 하지만 7곳 가운데 건물 입구와 층별 안내도에 수유시설을 표시한 곳은 없었다. 수유시설은 대개 유아·어린이를 위한 공간 안에 위치한 경우가 많았는데, 공간 바로 앞에 있는 안내도에서도 수유시설은 표시돼 있지 않아 결국 직원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수유시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문 앞에 수유시설 푯말을 아예 달지 않거나, 화장실 일부분을 개조해 만들거나, 얇은 가벽 등을 세워 만든 곳은 더욱 찾기가 쉽지 않았다.

 

수유시설은 수유(착유) 목적 외 다른 용도(휴게실, 접견실, 서고, 창고) 등으로 사용하지 않아야 하지만, 일부 시설은 사실상 구색만 맞춰 놓기 위해 휴게실 등에 기저귀 교환대를 가져다 놓은 듯한 인상이 강했다. 한 도서관에 있던 수유시설은 불이 꺼져 있는데다 책이 담긴 손수레로 가득 차 있었다. 소파 위에는 사서의 검정색 배낭이 올려져 있었고, 한쪽에서는 각종 청소 도구가 코드를 꽂은 채로 충전 중이었다. 직원은 “저녁에 상호대차로 날라야 하는 책들을 정리해 두었다”며 문밖에 수유시설 표시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을 두고는 “붙여 놓았는데 계속 떨어져서 없다”라고 해명했다.

 

주민센터 2층에 있던 수유시설도 상황은 비슷했다. 불이 꺼진 채 안에서 말소리가 들려와 문틈 사이로 흘긋 보니 직원이 통화를 하며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30분 넘게 이어지는 식사에 음식 냄새가 복도 전체로 퍼졌지만, 복도를 오가는 직원들은 이러한 상황이 익숙한 듯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다. 직원이 떠난 후 안으로 들어가 보니 먼지가 가득 쌓인 기저귀 교환대 옆에는 전자레인지가 올려져 있는 책상과 손수레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얀색 아기침대 위와 그 옆으로는 마스크가 담긴 종이상자가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또 수유시설 내부 소음은 50dB 이하로 유지되어야 하는데, 엘리베이터가 바로 앞에 있어 “1층 입니다” 혹은 “문이 열립니다” 등의 소리가 계속해서 크게 들려왔다. 

 

서울의 한 구청 청사 수유실. 한 명이 들어서기도 비좁았다. 사진=김초영 기자

 

그렇다면 필수물품, 온·습도 유지를 위한 냉·난방 설비, 관리 점검표, 이용자 기본수칙 안내판 등은 구비되어 있었을까? 가이드라인에 다르면 가족수유실은 소파, 탁자, 손 소독제, 기저귀 교환대, 가림막(파티션)이 필수이며, 공기청정기와 유축기 등을 권장하고 있다. 7곳 가운데 이를 모두 갖고 있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손소독제의 경우에는 모두 사용기한이 지나 있었다. 다른 품목들도 다르지 않았다. 이용객이 청결 측면에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작성돼야 하는 관리 점검표는 종합체육센터 내 수유시설에만 있었는데, 이 곳도 출력한 종이를 붙여만 놓기만 하고 작성은 하지 않고 있었다. 

 

#전문가 “지자체에서 시설 알려 이용객 많아져야”

 

보건복지부는 앞서 발행한 2022년 수유시설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대부분의 시설이 가이드라인 권장 사항 준수를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보이나, 미흡 부분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 노력보다 양호 부분의 상태 유지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나아가 보고서는 2년 연속 실태 조사 시설의 경우 일부 개선이 있으나 일반 시설 평균보다 미흡한 부분이 많고, 전년 대비 미개선 부분도 확인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고서는 미흡한 부분에 대해 개선 권고 및 지도 등을 통해 관리할 수 있도록 요청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사소한 부분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조사원들이 현장을 방문해 점검하는 실태조사는 2018년부터 매해 실시되어 올해로 6년째다. 관리상태가 미흡하거나 새로 설치되는 곳들을 바탕으로 주기적으로 점검이 진행되고 있지만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앞선 2020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위생·안전 점검을 강화하고 안내표지판을 설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개선방안을 마련해 지자체 등에 권고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가 관련 지침 등에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리감독이 충분치 못하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는 지자체가 수유시설 운영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자체에서 수유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최대한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 이용하는 사람이 없으니 관리가 소홀해지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며 “형식적으로 시설을 만들기보다 지역사회마다 수요를 살피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정말 필요한 곳에 마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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