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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토종 메타버스 플랫폼 어디로 가나

카카오 컬러버스 구조조정 돌입, SKT 이프랜드 글로벌 진출…"소비자 묶어둘 소속감이나 유인책 필요"

2023.07.21(Fri) 10:32:47

[비즈한국] 팬데믹으로 비대면 수요가 폭증한 2021년은 메타버스 열기가 거셌다. 국내 기업들은 메타버스를 미래 신산업으로 점찍고 저마다 플랫폼을 쏟아냈다. 2018년 일찌감치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 제페토는 확장에 속도를 냈고 게임회사부터 통신사, 은행까지 다양한 업계가 뛰어들었다. 
하지만 메타버스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면서 급속도로 관심이 식었다. 엔데믹으로 온라인 비대면 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수익화까지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체감한 기업들은 고민이 깊어졌다. 주도권 경쟁에 나섰던 기업들의 행보도 ​최근에는 ​갈리고 있다. 출시 전부터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포부에 차 있던 카카오는 몸집 줄이기에 나선 반면, SK텔레콤은 추가 투자를 이어가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메타버스 열풍이 가라앉으면서 토종 플랫폼들의 행보도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 미디어데이에서 컬러버스를 설명하는 정욱 넵튠 대표. 사진=넵튠 제공


#카카오표 ‘가상 경제 생태계’ 꿈꿨는데 ‘천덕꾸러기’ 될까

카카오의 오픈형 3D 메타버스 플랫폼 ‘컬러버스’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녹록지 않은 상황에 처했다. 지난달 메타버스 서비스 개발사 컬러버스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온라인에서 경제·문화·사회 활동이 가능하도록 구현한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기업을 개편하겠다”​던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의 사임으로 사업 추진 동력을 잃은 데다, 당장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플랫폼 사업인 만큼 경영 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의 타깃이 된 것으로 보인다. 

컬러버스는 2003년부터 2016년까지 서비스된 소셜 미디어 서비스 ‘퍼피레드’의 개발사를 모태로 한다. 추억의 퍼피레드가 7년 만에 카카오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기대감 덕에 관심을 모았다. 무엇보다 카카오 공동체를 든든한 지원군으로 두었다.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넵튠이 2021년 10월 지분 투자를 통해 컬러버스 지분 44.29%를 ​보유했고 카카오게임즈도 지분 10.71%를 소유해, 컬러버스는 카카오의 증손회사로 분류된다. 

컬러버스는 현재 오픈 베타 출시 준비 중으로 모바일 웹에서 데모 버전을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 타운 이미지(위)와 컬러버스 데모 쇼룸. 사진=넵튠 제공, 컬러버스 캡처

컬러버스는 현재 오픈베타 출시 준비 중으로 모바일 웹에서 데모 버전을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 타운 이미지(위)와 컬러버스 데모 쇼룸. 사진=넵튠 제공, 컬러버스 캡처


컬러버스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함께 한게임을 창업했던 남궁 전 대표의 청사진 아래 올해 3분기 오픈베타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했다. 지난 5월에도 넵튠과 카카오게임즈, 컬러버스 3사가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컬러버스 생태계와 콘텐츠 확대를 위한 협업에 뜻을 모았다. 공간을 구현할 게임과 캐릭터 등의 지적재산권(IP)를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확보하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메타버스 플랫폼이 처음 목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구조조정으로 몸집이 줄어든 만큼 사업도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버티컬 AI와 메타버스 사업 등 차세대 사업 추진은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49개국 진출…글로벌·수익모델로 발 넓히는 SK텔레콤

카카오 이전부터 월트디즈니,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옛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이 줄줄이 메타버스 조직을 축소하는 등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 통신사들은 자사 메타버스 띄우기에 한창이다. ​

SK텔레콤의 메타버스 이프랜드는 최근 수익모델 구체화 단계에 들어섰다. 사진=이프랜드 캡처


SK텔레콤은 플랫폼 ‘이프랜드’를 통해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운영했던 ‘싸이월드’처럼 이용자 취향대로 개인 공간을 꾸밀 수 있게 해 3차원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의 모습을 갖춰가고 플랫폼 내에 청계천, 남산타워, 홍대입구역 등 국내 명소도 구현했다. 수익모델도 구체화 단계에 들어섰다. 지난 5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김진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하반기에 인앱 결제 기반의 콘텐츠 마켓 도입 등 경제시스템 강화에도 주력해 새로운 수익화 구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바타, 공간, 모션과 같은 콘텐츠나 노래방처럼 이용료를 부과할 만한 장소에 대한 입장권 구입, 인플루언서 후원 등으로 수익을 얻는 총 세 가지 방향이 제시됐다.

지난해 말 출시된 이프랜드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지난달 400만 명대로 아직은 아쉬운 수치지만 글로벌 비중을 높여간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국내 통신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탈(脫)통신’을 시도하는 SK텔레콤으로서는 사업을 키우며 조금 더 지켜볼 여력도 있다. 

#“메타버스만의 역할 입증 못했다”…두 번째 기회 올까

2021년 국내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였던 메타버스는 당시와 비교하면 확실히 입지가 좁아졌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메타버스 이용률은 4.2%에 그쳤다. 이마저도 10~20대에 치중됐다. 구글을 통한 검색 빈도도 2021년 말보다 3분의 1 이상 떨어졌다. 

국내에서 분위기가 가라앉은 점도 큰 영향을 미쳤지만 원인은 복합적이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한국벤처창업학회장)는 “메타버스에 대한 이상은 높은데 기술적으로 영글지 않은 상태에서 접해 이용자들의 실망감이 컸다. 팬데믹이 끝나 비대면 수요도 줄었고 아바타 등의 이미지가 유아적이라는 시각도 있다”며 “무엇보다 가상화폐 규제와 얽혀 비즈니스 모델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제페토의 경우 해외 비중이 90% 이상일 정도로 잘 키워가고 있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제페토는 2021년 글로벌 가입자 수 2억 명을 넘어섰다. MAU는 2000만 명으로 이 중 95%가 해외 이용자다. 

메타버스라는 비대면 서비스를 현실과 연계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임복 세컨드브레인연구소 대표는 “코로나19 당시에는 업무용으로 필요해서 줌(Zoom)과 같은 플랫폼을 이용했다. 하지만 대면 만남이 가능한 상황에서도 굳이 비대면을 이용해야 할 이유를 보여주지 못한 게 문제”라며 “카카오나 SK텔레콤의 경우 시기적인 아쉬움이 있다. 많은 기업에서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이미 비대면 수요가 줄어든 때라 놓친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사진=네이버, 넥슨

최근 애니메이션 아바타 라이브 기능을 추가한 네이버 제페토(위)와 넥슨타운. 사진=네이버, 넥슨


그렇다면 지난해부터 줄줄이 개시한 플랫폼들이 다시 도약할 기회는 없을까. 전문가들은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면서도 새로운 SNS의 역할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가지치기를 통해 경쟁력을 갖춘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대표는 이용자의 발을 지속적으로 묶어두는 소속감 내지는 유인책이나 뚜렷한 혜택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성장 동력을 잃어버린 건 아니다. 메타버스 영역 중에서도 VR과 AR로 표방되는 분야와 현실 세계를 가상의 공간으로 만들어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는 분야는 계속 뜰 것으로 보인다. 재미만을 추구하는 게임과 달리 현실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성민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 최근에는 스레드까지 SNS의 세대 변화가 굉장히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메타버스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는 의미가 있다. 패션 브랜드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으로 젊은 세대와 접점을 키우고 적극적으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과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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