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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차 배기관 '수직화' 의무 코앞…인증 부품사 1곳에 차량 제조사는 "AS 불가"

6월 말부터 적용, 전국 3600여 대 대상…기아​·​현대차 "배기 관련은 부품사가 책임져야"

2024.01.26(Fri) 17:28:53

[비즈한국] 환경미화원의 건강을 위해 청소차 배기관이 하늘 방향으로 설치된다. 환경부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생활폐기물 수집 운반 차량의 배기관을 수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대부분의 청소차량을 올해 6월까지 개조해야 한다.

 

그런데 청소차 배기관 개조가 가능한 국토부 인증 튜닝부품을 소유한 부품 업체가 단 한 곳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몰아주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대형 청소차량을 생산하는 업체는 개조 시에 위험을 예상할 수 없다며 ‘AS 불가’ 원칙을 내세워 업계에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제조 업체는 환경부가 법안을 개정하면서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말한다.

 

2022년 1월 경상남도 함양군이 자체적으로 개조한 청소차량 모습. 배기관을 수직으로 설치했다. 사진=함양군

 

#환경미화원 폐질환 늘면서 배기관 수직 설치 요구

 

청소차 배기관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는 환경미화원들의 오랜 염원이었다. 상하차를 반복하면서 쓰레기를 수거할 때, 뒤편에 있는 배기관에서 가스를 정면으로 마시기 때문이다. 이는 연구 결과로도 증명됐다. 2018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 ‘환경미화원의 작업환경 실태 조사 및 건강검진 개선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환경미화원들의 작업 수행 과정에서 상당량의 디젤 배출 물질에 노출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장기간 근무한 환경미화원들은 폐질환 발병률도 일반인보다 19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2022년 한국노총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은 ‘청소차 배기관 하늘 방향 설치 의무화’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자발적으로 배기관 방향을 바꾸는 지자체도 생겼다. 2021년 수원시는 지자체 최초로 청소차 배기관 방향을 하늘 방향으로 설치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업계 요구가 높아지자 환경부도 나섰다. 2022년 2월 환경부는 ‘환경미화원 작업 안전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배기관 방향을 하늘로 향하도록 권고했다.​

 

환경미화원의 폐질환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자 청소차량의 배기관 방향을 하늘로 설치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사진=한국노총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

 

그러나 같은 해 6월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배기관 방향 전환’에 대한 일부 내용이 담당자 실수로 잘못 기재돼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관련기사 환경부 '실수' 때문에 8300만 원 들인 청소차 무용지물). 당시 환경부 가이드라인 내용은 ‘권고’ 수준이라 방향 전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도 문제였다.

 

결국 2023년 12월 28일 환경부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오는 6월 29일부터 내연기관 청소차량은 수직으로 배출가스 배기관을 달아야 한다. 신설된 조항은 청소차량에는 ‘청소차량 배출 가스가 환경미화원의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수직형의 배출 가스 배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부품 인증 업체 ‘한 곳’에 “몰아주기” 지적도

 

시행을 불과 5개월 앞둔 상황이지만, 청소차량 배기관 튜닝에 사용할 수 있는 부품과 취급 업체는 한 곳에 불과하다. 비즈한국 취재 결과, 청소차량 배기관 튜닝 시 사용할 수 있는 인증 부품은 단 1개이며, 튜닝부품인증기관인 한국자동차튜닝협회에서 소음기 부품을 인증 받은 곳도 A 업체 한 곳뿐이다. 앞서 수원시도 A​ 업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청소차를 개조했다. 양양군 등 일부 지자체도 이 업체 부품으로 청소차를 개조했다.

 

6개월 안으로 청소차를 개조해야 하는 대부분 지자체들도 A​​ 업체 부품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강석화 연합노련 대전도시공사환경노조 위원장은 “개조비용이 한 대당 250만~300만 원 정도 들어간다고 한다. 현재 전면 교체 작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인증 부품이 있는 곳은 한 곳뿐”이라고 전했다.​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배기관 방향 전환 권고 내용. 이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인증 튜닝 부품은 하나뿐이며 취급 업체도 단 한 곳이다. 사진=환경미화원 작업안전 가이드라인

 

인증 튜닝 부품을 소유한 A 부품 업체는 “아직 시행초기라 시공 규모를 파악 중이다. 시범사업으로 개조한 곳도 있지만, 수요 조사 단계”라고 말했다.

 

다만 배기관 개조 시 인증 부품만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튜닝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인증 튜닝 부품을 사용할 경우는 설치만 하면 자동으로 전산에 등록된다. 아니면 사전에 튜닝 승인을 받아 튜닝 검사를 통해 개조할 수 있다. 인증 부품을 사용하면 별도의 검사 절차가 없다”고 설명했다.

 

볼멘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에 있는 차량이 수천 대인데, 인증 받은 업체가 유일한 것도 문제다. 대부분 A​​ 업체 부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몰아주기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현대차 “개조보단 친환경 차 이용하는 게 나아”

 

문제는 또 있다. 청소차량을 제조하는 기업에서 배기관 튜닝을 꺼린다는 점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청소차량을 만드는 국내 업체는 기아​·​현대차다. 5톤 이상 청소차량은 전부 기아​·​현대차​이며, 전체 청소차의 90% 이상 기아​·​현대차​ 차량을 사용한다. 그런데 차량 업체에서는 이미 만들어진 청소차량을 개조해 배기관을 늘리게 되면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튜닝 부품도 현대에서 만든 건 아니지 않나. 기존 차량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엔진이 과열될 수도 있어서 현대차에서는 차량 개조 후에는 AS(애프터 서비스)가 불가능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비상이다. 법은 개정됐는데,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이다. AS를 보장 받지 못한 상황에서 개조하면 비용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환경부에서 개정하기 전에 차량 생산 업체와 충분히 기술적인 논의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선제적으로 배기관 방향 전환 시범사업을 진행한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시범적으로 설치할 때는 구형 차량 몇 대를 개조한 거라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모든 청소차량을 개조해야 해서 알아보니, 최근에 나온 신형 청소차량은 적재 부분과 운전석 캐빈 사이에 틈이 없어 개조 자체가 힘들다고 한다. 환경부에서도 시행규칙만 개정하고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주진 않았다. 일단 6월 말까지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라 더 알아보고 있다. (시행규칙이) 현황과 전혀 맞지 않게 개정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기아​·​현대차​ 관계자는 “(청소차량 개조와 관련해) 환경부에서 사전에 논의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 판매한 차량에 개조가 이뤄졌을 떄 AS 의무는 없다. 현실적으로 출시 이후에 제조업체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합의 후 또는 법적으로 신차부터 설치를 하라고 하면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다만 현재 차량 제조 과정에서 배기관 방향 변경은 검토하지 않았다. 이 부분도 환경부와 논의한 적 없다. 환경미화원 건강을 위해서는 (개조하는) 임시방편보다는 차량 자체를 수소차 등 친환경 차로 이용하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추산한 배기관 방향 전환이 필요한 청소차량은 전국 약 3600대이며, 개조비용은 한 대당 250만~300만 원이다. 환경부는 추후 환경미화원 작업 안전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구체적인 배기관 전환 방식을 추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당분간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5톤 이상 청소 차량은 기아​·​현대​와 대우 차량이 있다. 다만 배기관 개선은 튜닝 대상이라 제작사와 협의한 바는 없다. 튜닝 후 AS는 특장업계나 부품 제조사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인증기관인 교통안전공단에서 현대차와 협의해보겠다고 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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