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인공지능(AI)이 산업과 일상을 넘어 국가 행정과 사정 시스템까지 바꾸고 있다. 경찰청·검찰청·국세청은 최근 AI 전담 조직을 신설하거나 확대하고, 수사와 조사, 민원 업무에 AI를 도입하는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이들 기관이 다루는 정보와 권한은 국민의 기본권과 직접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AI 도입의 무게도 남다르다. 비즈한국은 경찰청·검찰청·국세청 등 3대 사정기관의 AI 전환 현황과 그 과정에서 남은 과제를 짚어본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재편을 앞둔 검찰이 디지털 증거 분석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도입한다. 휴대전화와 PC 등에서 확보한 디지털 증거를 AI가 자동으로 분류·분석·요약하는 국가 디지털수사지원시스템 구축에 착수한 것이다. 검찰청 폐지와 개편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수사와 공소 유지에 필요한 차세대 디지털 수사 인프라 구축은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AI가 디지털 증거 읽는다…수사지원시스템 설계 본격화
비즈한국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찰청 디지털수사과는 최근 ‘AI 기반 국가디지털수사지원시스템 개선 개념검증(PoC) 및 ISMP’ 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초 발주 이후 재공고를 거쳐 추진하는 이 사업은 기존 국가디지털수사지원시스템(iDEAS_Cloud)에 거대언어모델(LLM), 검색증강생성(RAG), AI 에이전트를 적용해 디지털 증거 분석을 자동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검은 현행 시스템이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관의 수작업에 의존, 단순 키워드 검색 위주여서 신종 범죄 수법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AI를 활용해 방대한 디지털 증거에서 핵심 정보를 추출하고 분석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전면 고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사업을 내년 본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사전 검증 단계로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생성형 AI를 실제 디지털 수사 체계에 접목하는 첫 단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에는 분석관이 방대한 디지털 증거를 수작업으로 분류·검색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AI가 핵심 증거를 추출하고 사건별로 요약·분석하는 구조가 적용될 수 있다. 대검찰청은 “현재 연구개발에 착수한 상태이며, 2027년 1월 이내 완료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검찰청이 올해 추진 중인 AI 사업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국가디지털수사지원시스템 개선을 포함한 디지털포렌식을 비롯한 수사 기술 고도화와 검사의 사건 처리 업무를 지원하는 생성형 AI 구축이다. 검찰은 최근 반년 사이 이와 관련한 다수의 AI 사업을 잇달아 발주하며 중장기 로드맵 마련에 나섰다.
검사의 업무를 지원하는 생성형 AI 구축 작업도 병행된다. 대검 정보통신과는 생성형 AI 기반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구축을 위한 ISP를 별도로 추진하고 있다. 법률·판례 검색과 사건기록 요약, 관계인 진술 분석 등을 지원하는 검찰 전용 AI 모델을 설계하는 사업이다. 기존 형사사건 데이터와 전자화된 형사절차 문서를 활용해 검찰 업무에 특화된 AI 모델을 구축한다는 구상인데, 평균 형사사건 처리 기간이 2018년 126.8일에서 지난해 312.7일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응이다.
AI 적용 범위를 디지털포렌식 전반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AI 기반 법과학 포렌식기술 고도화 연구개발사업을 통해 AI 활용 기반의 차세대 법과학 기술을 확보하고, 딥러닝 기반의 위·변조 동영상 분석 기술을 현장에 접목하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딥페이크 탐지 모델 등 딥러닝 기술 확보 연구는 현재 1차 연구를 보완할 후속 연구에 착수했다. 딥페이크 영상을 실시간 판별하는 ‘AI 기반 영상분석 장비’도 약 2억 1000만 원을 투입해 새로 도입할 계획이다.
#재편 후 AI 운영은 누가? 검찰 기능 AI에 맡겨도 될까
검찰 AI 사업은 조직 개편과도 맞물려 있다. 정부는 오는 10월 검찰청을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분리하는 검찰개혁을 추진 중이다. 공소청은 기소와 공소 유지 업무를 맡고, 중수청은 부패·경제·방위산업·마약·내란외환·사이버 등 6대 중대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예정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검사의 수사 개시권과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지휘권은 함께 폐지된다.
디지털수사과·정보통신과가 추진해온 AI 시스템이 두 기관 중 어디로 귀속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형사소송법 개정의 최대 쟁점인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조차 6·3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졌고, 행안부가 지난달 22일 입법예고한 중수청 시행령 제정안에도 조직 규모·수사관 정원 등 핵심 내용은 빠져 있다.
수사 지원을 위한 디지털포렌식 시스템은 중수청으로 이관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형사사법정보시스템과 검찰 업무지원 AI처럼 공소 유지와도 밀접한 시스템은 기능별 분리 운영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직 정부가 세부 조직과 정보화 체계를 공개하지 않아 운영 주체는 확정되지 않았다.
검찰청은 AI 시스템 이관 방향을 포함해 관련 조직 개편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우려도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편향과 알고리즘의 불투명성을 대표적인 위험요인으로 꼽는다. 또 AI 검증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피고인이 불합리한 처벌이나 공소 제기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나 오류 발생 시 책임 규명이 모호하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김일우 서강대 법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관련 논문을 통해 “AI 시스템에 대해 이해관계자가 분명한 법적 대응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불투명성에서 기인한다”며 “AI 사업자가 영업비밀을 이유로 구체적인 알고리즘 정보공개를 꺼리는 게 알 권리 침해와도 맞닿아 있다”고 언급했다.
법조계에서는 AI가 검찰의 핵심 권한인 기소·불기소 판단과 소추재량권을 기계적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현석 육군 검찰단 군검사는 “검찰청법 제4조는 검사를 공익의 대표로 정의하고 있다”며 “인공지능에 의한 대체가능성을 살펴보려면 인공지능이 검사의 도덕적·윤리적 지위를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지에 관한 기술적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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