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오랜 시간 결론이 나지 않다 보니 지쳐가는 상인들이 많습니다. 빨리 결론이 났으면 좋겠어요.”
서울특별시 종로구는 19일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를 고시했다. 이로써 인가안의 법적 효력이 발생하면서 세운4구역 재개발은 국가유산청 자문기구인 국가유산위원회의 매장유산 심의 등을 제외하면 주요 행정 절차를 대부분 마친 상태가 됐다. 재개발사업이 다시 추진 동력을 얻었지만, 현장 상인들은 기대보다 피로감을 드러냈다.
24일 찾은 세운4구역은 인근 재개발 구역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5-1·3구역에서는 공사 인부들이 오갔지만, 세운4구역은 풀이 무성한 채 출입문이 닫혀 있었다. 사업시행계획 변경 인가 소식이 전해졌지만 현장에는 활기보다 긴 기다림에 지친 분위기가 감돌았다.
세운상가에서 음향기기를 판매하는 60대 A 씨는 “처음 개발된다고 했을 때는 기대를 했으나 말이 나온 지 한참 지났는데 지금까지 달라진 게 없어 이제는 기대도 안 한다”고 말했다. 전자기기 부품매장을 운영하는 B 씨도 “이번에 인가됐지만 재개발이 진행되지 않을 것 같다”며 “재개발 문제가 정치적인 싸움으로 엮인 게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했다.
종로구의 인가로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은 추진 동력을 얻게 됐지만, 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국가유산청은 앞서 사업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사업계획을 보완·조정하라고 명령했다. 서울시와 종로구에는 평가 절차를 마친 뒤에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 절차를 진행하라는 취지의 명령을 내렸다. SH는 이에 불복해 처분 취소 행정 소송을 진행 중이다.
국가유산청은 종로구의 인가 결정에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종로구의 인가는 취소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을 의향이 있다면 지원하고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청장 교체기에 사업 인가 결정이 내려졌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유찬종 종로구청장 당선인(더불어민주당) 측은 세운4구역을 비롯한 주요 인허가 절차를 취임 전까지 보류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정문헌 종로구청장(국민의힘)은 임기 종료를 앞두고 사업시행계획 변경안을 인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선인 측에서 이번 인가 과정을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새 구청장 취임 이후 인가 유지 여부가 다시 쟁점화될 경우 사업은 추가적인 법적·행정적 다툼에 휘말릴 수 있다.
세운4구역 논란은 개발 필요성과 문화유산 보존 요구가 함께 맞물린 사안이다. 서울시와 사업 추진 측은 노후 도심 정비와 사업 정상화를 내세우고,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 종묘에 미칠 영향을 먼저 따져야 한다고 본다. 여기에 구청장 교체기 인가 논란까지 겹쳤다.
갈등이 길어질수록 부담은 현장 상인과 세입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사업이 계속 추진될지, 다시 멈출지에 따라 영업 계획과 이주 논의가 달라질 수밖에 없어서다. 결국 세운4구역 재개발의 핵심 과제는 역사문화 보존과 도시 정비라는 공익적 가치뿐 아니라, 오랜 기다림 속에서 영업을 이어온 상인과 세입자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해법을 찾는 데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업 주체와 상인,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논의 구조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상인과 사업 주체,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의견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며 “당장은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보여도 전체 사업 기간을 놓고 보면 갈등을 줄이고 더 빠르게 진행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원혁 기자
garden7074@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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