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인공지능 시대 필수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건립이 국내에서 잇달아 추진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량에 대한 정보 공개가 극히 제한적어서 수자원 이용의 투명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문학적인 연산 과정을 처리하는 AI 데이터센터의 특성상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려면 냉각수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막대한 수자원 관리와 물 사용량의 투명성 문제가 핵심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6년 1분기 건설공사 계약액 통계를 보면, 국내 민간 부문의 인프라 투자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전체 건설공사 계약액은 전년 동기 60조 1000억 원 대비 23.4% 증가한 74조 1000억 원을 기록했다. 성장을 견인한 것은 민간 부문이다. 국토교통부는 민간 부문의 대형 반도체 생산시설과 신산업 투자인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사업의 영향이 계약액 상승을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토목공종 내 산업설비 계약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9.0% 폭증한 11조 원을 기록한 점과 건축공종이 민간 공장 증설의 영향으로 16.6% 증가한 45조 1000억 원을 기록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도 가시화되고 있다. GS그룹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낙점하고, 충남 당진과 강원 동해 지역을 유력한 후보지로 삼아 정부와 구체적인 사업 규모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론되는 프로젝트는 각각 1.2GW(기가와트) 규모에 달하는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다. 당진에는 GS EPS의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가 있고, 동해에는 GS동해전력의 발전 기반이 갖춰져 있어 안정적인 전력 공급체계를 바탕으로 데이터센터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주민 반발 거세지자 글로벌 빅테크 일제히 물 환원 나서
해외에서도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립이 우후죽순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핵심 원인 중 하나가 막대한 수자원 이용에 따른 환경 부담과 물 부족 문제다. 글로벌 조사 기관 갤럽이 올해 3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71%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것을 강력히 반대했다. 전력망 과부하와 더불어 지역사회의 담수를 데이터센터가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여론이 악화하자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등 대표적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최근 앞다투어 고강도 물 관리 프로젝트와 혁신 기술을 발표하고 나섰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구글은 일찍이 2021년에 자사가 소비하는 담수량의 120%를 지역사회와 유역에 다시 채워 넣겠다는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 목표를 선언한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구글은 지난 6월 3일, 전 세계 97개 유역에서 165개의 수자원 관리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며, 공공 수자원 인프라 개선을 위해 5억 달러(69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강화된 공약을 추가로 발표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역시 적극적이다. 아마존은 2022년에 2030년까지 ‘워터 포지티브’를 달성하겠다는 글로벌 공약을 발표했으며, 2025년 기준 목표치의 75%를 달성했다고 지난 3월 31일 밝혔다. 특히 마모된 공공 인프라 교체와 지하수 보존을 위해 미국 오레곤주 지역사회에만 2억 3500만 달러(3600억 원)를 전격 투자하는 등 물 환원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냉각 과정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4년에 도입한 AI 워크로드 최적화 신규 데이터센터 디자인을 바탕으로, 물을 전혀 증발시키지 않는 ‘무증발 냉각 및 칩 레벨 냉각 시스템’의 도입·확대를 지난 24일 공식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통해 시설당 연간 1억 2500만 리터 이상의 물을 절감함과 동시에, 2025 회계연도에 이미 글로벌 사업장 전체 기준으로 취수량보다 많은 양의 물을 채워 넣는 물 환원 이정표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AI 칩 공급으로 데이터센터 열풍의 중심에 선 엔비디아도 가세했다. 엔비디아는 6월 22일과 23일에 걸쳐 데이터센터 내부의 수자원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고온 액체 냉각 기술을 전격 공개했다. 최고 45°C의 따뜻한 냉각수를 폐쇄 루프(Closed-loop) 시스템 내에서 끊임없이 재순환시키는 이 방식을 통해,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내부 운영에 소요되는 물 사용량을 사실상 제로(0)에 가깝게 제거해 자원 고갈 우려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국제사회 역시 제도적인 공동 대응을 시작했다. 6월 24일 영국에서 열린 ‘런던 기후행동 주간(London Climate Action Week)’에서는 도시 단위의 데이터센터 환경 영향을 통제하기 위한 ‘글로벌 도시 데이터센터 협약(Global Urban Data Centres Pact)’이 공식 출범했다.
C40 도시기후리더십그룹(C40 Cities)이 주도하고 런던, 피닉스, 멜버른 등을 포함한 40개 이상의 도시가 참여하는 이 협약은 데이터센터 산업이 도시의 전력망, 수자원 및 지역사회에 미치는 과도한 부담을 줄이고,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표준을 마련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 자리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글로벌 AI 기업들을 향해 “AI 혁명이 가져올 이면에 숨은 환경 비용에 대해 정직해야 한다”며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구테흐스 총장은 “2030년이 되면 AI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물의 양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주민 13억 명의 1년치 기본 생활용수와 맞먹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데이터센터 운영에 따른 탄소 배출량과 물 사용량을 투명하게 측정하고 대중에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 데이터센터는 ‘깜깜이’, 기준 마련과 정보 공개 필요
글로벌 시장이 데이터센터의 수자원 책임성과 투명성 강화에 사활을 건 것과 달리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국내에 구축되었거나 향후 건설 예정인 데이터센터들이 물을 구체적으로 얼마나 쓰는지, 냉각 후 배출되는 온수나 폐수는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집계되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는 AI 데이터센터를 명확히 규율하고 분류하는 제도가 없다. 집계하는 부처나 기관에 따라 데이터센터 개수조차 제각각이다. 데이터센터의 연간 수자원 사용량, 운영 주체 등에 대한 통합적인 관리는사실상 공백 상태며, 정부조차 전체 물 소비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의 물 사용량은 각 기업이 자율적으로 발간하는 ‘지속가능성보고서’나 ESG 공시를 통해서 단편적으로 확인하는 정도다. 이마저도 공시 항목에 포함되지 않으면 제삼자가 확인할 길이 없다. 문제는 대부분의 공시가 데이터센터 단위가 아니라 기업 ‘전체’ 단위로 합산해 발표한다는 점이다. 데이터센터가 여러 곳인 경우에는 특정 지역 데이터센터가 그 지역 수자원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과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유럽연합(EU)이나 독일 등 해외 주요국들은 데이터센터 운영자에게 총 물 투입량과 물 사용 효율 지표(WUE)를 매년 정부에 보고하도록 법으로 강제한다. 반면 한국은 관련 규제가 턱없이 부족하다. 주민들이 거대 시설의 냉각수 사용량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시 제도 또한 없다. 세계적 흐름에 발 맞춰 정부 차원의 측정 기준 마련과 함께 기업들이 물 사용량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관련 제도의 도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핫클릭]
·
'우주로 쏘아올린 데이터센터' 스페이스X, 실증 위성 'AI1' 과연 성공할까
·
네이버 찾은 젠슨 황 "AI 모델·클라우드·로봇 함께 간다"
·
AI 데이터센터 특별법 국회 통과…'규제 없는 진흥' 괜찮을까
·
엔비디아가 공개한 '유연한' AI 데이터센터의 정체
·
현대차, 새만금에 10조 원 투입해 수소 경제 '전초기지' 짓는다
·
"전기료 상승은 AI 데이터센터 탓" 트럼프, 빅테크 압박





















![[사정기관 AI 리포트] ② [단독] 검찰, 디지털 증거 분석에 생성형 AI 도입한다](/images/common/side01.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