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수출입은행 자본금 확대법’(수은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지부진했던 폴란드와의 2차 무기 수출 협상이 다시 탄력받게 됐다. 우리 방산기업 수출 계약 수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는 한국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15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늘리는 수은법이 통과됐다. 현행법상 수출입은행(수은)은 특정 개인과 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한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지난 2022년 폴란드와 K2 전차 180대, K9 자주포 152문, FA-50 전투기 48대 등 17조 원 규모의 1차 무기 수출 계약을 맺었다. 폴란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규모 무기 수입을 추진 중이지만 무기 대금을 치를 현금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수은 등 한국 금융기관이 자금을 대출해주는 형태로 폴란드에 지원한 뒤 실제 무기 대금은 차후에 회수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1차 계약 당시 수은은 자기자본의 40%에 해당하는 6조 원을 폴란드에 대출해 한도를 모두 소진했다. 이후 폴란드와 나머지 물량을 공급하는 2차 방산 수출 계약을 추진했지만 수은의 자본금 한도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
방위사업청은 K9 자주포 308문, K2 전차 820대 등 30조 원 규모의 2차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엄동환 전임 방사청장은 지난 8일 폴란드 방문해 안제이 그지브(Andrzej Grzyb) 폴란드 국방위원장을 만나 거래에서 걸림돌로 지적받았던 금융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 많은 수출 품목인 K9 자주포와 K2 전차의 계약 물량이 취소될까 전전긍긍하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도 현지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폴란드 정부를 설득했다.
정부와 산업계의 간절한 호소에 국회도 응답했다. 수은법 개정안이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것.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위 소속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K-방산 폴란드 수출계약 지원을 위한 수은법이 마침내 최대 난관인 기재위 경제재정소위를 통과했다”며 “폴란드 총리가 직접 재촉하고 탈락한 경쟁국들도 눈독 들이던 상황이었는데, 정말 십년감수했다”고 밝혔다.
특히 820대의 K2 전차의 잔여 계약을 앞두고 가장 애가 탔던 현대로템은 수은법 개정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에 더해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의 ‘K2 러브콜’이 이어지며 추가 수주 가능성도 올라가면서 올 한 해 최고의 실적 상승을 꿈꾸게 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수은법 개정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원이 담보될 경우 현지생산 물량이 포함된 K9 308문의 실행 계약을 추가로 추진할 수 있을 전망이다. 1조 6000억 원 규모의 천무 2차 계약도 기대된다. 올해 루마니아 K9 자주포 수출이 가시화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고의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동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와 잔여 계약에서 10조 원 정도의 신용공여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라며 “수은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 불확실성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경우 수출 대상국가와 품목도 다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본이 부족해 판매국에 수출 금융을 요청하고 있는 이집트, 루마니아 등의 국가와도 수출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방산 관계자는 “이집트는 무기를 살 자본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폴란드 사업이 끝나면 이집트와 개정된 수은법을 통한 대출 및 금융 지원으로 방산 수출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현건 기자 rimsclub@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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