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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주식은 '성장', 부동산은 '죄'…정책 커뮤니케이션의 함정

다주택 매각 유도, 임대 공급까지 흔들면 역풍이 온다

2026.02.09(Mon) 17:10:31

[비즈한국] 코스피가 2026년 1월 27일(종가 기준) 5000을 달성했고, 정부·여권은 곧바로 “코스닥 3000”을 다음 목표로 내걸었다. 거의 같은 시기,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주택 보유를 직접 겨냥한 고강도 메시지를 연일 쏟아내며 “버티면 손해”라는 신호를 시장에 반복적으로 송출하고 있다. 그리고 정책의 ‘데드라인’은 명확하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는 2026년 5월 9일 종료가 정부의 공식 기조로 확인됐다.

 

이 조합을 두고 질문은 자연스럽다.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고, 부동산 매도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유도하려는 의도 아닌가?” 충분히 그럴듯한 해석이다. 다만 ‘의도’는 언제나 단정하기 어렵다. 대신 정치·정책 커뮤니케이션이 실제 시장에 남기는 결과는 비교적 냉정하게 점검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그 점검이다.

 

주식시장으로 유동성을 돌리겠다고 해서, 주거를 ‘벌점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일러스트=생성형 AI


#대통령의 SNS는 ‘정책’이 아니라 ‘신호’—시장은 신호로 움직인다

 

대통령의 강한 언어는 법 조문이 아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종종 법보다 빠른 ‘예고편’으로 받아들인다. 실제로 보도들은 대통령 메시지가 매물 출회 유도, 추가 세제개편 가능성 시사, 언론·시장에 대한 경고의 성격을 띤다고 해석한다.

 

여기서 핵심은 이것이다. 신호가 강할수록, 시장은 ‘다음 규제’와 ‘추가 처벌’을 먼저 가격에 반영한다. 그러면 매수자는 관망하고, 갈아타기는 멈추고, 임대인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월세로 전가하려 든다. 정책이 의도한 것과 정반대의 경로로 불안이 확산할 수 있다.

 

#“다주택 매물 늘리면 끝”이라는 단순함—임대차 시장을 무너뜨릴 수 있다

 

질문하신 문제의식(무주택자 임차물건 부족, 전월세 상승)은 이미 통계가 경고하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 2025년 기준(집계치 기준) 전세 거래는 감소, 월세 거래는 증가 흐름이 확인된다. KB 리포트는 전월세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62.7%까지 높아지는 구조 변화를 지적한다.

 

이 상황에서 “다주택을 팔아라”는 압박이 강해질수록, 특히 세입자가 낀 주택은 시장에서 두 갈래로 움직인다. 첫째, 실거주 매수자에게 넘어가면 임대주택 재고가 줄어든다. 전세 물건은 더 희소해지고, 월세 전환은 가속된다. 둘째, 팔지 못하거나(잔금·등기·규제) 팔기 싫다면 임대인은 불확실성을 가격에 얹는다. “정책 리스크”가 월세 인상 명분이 된다는 것이다. 즉 다주택 매각 유도는 ‘매매 안정’의 처방일 수는 있어도, ‘임대 안정’의 처방은 아닐 수 있다. 무주택자의 고통은 집값만이 아니라 거주비(월세·관리비·이사비·교육비) 총합으로 온다. 여기서 정책이 실수하면 표면의 집값은 잠시 눌러도, 바닥에서 전월세가 폭발한다.

 

#더 치명적인 변수는 ‘공급’—2026년은 신축이 모자란다

 

임대차 불안의 연료는 규제만이 아니다. 절대 물량이 부족하면 어떤 메시지도 임대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렵다. 2026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 6412가구로 전년 대비 48% 감소한다.

 

공급이 줄어드는 구간에서 “팔아라”는 메시지가 반복되면, 시장은 이렇게 번역한다. 매수자는 “더 세진다는데 지금은 기다리자.” 임대인은 “불확실한데 전세로 묶일 이유가 없다. 월세로 받자.” 세입자는 “전세는 없고, 월세는 비싸다. 더 멀리 간다.” 이때 주거 사다리는 끊긴다. ‘내 집 마련’은 사라지고 ‘이사 난민’만 남는다.

 

#“유동성을 주식으로”—발상 자체는 틀리지 않다. 문제는 ‘방법’이다

 

정부가 자본시장 육성(코스피 5000, 코스닥 3000)을 성장 전략으로 제시하는 것 자체는 정당하다. 부동산 쏠림을 완화하려면, 국민이 선택할 만한 신뢰 가능한 금융 투자 생태계가 커져야 한다.

 

여기에는 한 가지 금도가 있다. 주식시장으로 유동성을 돌리겠다고 해서, 주거를 ‘벌점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부동산은 투자자만의 게임이 아니다. 주거는 생존이고, 교육이며, 노동시장 이동성이다. 대통령의 언어가 ‘투기와의 전쟁’에서 멈추지 않고 ‘집 가진 자와의 전면전’처럼 들리는 순간, 정책은 정당성을 잃는다. 그리고 정당성을 잃은 정책은 시장에서 회피와 왜곡만 낳는다.

 

#실거주 수요까지 위축시키는 ‘과잉 일반화’의 위험

 

최근 대통령이 “비거주 1주택”, “똘똘한 한 채 갈아타기”까지 경고성 메시지로 언급했다. 이 지점이 가장 위험하다. 실거주자의 갈아타기는 정상적인 주거 이동이다. 1주택자의 비거주 문제는 일률적 낙인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직장 이동, 부모 봉양, 자녀 교육, 질병 등 사정은 복잡하다.

 

대통령이 투기 억제를 말할수록, 메시지는 더 정교해야 한다. “투기 수요”와 “생활 수요”를 같은 문장에 넣는 순간, 정책은 중산층의 불안을 키우고 시장의 거래를 얼린다. 거래가 얼면 가격이 안정되는 게 아니라, 임대가 불안해지고 ‘비정상 프리미엄’만 커진다.

 

#대통령에게 원하는 언어는?

 

정책의 옳고 그름 이전에, 대통령의 말은 국민의 심리와 시장의 가격을 동시에 건드린다. 그러므로 바람직한 태도는 “강하게 말하느냐, 약하게 말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원칙과 패키지로 말하느냐에 달려 있다.

 

첫째, ‘처벌의 언어’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원칙’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짧아야 한다. 그러나 짧을수록 더 위험하다. 그래서 더더욱 원칙형 문장이어야 한다. “다주택자는 나쁘다”가 아니라 “투기적 보유로 임대차 불안을 키우는 행위는 줄이되, 실거주 이동성과 임대 공급은 지키겠다” 이 한 줄이 대통령의 품격이자 시장 안정의 출발점이다.

 

둘째, ‘매각 압박’과 동시에 ‘임대 공급 방어책’을 함께 내야 한다. 다주택 매각을 유도하려면, 그만큼 임대 재고가 빠져나갈 것을 전제로 임대차 시장 방어가 따라야 한다. 장기임대 유인(세제·금융), 등록·비등록의 단순 이분법이 아닌 ‘장기·안정 임대’에 대한 보상, 신축 공급 공백기에는 공공·민간 빌드-투-렌트(Build-to-Rent·기업형 임대) 등 대체 공급, 전세→월세 전환이 불가피하다면 저소득·청년·신혼의 주거비 보조를 ‘자동 안정장치’로 붙이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런 패키지 없이 “팔아라”만 남으면 결과는 전월세 폭등으로 돌아온다.

 

셋째, 데드라인 정치를 하더라도 ‘제도 설계의 섬세함’을 보여야 한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2026년 5월 9일) 자체는 예고된 수순이라 해도, 그 주변에는 세입자 낀 거래, 잔금·등기 관행, 조정지역 확대 가능성 같은 복잡한 변수가 있다. 정부도 보완방안을 검토·언급하고 있다. 대통령의 태도는 여기서 갈린다. “버티면 손해”가 아니라 “세입자·실거주·거래 관행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기술적 보완을 병행하겠다”고 말했어야 한다. 대통령이 ‘기술’을 말하는 순간 시장은 안정을 배운다.

 

넷째, 자본시장 육성은 ‘부동산 때리기’의 부산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코스피 5000, 코스닥 3000은 국가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전략이 “부동산을 죄악시하니 주식으로 와라”로 들리면, 국민은 주식을 성장 자산이 아니라 정책 피난처로 인식한다. 그 순간 자본시장은 체질이 아니라 테마가 되고 변동성만 남는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은 ‘분노의 대상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통치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은 늘 정치가 탐내는 과녁이다. “집 가진 사람”을 때리면 박수가 나온다. 하지만 대통령이 겨냥해야 할 것은 사람이 아니라 구조다. 공급의 비탄력성, 임대차의 불안정성, 금융 규제의 부작용, 지역 간 일자리·교육 격차가 만드는 수요 집중이라는 구조를 말하지 않고 사람을 말하면, 국정은 쉬워지는 대신 시장은 더 어려워진다.

 

결국 “집값을 잡는 대통령”이 아니라 “주거를 안정시키는 대통령”이어야 한다. 지금 대통령의 고강도 SNS는 단기적으로 매물을 흔들 수 있다. 실제로 시장은 “매물 출회”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그러나 임대차 지표는 이미 월세화와 전세 위축을 경고하고 있고, 공급은 2026년 가파르게 얇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따라서 대통령의 바람직한 언어는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투기를 겨냥하되, 주거를 겨냥하지 말라.” “매각을 촉구하되, 임대 공급을 보호하라.” “강한 말을 하되, 예측 가능한 원칙과 보완책을 함께 내놓아라.”

 

증시는 국가의 성장 엔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주거는 국민의 바닥이다. 바닥을 흔들어 엔진을 돌리려는 국가는 오래 못 간다. 대통령의 언어가 바뀌어야 한다. “호통”이 아니라 “설계”로, “쪼기”가 아니라 “안정”으로.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다시쓰는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 설명서(2025)’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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