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해양수도 부산에 동남투자은행(가칭)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제안했다.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기지 않는 대신 동남투자은행을 설립해 부산과 울산, 경남의 성장을 이끄는 정책금융을 담당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잘되면 ‘한국해양진흥공사’, 안 되면 ‘정책금융공사’처럼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산업은행이나 한국해양진흥공사에서 관련 업무를 하는 상황이어서 자칫하면 성격이 중복된 투자은행이 다른 곳에 흡수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부울경 특화 ‘국책 투자은행’ 제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안한 동남투자은행은 국책은행 모델이다. 초기 설립자본은 3조 원가량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산업·기업·수출입은행이 공동 출자하는 형식이다.
이 후보는 자신의 SNS에 “해양금융으로 북극항로를 뒷받침하고, 산업금융으로 동남권 제조업 벨트의 산업 대전환을 주도하며, 지역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이끄는 국책은행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산, 울산, 경남은 조선과 자동차, 석유화학, 기계산업 등 중화학공업의 중심지로 성장했으나 산업구조가 재편되고 글로벌 산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며 “부·울·경의 미래산업을 키우고 지역경제를 되살리려면, 지역 맞춤형 금융 지원 체계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며 동남투자은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산과 울산, 경남의 산업에 맞춤형 투자를 할 수 있는 정책금융 전담 국책은행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인데, 금융권에서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이재명 후보 측이 ‘대안’으로 제시했다는 평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찬성하는 유권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대안으로 내놓은 것 아니겠냐”며 “어떤 의미에서 조금 더 가능성 높은 ‘부울경 특화 모델’을 제시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롤모델은 한국해양진흥공사?
금융권에서는 산업은행이나 한국해양진흥공사와의 업무 중복 우려가 나온다. 산업은행은 부산 이전을 염두에 두고 이미 해양산업금융본부를 부산으로 옮겼고, 동남권투자금융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2018년 신규 출범한 한국해양진흥공사도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한진해운 부도 전후로 침체된 해운업을 지원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7월 5일 신규공사로 출범했다. 법정자본금은 5조 원, 설립자본금은 3조 1000억 원 규모이며 임직원은 100여 명 정도다. 2024년 12월 기준 지분은 정부가 50%, 산업은행이 20%, 수출입은행이 17%를 소유하고 있다.
동남투자은행 역시 한국해양진흥공사와 유사한 형식의 ‘정책금융 담당 공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해운업만 담당하는 해양진흥공사와 다르게 부산과 울산, 경남의 산업단지 성격을 염두에 두고 범위를 더 넓히겠다는 것인데, 이럴 경우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과 업무가 중복될 여지가 있다”면서도 “정부 보증으로 공사채를 발행해 자본을 조달하는 방식이면 공사나 준공사 성격을 띠게 될 텐데 자칫 정책금융공사처럼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정책금융공사는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9년 10월, KDB산업은행의 정책금융 기능 강화 조치의 일환으로, 산업은행으로부터 분리해 신설됐지만 2015년 1월 1일자로 KDB산업은행에 재흡수됐다.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하고 지역개발, 사회기반시설의 확충, 신성장동력산업 육성 등을 취지로 출범했지만,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전문성과 경험을 보유한 한국산업은행의 정책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 아래 산업은행으로 흡수됐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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