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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의 "잔인한 금융" 화두, 은행권 중금리 대출 압박 커지나

신용평가 혁신·서민금융 재정의 주문…금융당국 정책 강화 가능성 주목

2026.05.03(Sun) 17:56:55

[비즈한국]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개인 SNS에 올린 금융 구조에 관한 글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잔인한 금융’이라는 문제 의식을 정면으로 드러내면서 금융당국의 정책 대응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포용 금융과 중금리 대출 확대는 이미 추진 중이지만, 당국의 정책에 따라 은행권의 대응도 한층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2025년 11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금융 구조에 관해 개인 SNS에 올린 글에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 실장은 2일부터 3일까지 페이스북에 금융 구조에 관한 성찰과 신용평가 방식을 비판한 글 세 편을 연달아 게시했다.

 

김 실장은 ‘한국 금융은 왜 이토록 잔인한가: 신용등급이라는 불완전한 과학’이라는 제목의 첫 게시글에서 “대통령이 ‘왜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이 낮은 금리를 누리고 가장 절박한 사람이 가장 비싼 이자를 내야 합니까’라고 반복해서 질문했다. 처음엔 헛웃음이 났다”며 운을 뗀 뒤 “나는 이 잔인한 시스템을 설계하고, 작동시키고, 정당화해 온 사람이다. 명백한 공범”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글에서 김 실장은 “금융위기를 만든 몸통은 대마불사의 논리로 살아남거나 구조조정이라는 명분 뒤에 숨지만, 후폭풍은 중저신용자에게 향한다. 상위 등급은 낮은 금리로 안온하게 자금을 조달하지만, 그 아래에는 고금리 절벽이 기다린다”며 금융시장을 중간 지대가 없는 ‘도넛’에 비유했다. 

 

그는 “은행에 중간 지대는 가성비가 맞지 않는 구간이다. 핀테크가 등장하면 이 구도가 깨질 줄 알았으나 ‘회피’라는 본성은 바뀌지 않았다”며 “위험은 연속적인데, 금융은 그걸 가차 없이 끊어버린다. 그리고 그 경계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은 더 높은 비용을 감수하며 시장 밖을 떠돈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치밀하게 방치된 구조적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마지막 글에서 김 실장은 기존의 구조를 바꿀 세 가지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글을 쓴 목적은 신용 질서를 무너뜨리거나 무책임한 탕감을 주장하자는 게 아니다. 제도 금융이 충분히 돌아보지 못했던 사람들을 더 정확하게 평가하자는 것”이라며 “질문은 내가 던졌지만, 해법은 금융당국과 면허라는 특권을 부여받은 시중은행·인터넷은행·서민금융기관이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 구조를 바꾸기 위해 △은행의 대출 구성 변경 △신용평가 혁신 △서민금융기관 재정의 3가지 방안을 내놨다. 중간 지대를 회피하고 고신용자에게 의존하는 대출 구성에서, 특정 구간을 비워두면 성장이 어렵게 바꿔야 한다고 제시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평가의 틀을 넓히고, 서민금융기관이 관계 중심의 모델을 넘어 현대 사회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4월 27일 KB금융희망센터에서 제4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개최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실력파 경제 관료로 꼽히는 김용범 실장은 이재명 정부의 초대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역임했다. 금융위원회에서는 자본시장국장,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을 거쳐 제7대 부위원장을 맡았다. 공직에서 물러난 2022년에는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직을 맡아 블록체인·가상자산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기도 했다.

 

‘잔인한 금융’에 관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2025년 9월 국무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서민 금융 지원 방안을 보고받던 이재명 대통령은 최저 신용자의 대출 금리가 연 15.9%라는 말에 “어려운 사람의 이자가 더 비싸다”며 “어떻게 여기에 서민 금융이라는 이름을 붙이느냐. 가장 잔인한 영역이 금융 같다”고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한 달 후 서울시 동대문구에서 열린 ‘국민의 목소리, 정책이 되다’ 정책간담회에서도 “금융이 못 갚을 확률이 높은 집단을 신용등급으로 구분해 이자를 더 내게 한다. 금융이 너무 잔인하다”고 지적하며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김용범 실장을 향해 개선책을 요구했다.

 

김 실장의 글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포용 금융과 생산적 금융을 금융권 핵심 의제로 제시한 가운데, 향후 금융당국이 포용 금융과 중금리 대출 관련 정책에 힘쓸 것으로 점쳐진다. 4월 27일 금융위원회는 채무상담센터인 서울 동작구의 KB금융희망센터에서 제4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사잇돌 대출과 민간중금리 대출 제도 개선 등을 담은 ‘중금리 대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요구에 따라 은행권에서도 다양한 포용 금융 방안을 내놓고 있다. 앞선 금융위 회의에서 KB금융지주는 ‘포용적 금융 이행 방안’을 내놨다. KB금융은 청년·지방·취약계층을 위해 KB미소금융재단에 1000억 원을 추가 출연하고 청년 대상으로 대출 공급을 확대한다. 대안 정보 등을 활용한 중금리 대출 공급 방안, 연체 채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한 채무 조정 등을 시행하는 내용도 담겼다. KB금융은 2026년 1분기 사회적 가치를 화폐가치로 산출한 금액이 8286억 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KB금융은 “지속적인 사회 환원을 통해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금융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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