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부가 음식점 내 반려동물 동반 출입을 합법화한 지 두 달이 지났다. 반려동물 출입 가능 업소 수가 늘면서 정부에서는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반려인들의 체감은 다르다. ‘동반 가능’ 표시가 늘어난 것과 반려동물이 환영받는 공간이 늘어난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1870곳 ‘동반 가능’…실제로는?
3월 1일 개정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이 시행되면서 음식점 내 반려동물 동반 출입이 합법화됐다. 그간 식품접객업소 내 동물 출입은 음식물 오염과 감염 우려 등을 이유로 제한됐지만, 개정 시행규칙에 따라 일반음식점과 카페·제과점 등은 정해진 위생·안전 기준을 갖추면 반려동물 동반 손님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시행 초기에는 현장 혼란이 컸다. 업주들 사이에서는 시설 기준과 준수사항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불만이 잇따랐다. 반려동물의 예방접종 여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데다 조리장 출입 차단 울타리 설치, 전용 식기·세척 도구 분리 보관, 반려동물 전용 쓰레기통 비치 등도 요구됐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3월 19일 가이드라인을 일부 완화했다. 반려동물을 안고 있거나 이동장에 넣은 경우 테이블 간격 기준을 완화하고, 예방접종 여부도 기존 증명서·수첩뿐 아니라 QR코드 등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현장의 불만은 다소 수그러든 분위기다. 식약처 관계자는 “시행 초기에는 관련 민원이 많았지만 개선 대책을 발표한 뒤 민원이 크게 줄었다”며 “어느 정도 제도가 정착 중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지자체에 등록된 반려동물 동반 가능 업소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에 따르면 5월 6일 기준 반려동물 동반 가능 업소는 총 1870곳으로 집계됐다. 반려동물 동반 출입이 허용된 직후 280여 곳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두 달여 만에 6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다만 반려인들이 느끼는 변화는 통계와 온도 차가 있다. 반려동물 동반 가능 업소 수는 늘었지만, 정작 반려동물이 환영받는다고 느낄 만한 공간을 찾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매장 홍보 효과나 신규 손님 유입만을 노리고 ‘반려동물 동반 가능’ 문구만 내건 업소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A 씨는 “반려동물 동반 출입이라면서 ‘한 번이라도 짖으면 출입 불가’라는 안내문을 내건 곳도 있다. 이런 곳은 마음 놓고 방문하기가 어렵다”며 “동반 가능 식당과 카페가 늘었다고 하지만 체감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예전부터 반려견과 자주 가던 곳들이 노펫존으로 바뀌어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 제도 시행 이후 이전부터 반려동물 동반 손님을 받아왔던 업소 중 일부는 강화된 기준과 운영 부담을 이유로 영업을 중단하거나 노펫존으로 돌아서는 흐름도 나타났다. 반려동물 동반 카페로 입소문을 탔던 경기도 화성시의 B 카페는 3월부터 영업을 잠정 중단했다. 카페 관계자는 “바뀐 규정에 맞게 매장을 재정비하려고 했지만 고민이 많다”며 “반려동물 예방접종 기록을 일일이 확인하는 절차나 손님들과의 마찰 등을 고려하면 매장 운영이 쉽지 않을 것 같아 영업 재개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관리 소홀 따져라” 7월 단속 앞두고 업주 부담
3월 30일 열린 반려동물 정책위원회 첫 회의에서도 반려동물 동반 입장 제도가 도마에 올랐다. 특히 예방접종 여부를 업소가 확인하도록 한 기준을 두고 논란이 제기됐다. 회의에 참석한 설채현 수의사는 “광견병 등 인수공통전염병 발생률이 극히 희박함에도 음식점 출입 시 예방접종 기록을 일일이 인증하도록 한 것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비현실적 규제”라고 비판했다.
식약처는 예방접종 확인 절차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제도 개정 당시에도 수의학계, 소비자단체 등과 간담회를 진행했고 예방접종 확인의 필요성이 언급됐다”며 “여러 질병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사람과 함께 이용하는 공간에서는 최소한 예방접종을 확인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입장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지속적으로 총리실과 논의하면서 개선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동반 음식점이 예방접종 확인 등 위생·안전관리 기준을 위반할 경우 최대 영업정지 20일 처분까지 가능하다. 식약처는 제도 시행 초기 현장 안착을 고려해 단속을 7월까지 유예했지만, 계도기간이 끝나면 실제 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업주들의 우려도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단속이 시작되면 사소한 운영 미흡이 민원이나 신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온라인에서 반려동물 동반 업소에서 사고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업주의 관리 소홀 여부를 확인하라는 취지의 글이 공유되고 있다. 입구 안내문 게시 여부, 예방접종 확인 절차, 직원의 현장 통제 여부 등을 사진이나 녹취로 남기라는 내용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근거로 업소가 관련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주 입장에서는 반려동물 동반 손님을 받는 것 자체가 민원과 행정처분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반면 식약처는 제도권 안에서 기준을 갖추고 운영하는 것이 오히려 업주 보호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식약처 관계자는 “영업장 내 사고 등에 연루될까 걱정할 수 있으나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다면 책임 공방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영업해야 책임이 줄어든다고 보는 업주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제도 안내와 현장 지도를 위한 사전 컨설팅에 집중하고 있다”며 “유예기간이 끝난 뒤에는 민원 신고가 접수될 경우 현장 점검을 거쳐 처분 여부를 판단하거나, 필요시 특별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
[단독] 대우건설, '스튜디오푸르지오' 설립…콘텐츠 제작 뛰어들었다
·
[현장] '바이오코리아 2026' 빛낸 강소 3인방, AI·로봇·범용 세포치료제 띄운다
·
[단독] 푸른그룹, 렌털 법인 설립…구혜원 회장 신사업 직접 챙긴다
·
김용범의 "잔인한 금융" 화두, 은행권 중금리 대출 압박 커지나
·
CU 물류 파업 끝났지만 '점주 보상' 불씨 남았다
·
수제맥주 1세대의 몰락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파산 후폭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