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상상인저축은행의 매각 일정이 지연되면서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상상인은 금융당국의 지분 처분 명령 이후 3년째 저축은행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OK저축은행과의 협상 결렬에 이어 KBI그룹과의 거래마저 지연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악화된 건전성과 자본 확충 부담, 고용 승계 문제 등을 지연 배경으로 거론한다. 다만 KBI그룹이 라온저축은행 인수 경험과 금융당국으로부터 승인 받은 이력이 있는 만큼, 성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상인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처분 예정일을 4월 30일에서 8월 31일로 연기했다. 최초 처분 예정일은 3월 31일이었으나 4월 30일로 미뤘는데, 재차 연장했다. 상상인은 4월 30일 공시를 통해 “8월 31일까지 금융위원회 주식 취득 승인이 이뤄지지 않거나 취득 승인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거래를 종결하지 못할 경우, 각 당사자가 주식양수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8월 말까지 당국 승인을 받지 못하면 KBI그룹과의 인수 계약 해제가 가능한 셈이다.
상상인은 2023년 10월 금융위로부터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지분 90% 이상을 매각하라는 명령을 받은 이후 3년 가까이 매각을 추진해 왔다. 2019년 12월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가 불법 대출 등의 혐의로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아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상상인 지분 23.6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상상인은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상상인저축은행의 유력한 인수 예정자였던 OK저축은행과의 협상이 결렬된 후, 상상인은 그해 10월 KBI그룹과 상상인저축은행의 지분 90.01%(1224만 1주)를 1107억 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KBI그룹은 자동차 부품 사업을 중심으로 산업 소재, 건설·부동산, 환경·에너지, 섬유 사업 등을 전개하는 기업이다.
현재 KBI그룹에서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주도하는 곳은 KBI국인산업으로 확인됐다. KBI국인산업은 경북 구미에서 폐기물 처리 사업을 하는 중견기업으로, 2025년 기준 매출 551억 원, 당기순이익 333억 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KBI그룹이 지난해 10월 상상인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이후 6개월 가까이 흘렀는데도 당국에 취득 심사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KBI그룹 관계자는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기 위해 절차에 따라 준비 중이며, 완료하는 대로 정식 접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KBI국인산업은 2025년 7월 구미 기반의 라온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금융업에 진출했다. 현재 라온저축은행의 지분 84.7%를 보유하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에 성공할 경우 저축은행 두 곳을 확보하게 된다. 금융위는 2025년 7월 23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KBI국인산업의 주식 취득을 승인하면서 “지방 저축은행에 대해 시장 자율 구조조정 기능이 작동한 첫 사례로 의미가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라온저축은행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정상화 과정에서 건전성이 악화해 2024년 12월 경영개선권고를 받은 상태였다.
금융위는 저축은행 대주주 자격에 대해서도 “KBI국인산업의 부채비율, 범죄경력 등 저축은행 대주주의 자격 요건 충족 여부를 철저히 심사했다”며 “라온저축은행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증자 계획도 적정하다고 판단했다”고 명시했다.
반면 이번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전은 당국 심사 접수부터 미뤄지면서 여러 추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자본 확충 방안과 임직원 고용 승계 등을 두고 조율하는 과정이 길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PF 부실 여파로 부실채권 비율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이 2025년 말 기준 22.53%를 기록하는 등 건전성이 악화한 상태다.
이에 관해 KBI그룹 측은 “상상인저축은행의 자본 확충은 2026년도 재무 실적에 따라 필요 시 검토할 것”이라며 “인수 후 고용 승계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인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KBI국인산업이 라온저축은행 지분 취득 승인을 받은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만큼 이번 심사 통과도 어렵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KBI국인산업은 라온저축은행 인수 후 자본 건전성을 개선하는 데 성공해, 금융위는 지난 4월 29일 라온저축은행의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해제했다.
한편 이번 매각 거래에는 사후 정산 조건도 포함됐다. 상상인저축은행이 과거 실행한 대출 채권·유가증권에 대한 손해배상과 벌금·추징금이 발생할 경우 이를 고려해 다시 정산한다는 내용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유 대표의 불법 대출 혐의와 관련해 1심에서 벌금 64억 3600만 원, 추징금 32억 18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관련 재판은 2심이 진행 중이며 결과에 따라 100억 원에 가까운 벌금·추징금 규모가 확정될 전망이다.
심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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