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SK텔레콤에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최근 유심(USIM) 해킹 사태로 23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데 따른 조치다. 개보위는 지난 27일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관련 안건을 심의한 뒤, 다음 날인 28일 SK텔레콤에 1347억 9100만 원의 과징금과 96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개보위 출범 이후 내려진 제재 가운데 가장 큰 액수다.

다만 시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차분했다. 일각에서는 과징금이 3000억 원에서 최대 5400억 원 수준까지 부과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실제로 확정된 금액은 그보다 훨씬 낮았기 때문에 주가에도 즉각적인 충격은 크지 않았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1348억 원의 과징금 확정은 과징금에 대한 다양한 견해 대비 낮은 수준으로 우려를 일부 해소했다”며 “과도한 과징금으로 인해 SK텔레콤의 배당 정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과징금 발표 직후인 28일 SK텔레콤 주가는 0.9% 하락하는 데 그쳤고, 다음 날인 1.29% 추가 하락했지만 오히려 ‘배당주 프리미엄’이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통신주는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힌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한 꾸준한 배당 성향 덕에 연말 배당 시즌이 다가오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이번 과징금이 SK텔레콤의 배당 정책을 흔들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배당 축소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은다. SK텔레콤은 연결 조정 순이익의 50% 이상을 배당하는 정책을 유지해 왔다.
김정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정보 유출 관련한 비경상적 항목, 즉 고객 감사 패키지, 과징금, 위약금 면제 등 최소 8000억 원으로 조정할 경우 현금 배당 7640억 원은 무리한 배당이 아니기 때문에 올해 감익이 배당 축소의 명분으로 작용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도 “배당금 지급이 일회성 비용 제거 연결 순이익 기준이라 이번 해킹 사건으로 인한 배당 감소 명분이 약하고, 최근 주주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라며 “10월 발표될 3분기 주당배당금(DPS)도 830원으로 유지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배당 안정성만큼 중요한 것은 본업인 무선 사업의 펀더멘털이다. 최근 통신 3사의 번호이동 건수는 이달 들어 하루 평균 2만 건을 넘지 않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가입자 유출입 없이 안정적 가입자 기반이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또 단통법 폐지와 신규 단말기 출시 시기가 맞물리면서 보조금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현재까지는 큰 폭의 보조금 지출이나 마케팅 비용 증가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즉, 단기 악재에도 SK텔레콤의 본업 경쟁력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실적 부진이 불가피하다. SK텔레콤의 2분기 연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줄어든 4조 3388억 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7.1% 감소한 3383억 원을 기록했다. 해킹 사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도 지난 4월 22일부터 29일까지 6110억 원가량을 순매도했다. 당분간 실적 악화와 외국인 이탈이 주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전망은 긍정적이다. 전문가들은 3분기에도 통신 3사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내년 이후 이익 성장은 SK텔레콤이 가장 뚜렷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홍식 연구원은 “장기 주주환원 가치로 보면 SK텔레콤이 3사 중 유일하게 저평가된 상황”이라며 “각종 악재가 산재한 상황인데 기우에 그칠 경우 주가 정상화 과정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기 불확실성이 주가에 이미 반영된 만큼 배당 안정성과 실적 정상화가 맞물리면 주가 회복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번 과징금으로 “악재는 현실화됐다”고 볼 수 있다.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이제는 실적 정상화와 배당 안정성에 눈을 돌려야 한다. 특히 통신주는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업종이다. SK텔레콤이 이번 위기를 넘어선다면 장기 보유 전략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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