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열린다. 이미 전 세계의 시선은 한반도에 집중돼 있다.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모이는 자리지만, 이번 회의의 중심에는 단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동이 있다. 두 사람의 악수는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향후 세계 교역 질서와 자본 흐름의 방향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인 그 장면이 글로벌 자본 흐름을 바꾸고,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APEC 이후, 코스피는 4000선을 넘어설 수 있을까.

APEC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난 2005년 부산 APEC 당시에도 테러 관련주나 휴대인터넷(WiBro), 지상파 DMB, 지능형 로봇 등이 테마주로 떠오르며 산업과 업종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처럼 국제회의는 구체적 정책을 확정하지 않더라도 시장 심리에 기대감을 불어넣는 계기가 된다.
특히 이번 APEC에서의 가장 큰 변수는 트럼프와 시진핑의 만남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재집권 이후 ‘관세 재조정’을 공언하며, 중국뿐 아니라 동맹국에도 산업별 맞춤형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주력 산업이 모두 협상 테이블에 오른 상황이다. 이번 회의를 전후로 ‘관세 완화’ 혹은 ‘전략적 예외’가 논의될 경우, 국내 시장에는 즉각적인 모멘텀이 형성될 수 있다. 반대로 APEC에서 만난 두 정상이 갈등을 노출하거나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는 메시지를 던질 경우, 국내 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해 APEC의 핵심 의제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공급망 안정화, 청정에너지 전환, 디지털 경제 협력이다. 이 세 가지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영역이다.
첫째, 반도체·AI 공급망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반등과 AI 서버 수요 급증에 힘입어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도 3분기 영업이익으로 ‘10조 클럽’에 입성할 전망이다. 최근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2개월 연속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만약 APEC 계기를 통해 반도체 장비·소재 분야의 무역 규제 완화나 투자 확대 논의가 가시화된다면,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입지는 한층 강화될 것이다.
둘째, 자동차·배터리 산업이다. 트럼프의 관세 조정안은 불확실성이지만, 동시에 북미 내 생산 확대나 현지화 인센티브 논의로 이어질 경우 국내 기업들에게는 중장기 호재가 될 수 있다.
셋째, 에너지·인프라 산업이다. APEC의 주요 의제 중 하나인 ‘청정에너지 전환’은 수소·원전·해상풍력·탄소포집 등 신산업 전반에 새로운 기회를 열 수 있다.
이번 APEC을 두고 시장은 ‘누가 오를까’보다 ‘앞으로 어떤 산업 구조가 강화될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APEC이 끝난 뒤에는 단기 테마보다 정책 후속 로드맵과 산업별 투자 계획을 살펴야 한다. 이와 함께 트럼프와 시진핑의 악수가 실제로 경제 협력으로 이어질지, 혹은 또 다른 무역 갈등의 서막이 될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번 회의는 단기 테마 장세보다는 중장기 구조 변화의 전환점에 가깝다. AI·반도체·청정에너지 같은 산업에는 이미 글로벌 자본이 대규모로 유입되고 있으며, APEC은 이러한 흐름에 정책이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한국 주식을 6조 원 이상 순매수했다. 이는 한·미 협상 기대감과 반도체 수출 호조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즉, 시장이 움직이는 것은 회의의 결과가 아니라 기대감이다. 정치와 외교의 문장 사이에 숨어 있는 자본의 움직임을 먼저 꿰뚫는 것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이기는 가장 현실적인 재테크 방법이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가장 보통의 투자] 영원히 오르기만 하는 주식은 없다
·
[가장 보통의 투자] 희비 엇갈린 카카오·네이버, 플랫폼 경쟁 어디로 가나
·
[가장 보통의 투자] 코스피 '하드캐리'하는 반도체 랠리 "시작일까 끝물일까"
·
[가장 보통의 투자] "SKT 해킹에 KT 유령기지국까지…" 통신주, 정말 방어주 맞아?
·
[가장 보통의 투자] 조지아주 구금 사태가 우리 기업에 던진 숙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