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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고팍스 인수 완료…'고파이' 사태 해결되나

FIU, 스트리미 이사회 변경 신고 약 3년 만에 수리… 바이낸스, 1억 달러 채무 갚고 국내 진출할지 주목

2025.10.17(Fri) 17:30:31

[비즈한국]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됐다. 바이낸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 거래소로, 2023년 2월 국내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운영사 스트리미)의 지분을 인수해 대주주가 됐지만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바이낸스가 인수와 관련한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 진출의 길이 열린 가운데, 고팍스의 부활과 ‘고파이 사태’ 해결에 눈길이 쏠린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국내 원화 거래소 고팍스의 대주주 승인 절차를 마쳤다. 사진=생성형 AI


16일 고팍스는 ‘이사회 변경 신고 수리 안내’를 통해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됐음을 알렸다. 더불어 대주주인 바이낸스와 협력해 예치 서비스 ‘고파이’ 피해금 상환을 위한 재원 확보와 소액주주 동의 등 후속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낸스는 2023년 2월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의 지분 67.45%를 인수해 대주주가 됐지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이사회 변경 신고를 수리하지 않아 법적 절차를 남겨둔 상태였다. 가상자산사업자(VASP)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특금법)에 따라 FIU에 사업자 신고를 해야 한다. 등기임원이나 대표자가 바뀔 때도 신고 절차를 거친다. 원칙적으로는 접수일 기준 45일 내 신고 수리 여부를 통지하나, FIU는 3년 가까이 수리를 미뤄왔다.

 

대주주 변경을 마친 고팍스는 고파이 사태 해결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고파이 사태란 2022년 11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의 여파로 고파이 예치금을 회수하지 못한 사건이다. 고파이 투자금을 운용하던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탈이 FTX 파산으로 신규 대출·환매를 중단했고, 투자자 예치금을 잃은 고팍스는 상환의 책임을 안게 됐다.

 

사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서 피해 규모는 더 커진 상태다. 리처드 텅 바이낸스 대표가 9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바에 따르면 채무의 48%를 상환하고 남은 피해액은 1억 2200만 달러(약 1734억 원) 규모다. 바이낸스는 규제 승인을 받으면 사태를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해왔다.

 

고팍스는 “이번 변경 신고 수리는 고팍스의 경영 안정성을 높이고 필요한 제도적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과정 중 하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고객 자산 상환과 이용자 보호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며 “이번 조치 이후 이어지는 갱신 신고 절차를 고파이 문제 해결의 실질적인 전환점으로 삼겠다”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신고 변경 수리를 미룬 건 바이낸스를 둘러싼 자금세탁 문제, 조세회피 논란 등을 우려의 시선으로 보면서다. 이후 당국은 2024년 6월 특금법 시행령과 감독규정 개정안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제도를 강화했다. 대주주 변경은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사항이 아니었으나, 개정 이후 신고 사항에 대주주 관련 정보를 추가했다. 최대주주 및 주요주주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 신고 심사를 중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신고사업자, 대표자, 임원, 대주주가 형사소송 중이거나 금융당국 및 수사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경우 당국은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심사를 중단할 수 있다.

 

바이낸스는 고파이 사태와 관련한 채무 상환에 힘쓴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리처드 텅 바이낸스 대표가 지난 9월 국내 언론과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고파이 사태와 대주주 승인 문제, 어려운 시장 환경 등으로 부진을 겪던 고팍스는 이번 신고 수리로 한시름 던 분위기다. 스트리미의 영업이익을 보면 2022년 –765억 원에서 2023년 –169억 원으로 적자 폭이 줄었다가, 2024년 다시 –298억 원으로 늘었다. 고팍스 관계자는 “채무 상환 후 재무 개선을 이뤄내고 사업 재개의 동력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팍스는 지난해 말 신청한 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선스 갱신 결과도 기다리고 있다. 가상자산사업자는 특금법에 따라 3년 단위로 라이선스를 갱신해야 한다. 다만 가장 먼저 신청한 업비트(운영사 두나무)의 갱신 결과도 나오지 않아 고팍스의 신고 수리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낸스는 고팍스를 통해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 진출할 길이 열렸다. 2023년 2월 바이낸스가 지분을 인수했을 당시에는 ‘고팍스 경영과 이사회를 분리한다’는 입장이었으나, 고파이 사태 해결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이후 경영에 나설지 주목된다. 고팍스 측은 “바이낸스의 지분 인수 이후 파견된 상근 직원은 없다”며 바이낸스가 고팍스 경영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스트리미 등기임원 중 바이낸스 측 인사는 사내이사인 스티브 영 김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바이낸스와 고팍스의 ‘오더 북(매매 호가창)’ 공유 여부에 눈길이 쏠린다. 세계 최대 규모의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오더북을 공유하면 거래량을 늘리고 가상자산 시세를 안정화 할 수 있다. 업비트 독주 체제인 국내 시장에서 고팍스의 입지가 바뀔 가능성도 생긴다. 다만 오더북 공유가 개인 정보 이전이라는 점에서 법적 제약이 있는 데다, 공유를 위한 인프라도 구축해야 해 실행 가능성은 낮다.

 

바이낸스와 고팍스 전 경영진 간의 갈등도 남았다. 양측은 고파이 채무 상환, 인수 대금 지급 등을 두고 분쟁하면서 국제 중재 절차를 밟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4월에는 창업주인 이준행 전 대표가 본인의 지분 가치 보상에 대한 대가를 요구했다며 조영중 스트리미 대표가 이 전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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