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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바이오 첨병 '배양육', 언제쯤 우리 식탁 오를까

소 근육세포·해조류 활용, 가루 제형 개발 등 국내 도전 활발…생산단가·소비자 거부감 줄이는 게 관건

2025.10.20(Mon) 15:06:25

[비즈한국] 생명공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배양육이 그린바이오(농업·식품 분야) 산업의 핵심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늘어나는 육류 소비에 대응해 식량안보는 물론 기후변화, 동물윤리 문제도 개선할 수 있어서다. 다만 배양육의 생산단가를 낮추고 소비자의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는 게 향후 산업 확대의 과제로 꼽힌다.

 

배양육이 국내 바이오 생태계의 외연을 확장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높은 생산단가와 ‘실험실 고기’라는 소비자의 심리적 거리감을 낮추는 게 향후 산업화 성공의 열쇠로 꼽힌다. 사진=생성형AI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배양육 시장은 연평균 51.65% 성장해 ​2034년에는 ​시장 규모가 366억 달러(5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글로벌 육류 시장에서 배양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지만 2030년 이후 1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배양육이 주목받는 것은 급증하는 육류 수요에 대응할 차세대 친환경 생산 단백질 공급원이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육류 생산량은 3억 5000만 톤이 넘는데 지난 50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글로벌 육류 소비량은 1961년 7100만 톤에서 2020년 3억 4000만 톤으로 4배 이상 늘었다. 2050년에는 4억 6000만~5억 70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소나 돼지, 닭 사육에 들어가는 토지와 사료, 물, 에너지 등을 고려하면 생산량을 늘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8%가 축산업에서 발생한다는 국제연합(UN) 식량농업기구(FAO) 보고가 있을 정도로 육류 소비 확대는 지구 온난화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23년 6월 업사이드푸드와 굿미트의 세포배양 치킨을 각각 승인했다. 2020년 12월 싱가포르(배양 닭고기)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배양육을 허가했다. 이후 이스라엘(소고기)은 2024년 1월, 호주와 뉴질랜드(배양 메추리)는 올 4월 각각 배양육을 식품으로 승인했다. 바야흐로 배양육 시대가 열렸다.

 

국내에서도 배양육을 포함한 그린바이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BIX2025 개회사에 참석한 ​고한승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은 기존 레드바이오(보건·의료·제약 분야) 중심에서 그린바이오, 화이트바이오(환경·에너지 분야)까지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확장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고 회장은 “바이오가 의약품이나 진단기기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에 밀접한 것들을 많이 만들 수 있다”면서 “배양식품에서부터 합성생물학을 이용해 생활에 필요한 유용한 물질들을 만들 수 있기에 이런 기술과 생태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업체 스페이스에프가 개발 중인 배양육. 사진=최영찬 기자


국내에서는 스페이스에프와 씨위드, 심플플래닛 등이 배양육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다. 스페이스에프는 소의 근육세포 하나로 약 한 달 만에 1kg의 배양육을 만드는 기술을 확보했다. 올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식품원료로 인정을 받았고 현재 허가 막바지 단계에 있다. 스페이스에프 관계자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 배양육 허가 획득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스페이스에프는 식품 기업을 대상으로 B2B(기업간 거래) 영업을 할 계획인데 기존 신선육 시장의 30%까지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생산시설에 GMP 인증까지 획득해 향후 후발업체를 위한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을 추진하고 장기적으로 배양육을 우주식량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씨위드는 식물성 해조류를 지지체로 활용해 배양육을 개발하고 있다. 경북 의성 세포배양식품 규제자유특구에 세포배양 시설을 짓고 있으며, 2027년 미트볼 형식으로 상용화해 생산부터 판매까지 한다는 포부다. 씨위드 관계자는 “내년 초 상용 배치를 만든 뒤 동물 독성시험을 거쳐 내년 말이나 내후년 식약처 허가를 받고 시판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심플플래닛은 파우더 제형으로 고단백 세포배양 식품 원료를 개발하고 있다. 덩어리 배양육보다 소비자들의 심리적 거부감을 더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심플플래닛 관계자는 “풍미를 높이는 조미료나 라면의 쇠고기 분말을 대체할 수 있고 단백질 함량이 높고 흡수도 더 잘돼 단백질 셰이크, 키즈 식품, 건강기능식품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씨위드가 개발 중인 해조류 기반의 배양액(왼쪽)과 지지체(가운데), 이를 바탕으로 생산한 대체육 미트볼. 사진=최영찬 기자


다만 배양육을 상용화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높은 생산비용. 2013년 배양육이 처음 등장했을 때 햄버거 패티 한 장의 생산비용은 32만 5000달러(4억 6000만 원)에 이르렀다. 10년 이상 기술이 고도화되고 생산공정에 혁신이 더해지면서 햄버거 패티 한 장의 생산비용은 10달러(1만 4000원) 수준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신선육 기준 패티 한 장의 원가는 1300~1500원 수준이어서 여전히 배양육 생산비용이 훨씬 높다. 스페이스에프 관계자는 “배양육은 원가가 신선육 대비 50~200% 이상 높다고 할 수 있다”면서 “생산단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기존 신선육이나 식물성 대체육에 일부를 섞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단가를 맞추려 한다”고 말했다.​

 

씨위드는 임신 중인 소 태아의 혈청을 배양액 성분으로 활용하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해조류(미세조류, 클로렐라)를 사용함으로써 윤리적 문제와 가격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있다. 소 태아 혈청은 배양액 비용의 70~80%를 차지하는데 500ml당 50만~150만 원대에 이른다. 여기에 임신 중인 소를 도살해야 소 태아 혈청을 확보할 수 있다. 씨위드 관계자는 “현재 미트볼 1kg당 2만 8000원까지 낮췄는데 향후 대량생산을 통해 1만 원대로 가격을 낮추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의 참여가 배양육 산업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산업적으로 성장하려면 식품이나 바이오 대기업이 참여해야 한다”고 전했다.

 

심플플래닛이 개발 중인 파우더 제형의 배양육. 사진=최영찬 기자


배양육을 실험실 고기로 여기는 소비자의 거부감을 넘어서는 것도 관건이다. 2023년 6월 미국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9%가 배양육이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으며 40%는 배양육 섭취를 ‘소름 끼친다’라고 표현했다. 스페이스에프 관계자는 “쥐를 대상으로 16주 동안 독성 안전성 평가를 해서 가장 높은 등급을 받았다”면서 “내부에서 시식했을 때에는 시판 통조림 햄과 맛이 비슷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영양소 함량도 기존 고기와 비교해 90% 이상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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