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사상 첫 코스피 4000 시대가 되자, “이제 너무 올랐다”며 주식 매수를 주저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증권가의 진단은 조금 다르다. 너무 오른 게 아니라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인공지능(AI)과 주주환원이 이끄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시장은 여전히 배가 고프지만, 동시에 ‘속도의 균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무려 70% 이상 상승했다.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압도적인 상승률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과열이라고 단정하긴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가 조정을 보였던 2022년 말 대비로 주요국 증시와 코스피 지수 상승폭을 비교해보면 국내 코스피 지수 상승폭은 여타 주요국 증시 상승폭 대비 평균치 혹은 평균치를 다소 밑도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올해의 랠리는 단순한 버블이 아니라 저평가 회복의 흐름이라는 의미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1.6배로 과거 20년 평균 10배를 웃돌고 있지만, 2021년 강세장이나 2023년과 대비했을 때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단기 급등에도 밸류에이션 부담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즉, 지금의 고점 논란은 심리적 피로감일 뿐, 펀더멘털 부담은 크지 않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증시를 이끄는 동력은 단연 ‘AI’다. 박 연구원은 “초기 AI 사이클의 수혜를 일부 빅테크 기업들이 독점하던 국면을 지나 AI 투자 사이클 확대와 보급률 대중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AI 사이클 낙수효과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엔비디아 등 미국 기술주 중심의 ‘AI 1차 랠리’가 끝나고, 이제는 AI 인프라 공급망 전체로 확산되는 ‘2차 랠리’가 시작됐다. 이는 2000년대 초 인터넷 보급 흐름과 유사하다.
김 연구원은 “AI 시대를 맞이해 각국 정부와 테크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한국 반도체 업종에 유리한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인프라를 공급하는 기업들의 ‘우위 환경’이 이어지는 한, 한국의 반도체는 여전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흐름에 따라 한국 시장을 매수하는 경향이 강해, 글로벌 AI 투자가 이어지는 한 외국인 수급도 우호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랠리를 이끄는 또 다른 축은 ‘정책’이다. 이재명 정부는 상법 개정과 세제 개편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고 배당성향을 확대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기업의 경영 투명성과 지배구조를 개선해 자본 효율성을 높여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상승시키고, 배당성향 향상을 목표하고 있다”며 “코스피 기업들의 주주환원 증가는 ROE를 개선해 밸류에이션 매력도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일본은 2014년 이후 거버넌스 개혁을 통해 기업들의 배당·자사주 소각을 확대하며 토픽스(TOPIX) 지수의 ROE를 크게 끌어올렸다. 우리나라도 같은 흐름을 밟고 있는 것이다. ‘낮은 ROE’와 ‘지배구조 불투명’ 때문에 저평가돼 온 한국 증시가 이제는 체질 개선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에게 다시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즉, 단순히 ‘AI 기대감’만이 아니라, 구조적 리레이팅이 시작된 것이다.
다만, 단기 과열 신호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유동성이 풍부하지만 금리 하락 속도는 제한적이고, 내년에는 ‘속도의 둔화’가 불가피하다. 지금 필요한 전략은 ‘올인’이 아니라 분할 매수다. 조정이 올 때마다 일정 금액씩 나눠 들어가는 접근이 합리적이다. 실적과 정책 모두 개선되는 업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4000을 넘어선 코스피는 단기 속도 조절을 거쳐 균형의 시대에 들어서겠지만, 그 균형은 성장의 한계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상승의 또 다른 이름이다. “매수 타이밍이 언제냐”는 질문에 전문가들이 “지금 당장”이라고 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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