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달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주는 단연 돋보이는 업종이었다. 지난 1일부터 19일까지 코스피가 3100선에서 3400선까지 오르는 사이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지수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달랐다. 외국인과 기관이 이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사들이는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이들 종목을 팔고 인버스 ETF인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4293억 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하락에 베팅하며 신중한 행보를 택한 것이다. 이런 상반된 움직임은 지금이 반도체주에 투자할 만한 시점인지, 이미 보유한 투자자라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 고민을 낳는다.

삼성전자는 1년여 만에 ‘8만전자’를 회복했다. 지난 18일 종가 8만 500원을 기록한 뒤, 하루 만에 7만 원대로 내려앉기는 했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이라는 평가다.
증권가 전망도 여전히 긍정적이다. 내년 영업이익이 50조 원대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고, 목표주가를 11만 원으로 제시하는 증권사들도 늘고 있다. 업황 회복과 미국발 금리 인하 기대를 고려하면 장기 투자 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의 주가는 더욱 가파르게 올랐다. 이달 들어서만 30% 넘게 상승하며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상승률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AI 서버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배경이다. 다만, 단기 급등에 차익 실현 부담감은 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주가는 작년 고점 수준까지 도달해 단기 조정의 빌미가 되고 있지만, 수익성이 더 좋아지고 있고, 내년에도 HBM 경쟁력 우위가 명확해지고 있어 주가 리레이팅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선 또 하나의 굵직한 뉴스가 있었다. 엔비디아가 경영난에 빠진 인텔에 50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4%를 확보하고, 맞춤형 CPU·GPU 공동 개발에 나선 것이다. 양사는 인텔의 CPU와 엔비디아 GPU를 엔비디아 독자 기술인 NV링크(NVLink)로 연결해 데이터센터 및 PC용 칩을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협력에는 시장이 주목했던 파운드리 계약은 포함되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여전히 TSMC에 칩 생산을 의존하고 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협업의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양사의 공동 제품 출시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인텔 파운드리 사용은 협업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류 연구원은 “향후 엔비디아가 인텔의 파운드리를 사용할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성공적인 18A 공정 전환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삼성전자는 단기 고점 부담은 있지만, 국민주답게 장기 스토리를 믿고 보유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새로 매수를 하려는 투자자라면 조정 구간을 기다리는 편이 바람직하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단기 급등 이후 변동성이 크지만, 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라는 구조적 모멘텀이 강력하다. 일부 차익을 확보하면서도 주력 포지션은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다.
반도체 장비주의 경우, 단기 알파를 노리는 투자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글로벌 협업 이슈가 발생할 때 가장 먼저 반응하는 섹터가 장비주다. 다만, 이벤트에 따라 급등 이후 조정이 빠른 만큼 단기 매매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안전하다.
반도체 관련 ETF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개별 종목의 변동성을 줄이면서 업황 개선의 수혜를 함께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반도체주는 단기적으로 차익 실현에 따른 조정이 나타날 수 있지만, 산업의 큰 흐름은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AI 시대는 결국 반도체 수요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타이밍과 비중 조절이다. 반도체주의 성장을 보고만 있기에는 성장 기대감이 크고, 단기 급등을 무작정 추격하기엔 리스크가 크다. 장기 전략을 세우되, 단기 변동성에 대비해 분산 투자하고, 비중도 조절해야 한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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