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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투자] 희비 엇갈린 카카오·네이버, 플랫폼 경쟁 어디로 가나

카카오는 사용자 충성도, 네이버는 규제 변수 상존…기회와 위협 요인 잘 따져야

2025.09.29(Mon) 11:00:12

[비즈한국] 아침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를 켜니 카카오톡 화면이 낯설다. 늘 보던 친구 목록 대신 정체불명의 피드가 먼저 펼쳐진다. 옆자리 직장인도 불만 섞인 표정이다. “이거 왜 이렇게 바뀐 거야?”, “불편해 죽겠네.” 동료들과의 대화 주제가 정치나 스포츠 대신 카카오톡 개편으로 바뀌었다. 일상 깊숙이 들어온 플랫폼의 변화는 이렇게 우리 생활 곳곳에서 즉각적인 파장을 일으킨다.

 

카카오는 지난 23일 열린 ‘이프카카오’ 컨퍼런스에서 AI 전략과 함께 카카오톡 개편을 발표했다. 친구 탭은 피드형 UI로, 세 번째 탭은 숏폼 콘텐츠 공간으로 바뀌었다. 카카오톡을 단순한 메신저에서 SNS·콘텐츠 플랫폼으로 확장시키려는 시도다.

 

카카오는 충성도 유지, 네이버는 규제 리스크라는 서로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투자 성패는 단기 이벤트가 아닌 사용자와 규제 환경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사진=생성형 AI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개편으로 광고 인벤토리가 즉각 늘어나면서 4분기부터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카카오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2.8% 늘어난 8조 950억 원, 영업이익 65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2.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문제는 이용자 반응이다. 필요에 의해 저장한 지인들의 일상이 피드로 노출되면서 피로감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실적이라는 관점만 놓고 본다면 충분히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관심이 적은 사람들의 일상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점에 대해서는 사용자 피로도가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 또한 향후에 필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원래 카톡으로 돌려달라”는 불만이 쏟아졌고, 다른 메신저로 옮기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용자들의 반발은 곧장 시장 반응으로 이어졌다. 개편 발표 이후 이용자들의 불만이 이어지면서 카카오 주가는 지난 26일 6% 이상 급락했다. 카카오는 “이용자 의견을 반영해 개선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결국 카카오의 이번 실험은 수익화와 충성도 사이의 균형을 시험할 전망이다.

 

같은 시기 네이버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핵심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계열 편입 가능성이다. 성사된다면 네이버파이낸셜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 블록체인 결제, 가상자산 서비스 등 디지털 금융·자산 플랫폼으로의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 전망은 긍정적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이벤트가 현실화될 경우 네이버의 기업 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네이버파이낸셜의 손익 개선이 기대되고, 페이 사업 이외에 가상화폐 거래소라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고, 스테이블코인 사업 진출도 적극적으로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네이버파이낸셜뿐만 아니라 네이버 전체 기업 가치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협력은 네이버의 사업 부문이 확장되며 밸류에이션까지 재평가받을 수 있는 사건”이라며 “자회사가 돼야 파급력이 보다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기업 모두 성장 스토리는 존재한다. 카카오는 강력한 메신저 네트워크라는 자산을 보유했지만, 사용자 충성도 유지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반면, 네이버는 디지털 금융이라는 새로운 성장 축을 확보할 수 있지만, 정부 규제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5년 만의 개편 반응과 10월 21일 김병수 의장의 1심 선고 이슈가 혼재해 있어 카카오에 유리한 시기는 아니다”라며 “네이버에 대한 상대적 선호를 유지한다”고 평가했다.

 

투자자는 두 기업의 전략을 단순 비교하기보다 각자의 리스크와 기회를 따로 평가한 뒤 포트폴리오에 담을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플랫폼 기업의 투자 성패는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사용자와 규제 환경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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