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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면 충분하다"던 테슬라 위기, '센서 퓨전' 다시 힘 받을까

미국서 320만 대 규모 리콜 가능성 거론…라이다·레이더 대안 급부상

2026.03.26(Thu) 11:27:28

[비즈한국] 자율주행 기술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자동차 업계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카메라만으로 충분하다’며 비전 중심 시스템을 고수한 테슬라가 미국 연방 정부의 강력한 안전 규제라는 벽에 부딪혔다. 반면 카메라와 라이다(LiDAR·레이저 센서), 레이더(Radar·전파 센서)를 결합해 인식 오류를 최소화하는 ‘센서 퓨전’ 진영은 기술적 안정성과 하드웨어 비용 하락에 힘입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테슬라 FSD의 안전성 문제로 대규모 리콜 사태가 우려된다. 이로 인해 다시 ‘센서 퓨전’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테슬라 웹사이트


#미 도로교통안전국, 심각한 인식 표명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 3월 18일,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FSD(Full Self-Driving)를 탑재한 차량 320만 대를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하며 ‘엔지니어링 분석’ 단계로 격상했다. 이는 강제 리콜 여부를 결정하기 전 수행하는 최종 절차로, 사실상 테슬라의 ‘비전 온리(Vision-only)’ 전략에 대한 연방 정부의 불신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조사의 핵심은 안개·강한 역광·비산 먼지 등 가시성이 크게 떨어지는 환경에서 카메라 센서가 주변 장애물이나 앞차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2023년 애리조나주에서 발생한 먼지 폭풍 속 보행자 사망 사고를 비롯해, 충돌 직전까지 운전자에게 적절한 경고를 보내지 못한 사례가 최소 9건 확인됐다. 규제 당국은 테슬라가 자랑하는 소프트웨어가 물리적 한계 상황에서 ‘사후 대응적’으로만 작동한다는 점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NHTSA가 문제 삼는 지점은 단순히 사고 건수 자체가 아니다. 핵심은 테슬라 FSD의 ‘성능 저하 감지 시스템’이 시야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카메라 인식 성능 저하를 스스로 감지하고 운전자에게 충분히 시간 여유를 두고 경고했느냐다. NHTSA는 이번 엔지니어링 분석 대상을 2016~2026년형 모델 S·X, 2017~2026년형 모델 3, 2020~2026년형 모델 Y, 2023~2026년형 사이버트럭 등 약 320만 대로 추산했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규제 당국이 테슬라의 사후 보완 조치마저 충분치 않다고 본다는 점이다. NHTSA에 따르면 테슬라는 2024년 6월 말 성능 저하 감지 시스템의 업데이트 개발에 착수했지만, 당국은 그 업데이트가 언제 어떤 차량에 배포됐는지도 아직 명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테슬라의 자체 분석도 이 업데이트가 당시 설치돼 있었다면 9건 중 3건에만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NHTSA는 테슬라 내부의 데이터 분류 한계 때문에 유사 사고가 과소 집계됐을 가능성도 제기하며, 추가로 6건의 잠재적 관련 사고까지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생산 단가 내리자 ‘센서 퓨전​’ 주목…테슬라도 재검토

 

과거 센서 퓨전 방식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었다. 2015년 개당 7만 5000달러에 달한 고성능 라이다는 일반 양산차에 탑재하기엔 지나치게 높은 장벽이었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공급업체들의 대량 생산과 기술 혁신 덕분에 라이다 단가는 현재 수백 달러 수준으로 떨어졌고, 일부 보급형 모델은 200달러대까지 내려앉으며 양산차에 기본 장착이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가격 하락은 센서 퓨전 방식의 경제성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됐다.

 

흥미로운 점은 테슬라 내부에서도 센서 퓨전을 재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테슬라는 2021년 레이더를 제거했지만, 2023년부터 도입한 최신 하드웨어(HW4)에는 ‘피닉스 레이더’로 명명된 고성능 레이더 지원 기능을 다시 포함했다. 다만 이 레이더가 전 모델에 걸쳐 주행에 직접 관여하는지를 두고는 아직 의견이 엇갈린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이미 센서 퓨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사고의 법적 책임 소재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벤츠는 라이다를 포함한 ‘드라이브 파일럿’ 작동 중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제조사가 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선언해 소비자 신뢰를 쌓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모셔널 역시 아이오닉 5 로보택시를 통해 미국 연방 자동차 안전 기준(FMVSS)을 통과하며 다중 센서 체계의 안정성을 입증했다.

 

자율주행 기술의 성숙도가 높아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주행 성능을 넘어 ‘예외 상황의 방어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테슬라 FSD 리콜 위기는 비전 온리 방식이 아무리 방대한 주행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학습을 쌓더라도 극복하기 어려운 물리적 사각지대가 존재함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자율주행차 보급의 속도는 결국 사고 발생 시 감당해야 할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법적 리스크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비전 온리와 센서 퓨전, 어떤 방식이 자율주행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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