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머니

[부동산 인사이트] 현금이 움직인다…김용범 정책실장이 흘린 진짜 시그널

대출 규제보다 강한 현금 매수자의 등장, 양도세 중과와 매물 잠김이 선호지역 가격을 자극한다

2026.06.22(Mon) 09:50:24

[비즈한국] 김용범 정책실장의 눈 글 ‘명목 10% 후반 경제의 환희, 낯섦, 그리고 두려움(6월 20일)’을 읽었다. 명목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넘어선 풍요 앞에서의 환희와 두려움을 솔직하게 담은, 좋은 글이다. 그런데 부동산을 업으로 삼는 사람의 눈에는 다른 문장 하나가 유독 크게 들어왔다.

 

“이번에는 빚을 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현금을 가진 사람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세금을 내고도 남는 장사라는 확신이 생기면 어지간한 규제로는 역부족일 수 있다.”

 

정책을 설계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수요억제 정책의 한계를 먼저 인정한 셈이다. 나는 오랫동안 같은 이야기를 해왔다. 수요를 누르는 규제는 공급을 늘리지 못하고, 결국 매물만 잠근다고. 그 이야기를, 이번엔 정책실장이 거시의 언어로 다시 써준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은 단순한 경제 칼럼이 아니다. 부동산 시장에 보내는 예고편이다. 그 예고편을 우리 언어로 번역해보자.

 

반도체 호황으로 풀린 현금 유동성이 핵심 입지 부동산으로 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러스트=생성형 AI


#아직 풀리지 않은 돈, 13.2% vs. 3.8%

 

글에서 가장 무서운 숫자는 명목 성장률 17.1%가 아니다. 실질 GDP는 3.8% 늘었는데, 실질 GDI는 13.2% 늘었다는 대목이다. 9.4%포인트의 격차. 지난 25년간 본 적 없는 크기라고 했다.

 

이 두 숫자의 차이를 부동산 하는 사람의 언어로 옮기면 이렇다. 우리가 실제로 만든 양(3.8%)보다, 그것을 팔아서 살 수 있는 능력(13.2%)이 압도적으로 커졌다는 뜻이다. 반도체 값이 워낙 올라서, 같은 노동으로 훨씬 많은 것을 살 수 있게 됐다.

 

핵심은 이것이 ‘이미 확정된 구매력’이라는 점이다. 아직 통장에 다 들어오지 않았을 뿐, 들어오는 것은 정해져 있다. 성과급으로, 임금 인상으로, 수출 대금 환수로 시차를 두고 풀려나온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매수 에너지는 무엇인가. 빚이 아니다. ‘확정된 현금’이다. 빚은 금리에 흔들리고 규제에 막히지만, 손에 쥔 현금은 그렇지 않다. 지금 거시지표가 예고하는 것은, 머지않아 핵심 입지를 향해 흘러갈 현금의 총량이 이례적으로 크다는 사실이다.

 

#빚이 아니라 현금이 움직일 때

 

지난 몇 년의 규제 논리는 단순했다. 대출을 조이고, 세금을 무겁게 하면 수요가 식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효과도 있었다. 빚으로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런데 이번 호황의 주체는 다르다. 반도체 성과급을 받은 사람,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의 과실을 나눠 가진 기업과 그 종사자들, 증시 상승으로 평가이익을 거둔 자산가들이다. 이들은 빚을 내서 움직이지 않는다. 가진 돈으로 움직인다.

 

현금 매수자에게 대출 규제는 종이호랑이다. LTV가 몇 퍼센트인지가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 양도세 중과? 보유세 인상? 김 실장의 표현처럼 “세금을 내고도 남는 장사”라는 확신만 서면, 어지간한 규제는 진입을 늦출 뿐 막지 못한다.

 

여기서 양도세 중과의 부작용이 겹친다. 다주택자에게 무거운 양도세를 물리면, 팔아야 할 사람이 팔지 않는다. 매물이 잠긴다. 공급이 줄어든 시장에, 규제로 막히지 않는 현금 수요가 들어온다. 이 조합의 결론은 하나뿐이다. 선호지역의 가격은 위를 향한다.

 

규제는 수요를 누르려 했지만, 실제로는 공급을 잠그고 있다. 그리고 정작 눌러야 할 수요는, 규제가 닿지 않는 현금이다. 정책실장의 글은 이 역설을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

 

#돈은 허공에 뿌려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돈은 어디로 갈까. 흔히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흘러간다”고 뭉뚱그리지만, 돈은 전국에 골고루 뿌려지지 않는다. 떨어지는 자리가 있다.

 

이번 호황의 진원지를 보자. 반도체와 AI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폭증했고, 성과급은 그 직원들의 통장으로 들어간다. 그 직원들이 사는 곳, 일하는 곳이 어디인가. 동탄, 평택, 화성, 수원, 기흥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벨트다.

 

동탄역 일대의 신고가 행진이 우연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시의 GDI 잉여가 가장 먼저, 가장 짙게 현실화되는 입지가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다. 직주근접의 가치는 성과급이 클수록 더 커진다. 좋은 일자리에서 나온 두툼한 현금은, 그 일자리 가까운 곳의 똘똘한 한 채로 향한다.

 

물론 강남을 비롯한 전통적 선호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자산가의 현금과 증시 평가이익은 늘 그래왔듯 검증된 입지로 모인다. 다만 이번 사이클의 새로운 변수는, 거기에 더해 ‘산업이 만든 신흥 현금’이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이다. 돈의 출처를 따라가면, 다음 장의 입지가 보인다.

 

#호황은 위로, 긴축은 아래로

 

김 실장은 글에서 가장 불편한 그림을 정직하게 그렸다. “호황의 과실은 위로 향하고, 긴축의 고통은 아래로 향한다.” 이 한 문장이 부동산 시장에서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양극화다. 그것도 거시 구조가 떠받치는, 쉽게 되돌릴 수 없는 양극화다.

 

위로 향하는 과실은 현금 부자를 더 부유하게 만들고, 그 돈은 선호지역으로 모인다. 반면 호황을 체감하지 못한 자영업자, 취약차주, 변동금리 대출자는 다른 운명에 놓인다. 명목 성장세가 이어지면 지금의 금리는 영원히 유지되기 어렵다. 금리가 오르면 누가 먼저 맞을까. 성과급 받은 사람이 아니다. 빚으로 외곽의 집을 산 사람이다.

 

핵심지는 현금으로 단단해지고, 외곽과 한계차주는 금리에 노출된다. 평균은 좋아지는데 중간이 흔들린다는 김 실장의 통찰은, 부동산 지도 위에서 ‘입지 양극화’로 번역된다.

 

그래서 이 국면의 전략은 명료하다. 흔들리지 않을 자산으로의 이동, 즉 똘똘한 한 채다. 막연한 구호가 아니다. 호황의 과실이 위로 향하는 구조, 긴축의 고통이 아래로 향하는 구조, 그 둘이 함께 가리키는 거시적 결론이다.

 

#신호는 환율과 전세에서 온다

 

그렇다면 언제 움직이는가. 김 실장은 친절하게도 시간표까지 그려줬다. 상반기는 조용하고, 하반기에 분위기가 달라지며, 진짜 고비는 연말과 내년 초라고.

 

상반기가 잠잠한 이유는 주가가 호황을 선반영했고, 사람들이 아직 관망 중이기 때문이다. 좋은 숫자를 뉴스로 보고는 있지만 내 삶의 현실로 느끼지는 못하는 단계다. 그러다 하반기에 실적이 확정되고 성과급 규모가 보이기 시작하면, 마음속에 확신이 자리 잡는다. “올해는 정말 다르구나.”

 

이 확신이 행동으로 바뀌는 신호를, 나는 두 가지로 본다.

 

첫째, 환율이다. 지금은 반도체 수출 급증이 역설적으로 원화 약세를 부른다. 외국인의 리밸런싱 때문이다. 그러나 쌓인 무역흑자가 국내로 환수되면 원화는 안정을 되찾기 시작한다. 김 실장의 말대로 그 순간, 관망하던 사람들이 움직인다. 원화 안정은 ‘관망 끝, 진입 시작’의 거시 신호다.

 

둘째, 전세다. 나는 늘 전세가를 매매의 선행지표로 본다. 현금이 매수로 본격 전환되기 전에, 핵심 입지의 전세가가 먼저 단단해진다. 여기에 2026년 공급절벽 우려가 겹친다. 입주 물량이 마르는 구간에 전세가가 받쳐주면, 전세에서 매매로 넘어가는 압력은 평소보다 빨라진다.

 

환율의 안정과 핵심지 전세의 반등. 이 두 신호가 동시에 켜지는 시점이, 시장이 움직이는 변곡점이다. 연말과 내년 초를 주목하라는 김 실장의 시간표와 정확히 겹친다.

 

#막지 못하면 흐른다

 

김 실장은 글을 이렇게 맺었다. 관건은 이 돈을 어디로 흘려보낼 것인가라고.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면 호황은 오래가지 못하고, 청년과 미래 산업으로 연결되면 저성장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정책의 자리에서는 옳은 고민이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정상화하는 방향에도 나는 동의한다. 다만 부동산 시장의 참여자로서 냉정하게 말하면, 그 고민의 결론은 이미 거시지표가 예고하고 있다.

 

막지 못하면 흐른다. 그리고 한국 경제는 이런 돈이 결국 어디로 향하는지, 수십 년간 집단적으로 학습해왔다. 이번에도 예외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김 실장 본인도 그렇게 썼다.

 

정책이 이 흐름을 더 나은 미래로 돌려세울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그 선택이 내려지기 전까지, 현금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확정된 구매력은 시차를 두고 풀려나오고, 규제가 닿지 않는 곳을 향해 움직인다.

 

숫자는 방향을 보여줄 뿐, 선택을 대신해주지 않는다. 이건 정책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이 글을 읽는 우리 각자에게도 똑같이 해당된다. 20여 년 만에 찾아온 기록적 풍요 앞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마주하지 않았던 종류의 선택을 다시 요구받고 있다.

 

역대급 호황은 그에 걸맞은 상상력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상상력을 현실로 옮기는 실행력도. 정책실장의 마지막 문장에, 나는 한 가지만 덧붙이고 싶다. 그 실행력은 정책뿐 아니라, 시장을 읽는 우리에게도 필요하다고.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3040 부린이 처음 부동산 투자(2026)’ ‘다시쓰는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 설명서(2025)’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부동산 인사이트] 전세를 없애면 서민의 주거비가 내려갈까
· [부동산 인사이트] 관광객 2000만 명 시대, 도심 숙박 자산이 뜬다
· [부동산 인사이트] '사상 최고가'의 유혹…그래도 집부터 사야 하는 이유
· [부동산 인사이트] 비규제라고 다 오르지 않는다, 핵심은 서울 접근성
· [부동산 인사이트] '똘똘한 한 채' 찾는다면 정비사업이 대안 될 수도
· [부동산 인사이트] '아파트 여러 채'보다 '골목의 한 필지'…투자 공식이 바뀌었다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