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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바이오빅데이터 17만 확보, 정밀의료 도약 위해 100만 모은다

올 10월부터 순수 연구 목적 활용…김한구 중앙대병원 교수 "K-의료 혁신할 국가 전략자산"

2026.06.23(Tue) 10:39:21

[비즈한국] 세계 의학계가 질병의 보편적 치료를 넘어 환자 개인의 유전적, 환경적 특성에 맞춘 정밀의료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량의 의료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우리 정부도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부, 질병관리청, 보건산업진흥원 등이 주축이 돼 미래 바이오헬스 산업의 핵심 기반을 다지기 위해 대규모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일반인 대상 구축 사업의 병원 협의체 회장이자 중앙대학교병원 연구 책임자인 김한구 교수(성형외과)는 이번 사업의 의미에 대해 “단순한 데이터 수집을 넘어, 국민 개개인에게 더 정확한 예방과 진단, 치료를 제공할 의료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나아가 신약 개발 등 국가 바이오산업 생태계 전반을 혁신할 국가 전략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대학교병원 김한구 성형외과 교수가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중앙대병원 제공

 

#자발적 참여로 2032년까지 100만 데이터 구축 목표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은 국민의 자발적 참여와 동의를 바탕으로 건강 정보, 유전체 정보, 임상 정보를 통합 수집하는 프로젝트다. 1단계 사업이 오는 2028년 말까지 진행되며, 2단계인 2032년까지 총 100만 명의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일반인 71만 명, 중증질환 22만 명, 희귀질환 7만 명의 데이터를 모을 예정이다.

 

사업단에 따르면 현재 데이터 모집은 순항 중이다. 2024년 시작된 이 사업은 최근 약 17만 명가량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일반인 모집은 국가에서 사전 조사를 거쳐 선정된 상급종합병원과 대형 검진센터 등 26개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수검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업단은 데이터 축적과 더불어 실질적인 활용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김 교수는 “사업단은 오는 10월부터 연구기관의 신청을 받아 연구 목적으로 데이터를 분양할 예정이다”면서 “기업 주도의 상업적 목적이 아닌 국민 건강 증진과 국가 사업 발전을 위한 순수 연구 목적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빅데이터 구축에서 가장 우려되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도 철저한 대비책을 갖췄다는 게 사업단 측 설명이다. 건강 및 유전정보는 가장 내밀한 개인정보인 만큼 유출됐을 때 생명보험 가입 거절이나 맞춤형 피싱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

 

중앙대병원 건강검진센터 게시판에 게시된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 참여자 모집 공고문. 사진=최영찬 기자

 

실제로 2022년 호주 건강보험사 메디뱅크는 해킹으로 970만 명의 데이터가 유출돼 HIV(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여부나 정신질환 치료 이력이 다크웹에 폭로되는 사태를 겪었다. 글로벌 유전자 분석 기업 23앤드미도 2023년 해킹으로 690만 명의 유전정보가 유출됐다. 유대인이나 중국계 등 특정 인종의 유전 데이터가 판매돼 인종차별이나 특정 집단을 겨냥한 범죄에 악용됐었다.

 

사업단 관계자는 “참여자의 모든 데이터는 철저히 비식별화해 수집되며 국가 최고 수준의 보안 등급이 적용된다”면서 “데이터가 저장되는 데이터 레이크가 외부 위험에 노출되더라도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빅데이터는 영국과 미국 등이 먼저 뛰어들어 이미 활용 단계에 진입했다. 영국은 2006년부터 ‘UK 바이오뱅크’를 통해 50만 명의 데이터를 모아 글로벌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에 적극 활용 중이다. 미국도 2018년부터 100만 명 규모의 ‘올 오브 어스(All of Us)’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맞춤형 의료 시장 선점에 나섰다.

 

하지만 김 교수는 국내 의료 시스템의 디지털 고도화와 국민건강보험 연계 시스템을 꼽으며 잠재적 경쟁력이 만만치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높은 수준으로 디지털화됐고 국민건강보험을 바탕으로 한 건강검진 시스템과 장기간 추적·연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비록 출발은 늦었을지라도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단기간에 선도국을 획기적으로 따라잡고 세계적으로 우수한 데이터 모범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앙대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는 수검자 중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 참여자에게 사전 설명을 하는 모습. 사진=최영찬 기자


#채혈 및 소변 검사로 미래 국가 건강 증진에 공헌

 

그렇다면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기자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건강정보를 수집하는 중앙대학교병원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단(BIKO)을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현장에서는 어깨띠를 두른 병원 직원이 만 19세 이상 건강검진 대상자들에게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었다. 참여자에게는 독립된 상담 공간에서 태블릿PC 등을 활용해 상세히 사전 설명을 했다. 중앙대병원은 참여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참여자 전용 채혈 창구’를 포함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고, 채혈과 채뇨를 담당하는 전담 직원을 배치해 운영 중이다.

 

의료기관에서의 참여 과정은 크게 3종의 동의서(개인정보 수집, 인체유래물 기증, 사업 참여) 작성, ‘나의건강기록’ 앱 설치, 검진 참여 등의 단계로 구성됐다.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 참여자를 위한 전용 창구에서 채혈하는 모습​. 사진=최영찬 기자


사업에 동의한 일반 참여자들은 이곳에서 연구에 활용할 혈액 22.5ml와 소변 10ml를 제공한다. 이렇게 확보한 혈액과 소변은 GC녹십자의료재단이 매일 수거해 유전체 데이터를 생산하는 마크로젠, 제이에스링크, CG인바이츠, 테라젠바이오 등의 기관으로 보내진다. 그렇게 생산된 개인 건강정보는 철저히 익명화(비식별화) 처리돼 국가 지정 보안 서버에 안전하게 보관된다.

 

중앙대병원의 경우 매일 30~40명가량의 검진자들이 꾸준히 동참하며 미래를 위한 유의미한 데이터를 축적해 나가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젊은 층뿐만 아니라 연세가 지긋한 분들도 미래 세대를 위한 의료 발전이라는 사업 취지에 깊이 공감하고 흔쾌히 검사에 참여한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김 교수는 이 사업이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의 의료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킬 건강한 유산이 될 것임을 재차 강조하며 사업 참여에 많은 사람이 동참해주기를 당부했다. 수집된 100만 명의 통합 데이터는 향후 희귀질환, 암, 각종 만성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을 밝혀내고 혁신적인 치료 기술 개발로 이어지는 마중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연구자들이 이 데이터를 활용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한다면 환자 개인별 맞춤형 진료가 가능한 시대를 앞당기는 데 획기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며​ “​참여자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정보가 사회적으로 매우 큰 의미를 갖게 된다. 나와 가족,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해 국민 여러분의 자발적인 참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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