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원이 시공사인 현대건설 본사에 차량을 몰고 돌진한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건은 현대건설이 인근 한남4구역 수주전에서 한남3구역 부지 활용 방안을 제시하면서 불거진 갈등에서 비롯됐는데, 법원은 현대건설의 처벌불원 의사에도 차량으로 건물 시설물을 파손한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 19일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 비상근이사 A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 씨는 2024년 9월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본사 사옥 출입문을 차량으로 세 차례 들이받아 시설물을 파손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사고로 출입구 시설이 파손됐고, 현대건설 측은 5000만 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피고인은 미리 준비한 차량을 운전해 건물 출입문을 들이받는 방법으로 범행했고, 이로 말미암아 피해자에게는 큰 손해가 발생했다”며 “피고인에게 사람을 다치게 할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범행의 수단과 방법, 장소와 경위, 당시의 정황에 비추어 인명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현대건설은 사건 직후 A 씨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특수재물손괴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수사와 재판에 부쳐질 수 있는 범죄다. A 씨는 이후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 판단을 받았다. 법원은 현대건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 등을 A 씨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사건이 발생한 2024년 9월은 한남4구역 시공자 선정을 앞두고 수주전이 예고되던 시기였다. 한남4구역 재개발조합은 사건 발생 16일 뒤인 같은 달 20일 재개발사업 시공자 선정 입찰공고를 냈고, 같은 해 11월 입찰을 마감했다. 입찰에는 국내 대형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참여했다. 현대건설은 이에 앞서 2020년 6월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로 선정된 상태였다.
한남3구역 조합은 당시 현대건설의 한남4구역 수주 홍보를 문제 삼았다. 현대건설은 한남4구역 입찰에 앞서 한남3구역에 우회도로를 조성하면 한남4구역 사업비를 약 2220억 원 줄일 수 있다는 취지의 홍보물을 제작했다. 하지만 한남3구역 조합은 사전 협의 없는 부지 사용 계획이라며 반발했다. A 씨는 현대건설이 한남3구역 조합에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시공권은 이후 삼성물산이 가져갔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25년 1월 시공자 선정 총회를 열고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당시 삼성물산은 현대건설을 340표 차로 누르고 시공권을 확보했다. 한남4구역은 당시 정비구역 지정을 마친 한남뉴타운 4개 구역 가운데 시공사를 뽑지 않은 유일한 곳으로, 일반분양 물량이 많아 사업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합 예정 공사비는 1조 5724억 원에 달했다.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에 지상 최고 22층 아파트 127개 동, 5988가구를 공급하는 정비사업이다. 한남뉴타운 5개 구역 가운데 가장 면적이 크고, 공사비만 1조 8880억 원에 달해 서울 강북권 정비사업 최대어로 불렸다. 높은 건폐율과 층수 제한으로 사업성은 낮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현대건설로서는 대단지 조성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한남뉴타운 내 주택사업 외연을 넓힐 기회로 여겨졌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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