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들고 있는 투자자라면 우리 시간으로 25일 새벽 미국에서 날아올 실적 발표를 미리 달력에 표시해 뒀을지도 모른다. 주인공은 정작 이 두 회사가 아니라 경쟁사 마이크론이다. 마이크론은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마감 뒤 회계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메모리 3사 가운데 회계연도가 가장 앞서 있어 업계의 풍향계 역할을 한다. 즉, 내가 들고 있는 국민주의 다음 계절을 남의 회사 실적에서 먼저 읽을 수 있다는 뜻이다.
먼저 숫자만 보면 이미 화려하다. 회사가 제시한 가이던스는 매출 약 335억 달러, 매출총이익률 약 81%에 이른다. 인공지능(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올해 물량이 연말까지 사실상 동났다. 문제는 이 호황을 시장이 온전히 믿지 못한다는 점이다. 애널리스트들의 매출 추정치는 337억 달러에서 409억 달러까지, 무려 70억 달러 넘게 벌어져 있다. 이 간극은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금의 속도를 언제까지 이어갈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다시 말해 시장의 관심은 ‘이번 분기가 얼마나 좋은가’가 아니라 ‘이 좋은 흐름이 지속되는가’에 쏠려 있다.
그래서 투자자가 이번 실적에서 읽어야 할 부분은 매출의 크기가 아니다. 지금의 HBM 열풍이 과거와 다른 ‘구조적 성장’인지, 아니면 메모리 산업이 늘 그랬듯 또 한 번 앞서 달린 ‘사이클의 정점’인지다. 메모리는 호황과 불황을 반복해 온 대표적 경기민감 산업이다. AI라는 새 수요가 그 숙명을 끊어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아직 증명된 것은 아니다. 한 가지 단서는 이익률이다. 통상 메모리 가격은 매출이 꺾이기 전에 마진부터 먼저 무너진다. 역사적 평균을 크게 웃도는 81%라는 마진이 더 오르는지, 정점을 찍고 돌아서는지가 사이클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신호다. 그리고 이 신호는 마이크론만의 것이 아니라, 같은 시장에서 같은 제품을 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전 세계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약 43%, 삼성전자가 약 33%, 마이크론이 약 24%를 나눠 갖고 있다. 한국의 두 회사가 사실상 4분의 3을 쥔 시장이다. 그 시장의 첫 성적표를 마이크론이 먼저 내놓는 만큼 투자자는 마이크론의 컨퍼런스콜에서 세 가지를 들어야 한다. 첫째, 2027년 HBM 공급에 대한 가시성이다. 내년 물량까지 장기계약으로 채워져 있다면 ‘구조적 성장’의 유력한 증거가 된다. 둘째, 차세대 제품 HBM4의 양산 진척 상황이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플랫폼용 HBM4를 마이크론·삼성·SK하이닉스 세 곳 모두에 인증했고, 이 경쟁의 속도가 세 회사의 내년 점유율을 가를 것이다. 셋째, 앞서 말한 가격과 마진의 방향이다. 이 세 가지에 대한 마이크론 경영진의 발언은 내가 보유한 한국 메모리주의 다음 분기를 미리 읽는 창이 된다.
다만 주의할 점도 있다. 마이크론의 주가를 한국 종목이 그대로 따라간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 세 회사는 HBM4 양산 속도와 고객 구성이 제각각이어서 마이크론이 빠졌다고 삼성·SK하이닉스를 서둘러 던지거나, 올랐다고 추격 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다. 또 마이크론은 환율에 노출된 달러 자산인 반면, 한국 투자자가 원화로 보유한 삼성·SK하이닉스는 환 변수에 따라 주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구분해야 한다. 한 분기의 서프라이즈나 부진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실적이 가리키는 사이클의 방향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메모리의 역사는 늘 ‘이번엔 다르다’는 확신과 함께 정점을 찍어 왔다. 24일 마이크론이 답할 것은 자신의 매출 숫자가 아니라, 수많은 한국 투자자가 들고 있는 두 종목의 다음이 어느 쪽을 향하는가라는 질문이다.
김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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