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쿠팡 PB 사건과 관련해 30억 원 규모의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 이번 결정은 앞서 3600억 원 규모의 상생안을 제시하고도 동의의결 신청이 기각된 배달의민족(배민)·쿠팡이츠 사건과 대비된다. 역대급 지원안을 내놓고도 배달앱 불공정거래 의혹이 공정위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업계에서는 쿠팡이츠와 배민이 문제로 지적된 거래 관행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쿠팡 PB 동의의결 확정, 배달앱은 기각…엇갈린 공정위 판단
23일 공정위는 쿠팡과 쿠팡의 PB 부문 자회사 CPLB의 하도급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30억 원 규모의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쿠팡 측은 PB상품 제조 위탁 과정에서 일부 수급사업자에게 법정 기재사항이 빠지거나 기명날인이 없는 서면을 교부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아왔다.
동의의결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자진 시정 방안을 제시하면 공정위가 이를 검토해 제재 절차를 종결하는 제도다. 동의의결이 확정되면 사업자는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 없이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으며, 과징금 부과나 검찰 고발 등의 제재를 피할 수 있다.
동의의결안에 따르면 쿠팡과 CPLB는 서면 발주 시스템을 개선하고, PB상품 출시 전 최소 생산요청수량과 리드타임을 합의서에 명문화하기로 했다. 또한 30억 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출연해 하도급 업체의 상품 개발, 판촉, 컨설팅 및 해외 판로 개척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동의의결 신청이 무산된 직후 나와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정위는 18일 쿠팡과 우아한형제들이 신청한 동의의결 절차 개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회사는 음식점주에게 최혜대우 조건을 요구했다는 혐의 등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아왔고, 제재 절차를 조기에 마무리하기 위해 동의의결을 신청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특히 비교되는 것은 상생안 규모다. 쿠팡이츠는 피해 입점업체 지원 등을 명목으로 600억 원 규모의 지원책을 내놨고, 배민은 수수료 인하와 배달비 지원, 쿠폰비·홍보 패키지 지원 등을 포함한 총 3000억 원 규모의 상생안을 제시했다. 배민 측은 해당 상생 지원안이 과거 동의의결 사례와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큰 수준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상생안에도 배민과 쿠팡이츠의 동의의결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반면, 쿠팡의 30억 원 규모 동의의결안은 확정되면서 공정위의 판단 기준을 놓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배달앱 ‘3600억 원’ 상생안은 왜 통하지 않았나
공정위는 상생안의 규모보다 실제 거래질서 개선 의지와 피해 구제 방안의 실효성을 더 중점적으로 본 것으로 알려졌다. 배민과 쿠팡이츠가 대규모 지원책을 제시했지만, 문제로 지적된 거래 관행을 직접적으로 개선할 방안은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는 점이 기각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동의의결 개시 여부는 위원회 심의를 통해 결정되며, 최종 결정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동의의결 개시를 판단할 때는 피해 구제 방안뿐 아니라 경쟁질서 회복 여부도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특히 두 회사가 제시한 상생안 중 쿠폰비와 홍보비 지원 등은 순수한 피해 구제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소비자와 입점업체를 위한 지원책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쿠팡이츠와 배민의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구조가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당 방안이 오롯이 소비자와 입점업체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결과적으로 배민과 쿠팡이츠에도 유리한 구조였는지가 검토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도로 출범한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에서도 상생방안이 논의됐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드러난 두 회사의 소극적 태도 역시 공정위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상생안을 내놨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문제가 된 관행을 얼마나 고치겠다는 것인지는 불분명했다”며 “보여주기식 지원책에 그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위원회 내부에서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의의결 신청이 기각되면서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에는 수천억 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2000억~5000억 원대, 쿠팡의 경우 2000억~3000억 원대 과징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공정위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신속한 결론을 내리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만큼, 올해 하반기 중 과징금 규모를 결정하는 전원회의 심의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우아한형제들은 “시장의 경쟁질서를 빠르게 회복하고, 소상공인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동의의결 신청이 무산된 데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업주분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며 업주와 고객, 플랫폼이 함께 성장하는 배달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쿠팡은 “향후 심의 절차를 통해 회사의 입장을 성실히 소명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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