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미래에셋증권이 미국 항공우주 기업 스페이스X 공모주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상당 규모’의 스페이스X 공모주 물량을 배정받을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박 회장을 비판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미래에셋증권의 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1분기 실적 개선에도 스페이스X 투자 평가이익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다만 스페이스X의 주가 흐름은 기대와 달리 지지부진하다. 스페이스X의 주가는 지난 6월 16일(현지시각) 한때 225.64달러(약 34만 6400원)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150~160달러(약 23만~24만 5000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투자자 보호 절차 준수했나” 금감원 조사 나서
스페이스X는 6월 12일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박현주 회장은 지난 4월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스페이스X의 밸류(가치)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있지만 좋은 주식임은 틀림없으며 많은 투자자에 좋은 기회를 주고 싶다”며 “배정 규모는 비공개지만 상당 규모를 예상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공모주 물량을 배정받지 못했다.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최종 단계에서 미래에셋증권에 물량 배정 불가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상장 과정에서 공동 인수단으로 참여해 231만 주의 공모주 물량을 예비 배정받았다. 이는 약 4700억 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고객들에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S-1)에 인수단으로 명시돼 국내 고객들에게 물량을 제공할 자격과 요건을 갖추고 청약을 진행했다”며 “마지막까지 물량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미국 대표주관사의 재량에 따른 최종 결정으로 물량을 전혀 배정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사과에도 여론은 악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관련 조사에 나섰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6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미래에셋증권이) 투자자 보호 절차를 어떻게 준수했는지, 해외 주관사의 물량 배정 관련 사실관계가 어땠는지 보고 있다”며 “전문투자자 등록 절차나 운영이 적정했는지, 해외투자 관련 위험 고지가 적절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1분기 이익 올려준 스페이스X, 주가는 계속 하락
이번 사태는 미래에셋증권의 최근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순이익이 지난해 1분기 2582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조 19억 원으로 288.01% 증가하며 호조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투자자 신뢰가 훼손되면 미래에셋증권의 향후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페이스X는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1분기 호실적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글로벌스페이스투자조합1호와 미래에셋글로벌섹터리더투자조합1호 등을 통해 스페이스X에 투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스페이스X 투자 금액은 국내외 합산 기준 8000억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최근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가 상승하면서 미래에셋증권의 평가이익도 증가했다. 고연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 “올해 1분기에만 8040억 원의 평가이익을 인식했는데, 주로 스페이스X 관련 대규모 평가이익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스페이스X의 주가 흐름은 지지부진하다. 공모가는 주당 135달러(약 20만 7300원)였으며 상장 이후 주가가 상승해 6월 16일 201.80달러(약 31만 원)에 마감했다. 그러나 이후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23일 스페이스X의 종가는 156.11달러(약 23만 9800원)였다.
스페이스X의 주가가 하락하면 미래에셋증권의 평가이익도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 이 때문에 증권가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장영임 SK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해외법인 실적이 증가한 점은 긍정적이나 평가이익이 주된 요인이었기 때문에 향후 스페이스X 주가에 따라 이익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은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스페이스X에 대한 전망도 우호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자금 조달로 전 세계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밸류에이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과거 주요 기술주 상장 사례와 비교하면 스페이스X의 상장 직전 연도 매출액 증가율은 33.2%로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주가매출비율(PSR)은 과도하게 높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분기 스페이스X 투자 효과로 호실적을 거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스페이스X가 하반기 실적 불안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스페이스X 공모주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면서 투자자 신뢰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투자자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진화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이 신뢰를 회복하고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금융권 관심이 집중된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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