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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프리즘] 중국 주재원의 골프장 ‘갑질’

2016.05.05(Thu) 18:49:52

지난 2014년 연말은 대한항공 ‘땅콩회항’이 화려하게 장식했다. 한국 사회에서 ‘갑질’ 이슈는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 임원이 비행기에서 라면을 마음에 들게 끓여오지 못한다고 승무원을 잡지로 쳤다가 사회적 이슈가 되어 결국 사퇴했다. 우유회사는 대리점에 끼워 팔기를 하다가 사회적 비난에 엄청난 매출 손실을 보기도 했다. 이 사건들은 모두 갑의 횡포 또는 갑질로 규정됐다. 한국 사회는 지금 갑질과의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2016년 한국이 아닌 중국 베이징에서 이에 못지않은 갑질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베이징의 어느 명문 골프장, 캐디 대기실에서 두 명의 캐디가 화를 못 참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다. 베이징 주재 한국 금융회사 직원들이 9홀을 마치고 캐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골프장 측에 얘기해 캐디를 바꾼 것이다.

언뜻 ‘캐디가 뭔가 잘못했으니 바꾸었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캐디들에 따르면 한국인 회원들이 ‘공을 잘 못 찾는다’, ‘라이를 잘 못 본다’ 등의 사소한 이유로 트집을 잡는다고 한다. 특히 본인들의 스코어가 좋지 않은 날이면 더욱 심하다고 한다. 그 회사 사람들이 다 그렇지는 않지만 몇 명이 매너가 좋지 않아 캐디들이 모두 기피한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옆에 있던 다른 캐디도 그 사람들의 라운딩을 몇 번 도운 적이 있는데 스코어가 좋지 않으면 골프채를 팽개친다든지, 괜히 캐디에게 화풀이를 한다든지, 심한 경우 자기 공을 멀리 던지고 캐디에게 주워오게 하는 일도 종종 있다고 했다. 갑질 중에 갑질인 셈이다.

   
▲ 중국의 골프장 풍경.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한국이었다면 가능했을까? 물론 ‘NO’다. 중국이고, 캐디가 중국인이니까라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있을 것이다. 이런 마음으로 중국에 회사를 차리고 중국인을 상대로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거창하게 한중우호, 민간외교, 이러한 화려한 말을 쓰고 싶지는 않다. 한국 중국 어디에서라도 상식에 가까운 일이다.

이들의 ‘갑질 내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베이징에서는 골프 라운딩을 마치면 18홀을 기준으로 1인당 100위안(약 1만 7750원)씩 걷어 캐디에게 주어 수고에 대한 고마움을 표한다. 골프장에서 정한 룰은 아니지만 최근 공식화되어 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직원들은 일인당 50위안씩을 주고 나머지는 골프장에서 50위안을 캐디에게 보충해준다고 한다.

좋은 회사라 좋은 회원권을 가지고 있나보다고 생각할 수 있다. 보통 한국이나 중국이나 골프장 회원권의 종류는 크게 개인회원권, 기명+무기명, 기명+3 등으로 구분된다. 모든 회원권은 연회비와 매회 라운드 비용을 지불한다. 그런데 이 회사 회원권은 라운딩 후 비용 또한 지불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도 골프장과 특별한 계약을 맺은 듯하다.

기자가 골프장 측에 회원권 관련 문의를 해보았으나 비용을 받지 않는 회원권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떤 계약을 한 것일까. 전 세계에 유일한, 최고의 특별한 회원권임에 틀림없다.

지난 2013년 한국 사회를 요동치게 한 해외 금융회사들의 부조리 사건이 생각난다. 특별한 최고의 회원권을 소유하고 있어 자기들이 더욱 갑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어떤 회원권이고 어떤 조건인지 한 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을 듯싶다.

물론 이처럼 일상에서 갑질을 실제로 저지르는 한국인이 다수는 아닐 것이다. 아니, 아니길 바란다. 악질적인 갑질은 반드시 처벌해야 하고, 막아야 한다. 하지만 갑을 관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바뀌지 않은 채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중국에 사는 한국인은 지금 있는 곳이 한국이 아닌 중국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재문 일요신문 차이나 기자

비즈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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