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KAI가 드론 함재기 개발에 착수했다. 기존에 개념 연구 중이던 공군용 무인전투기(UCAV)를 항공모함에서도 운용할 수 있도록 개조하는 방식이다. 이 UCAV는 기수부가 모듈화되어 있을 뿐 아니라, 내부 및 외부 무장창에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공중발사 무인기 등을 탑재할 수 있다.
해당 내용은 7월 8일 국회 유용원 의원실이 주최한 ‘대한해협 해전 전승 기념 제8회 세미나’에서 공개됐다. 이 자리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미래체계연구실 강병길 실장은, KAI가 개념 설계 중인 무인전투기를 기반으로 함상용 무인전투기 개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KAI가 기존에 개발한 무인전투기는 유인 전투기 KF-21과 편대 비행을 수행하는 무인 편대기(CCA)다. 무인 편대기는 미국, 중국, 튀르키예 등에서 활발히 개발 중이며, 한국에서도 대한항공의 LOWUS 등이 추진되고 있지만, KAI의 UCAV는 이들보다 훨씬 대형으로, 장비 탑재 능력과 성능 면에서 우위를 가진다.
KAI는 이 UCAV를 항공모함 탑재용으로 개량 중이다. 이를 위해 착륙장치를 보다 견고하게 보강하고, 항공기 강제 착함 장치(Tail Hook)를 추가한다. 이를 통해 KAI 드론 함재기는 재래식 항공모함에서 이·착륙이 가능해진다.
드론 함재기의 주요 제원은 다음과 같다. 최대이륙중량(MTOW)은 6톤 이하, 항속거리는 약 482km(300해리)이며, 무장 탑재중량은 800kg, 최고 속력은 마하 0.6 이하다. 이는 체코의 L-39 알바트로스 훈련기와 유사한 크기이며, 최고 속도 마하 1.8의 KF-21 보라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다.
KAI가 속도를 낮춘 이유는 고효율의 고 바이패스 터보팬 엔진(Hi-Bypass Engine)을 탑재했기 때문이다. 드론 함재기는 공중전이나 지상공격뿐 아니라 정찰(ISR) 임무에도 활용되므로, 고속보다 효율성을 우선한 것이다.
속도 면에서는 유인 전투기에 미치지 못하지만, KAI 드론 함재기는 유인기에는 없는 여러 새로운 능력을 갖췄다. 우선 스텔스(stealth) 기능이 있다. 적의 레이더 탐지를 회피할 수 있도록 KF-21 EX에도 적용된 내부 무장창(Internal Weapons Bay)을 장착했다.
두 번째는 모듈형 설계를 통한 임무 장비의 유연한 교체다. 기수부를 교체함으로써 AESA 레이더, 공중전용 적외선 탐지 장비(IRST), 지상공격용 전자광학 장비(EOTS) 등 다양한 센서를 임무에 따라 탑재할 수 있다. 향후 파생형에는 해상 탐색용 레이더 등도 장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세 번째 특징은 강력한 무장과 무인기 통합 운용 능력이다. KAI 드론 함재기는 MBDA의 미티어(Meteor)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탑재해 원거리 공중전 수행이 가능하며, KAI가 자체 개발 중인 중형 및 소형 공중발사 무인기를 탑재함으로써 ‘드론 모함’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드론이 또 다른 드론을 운용하는 개념으로, 1대의 드론 함재기가 동시에 다수의 무인기를 지휘하는 것이다.
KAI 드론 함재기가 본격 개발된다면, 한국은 미국의 MQ-25, 튀르키예의 바이락타르 크즐예마(Bayraktar Kızılelma)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항공모함용 제트 무인공격기를 개발하게 된다. 특히 무인기 수출 시장에서 이미 강세를 보이는 튀르키예 무인기의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크즐예마와 비교했을 때, KAI 드론 함재기는 더 큰 무장 탑재 능력을 갖췄으며, MQ-25에는 없는 AESA 레이더를 장착해 공중전 수행 능력까지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다만 무인 함재기의 기체가 큰 만큼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유무인 전력 지휘통제함의 크기와 성능도 이에 상응해야 하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륙을 위해서는 6톤 이상을 견딜 수 있는 전자기 사출기(EMALS)가 필요하며, 한국은 현재 20톤급 EMALS를 자체 연구 개발할 계획이다. 하지만 EMALS는 처음 시도하는 분야인 만큼 일정 수준의 기술적 위험이 따를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필자는 KAI 무인 함재기의 최대이륙중량에 맞춘 8톤급 전자기 사출기를 우선 개발한 뒤, 향후 MQ-25급 기체도 운용 가능한 20톤급으로 점차 확장해 나가거나, 카나드(canard)와 추력 편향 노즐(TVC)을 장착해 사출기 없이 스키점프(Ski Jump) 방식으로 이륙 가능한 버전을 병행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지난 20여 년간 한국 해군은 항공모함 확보를 위한 노력을 이어왔지만, 예산과 인력 부족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나 KAI의 무인 함재기와 유무인 통합 지휘체계, 그리고 드론 항공모함이 현실화된다면, 해상에서의 국익 수호는 물론 새로운 방산 수출 품목으로도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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