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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게이트 불씨는 ‘배우-조폭 다툼’ 개입

관계자 “법정싸움 돈으로 해결한 후 뒷배 삼으며 배포 커져”

2016.06.10(Fri) 14:25:23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정운호 게이트’를 ‘시한폭탄’에 비유한다. 게이트와 관련된 모든 의혹이 진실로 밝혀질 경우, 상당한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는 이유다. 그렇다면 시한폭탄의 불씨는 언제, 어떻게 붙게 된 것일까. <비즈한국>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어떤 사연으로 해외 원정 도박을 시작하게 됐는지 그 행적을 추적했다.

   
▲ 사진은 해외 카지노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정운호 게이트’는 도박 사건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범서방파 행동대장 출신 김 아무개 씨(46)를 횡령 혐의로 체포,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씨가 마카오에 불법 정킷방(보증금을 주고 빌린 VIP 도박장)을 운영했다는 단서를 입수하고 정킷방 출입 명부를 통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원정 도박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기소했다.

마카오 정킷방에서 100억 원대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된 정운호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 2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6개월 후인 지난 4월 정운호 대표의 항소심 변호를 맡았던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가 정운호 대표를 상대로 폭행 혐의로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도박 사건은 폭행 사건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2014년과 2015년 초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정운호 대표에게 무혐의 처분을 받도록 도와준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까지 구속되면서 법조 비리 사건으로 확대됐다. 지하철상가와 롯데면세점 입점, 군 PX 납품 비리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정운호 게이트는 정·관계와 재계로 불똥이 튀었다. 최근에는 정운호 대표가 여자 연예인들과 성매매를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연예계로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사정기관 관계자는 정운호 게이트를 시한폭탄에 비유하며 “모든 의혹이 진실로 밝혀지면 사회적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며 “정운호 대표의 돈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시한폭탄의 불씨는 바로 도박”이라고 설명했다.

정운호 대표가 원정 도박을 하게 된 행적을 추적해보니 지난 2006년 9월 당시 범서방파 두목이었던 김태촌 씨(사망)와의 인연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됐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8년간 정운호 대표의 사업파트너로 지낸 복수의 화장품업계 관계자들은 정운호 대표와 김태촌 씨의 첫 만남을 지난 2006년 9월 즈음으로 기억했다.

   
▲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2006년 10월 정운호 대표와 만났다는 화장품업계 관계자 A 씨는 “(그 자리에서) 정운호 대표가 범서방파와 알게 됐다며 자랑을 했다. 처음에는 자신을 비호해주던 폭력조직을 콜박스파에서 범서방파로 바꾸는 것인 줄 알았다”며 “당시 톱스타 남자배우 B 씨가 김태촌과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었는데, 정 대표가 남자배우를 대신해 돈으로 사건을 해결해줬다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다른 화장품업계 관계자 C 씨도 A 씨의 말에 동의하며 “정운호 대표가 더페이스샵 사업을 확장하는 데 콜박스파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게 맞다”면서 “김태촌과의 인연으로 범서방파와 친분을 유지하게 됐고, 도박의 세계에 발을 딛게 된 것도 그 인연에서 비롯된 것으로 안다”고 보탰다.

실제로 정운호 대표가 출입했던 마카오 정킷방의 운영자 김 씨는 범서방파 행동대장 출신으로, 김태촌 씨의 양아들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 정킷방에서 도박중개업자로 활동한 이 아무개 씨(40)는 범서방파 라인으로 일컬어지는 광주송정리파의 행동대원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정운호 대표가 정킷방에 출입했던 시기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다.

화장품업계 관계자의 설명대로 남자배우 B 씨는 2004~2008년 더페이스샵의 광고모델로 활동했으며, 2005년 말 불법 도박장 연루 사건의 당사자로 지목된 적이 있다. 또 2006년에 김태촌 씨와의 법정 싸움 등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더페이스샵의 광고모델은 유지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당시 정운호 대표와 B 씨가 같은 아파트단지에 살아 친형제보다 가깝게 지냈다”며 “결국 B 씨로 인해 범서방파를 알게 된 것이 정운호 게이트의 불씨가 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비즈한국>은 B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소속사 측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연락을 주겠다는 말만 반복할 뿐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들은 정운호 대표가 범서방파와의 인연으로 각계 주요 인사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A 씨는 “정운호 대표가 2008년 이후 ‘돈이면 다 된다’는 식으로 변했다”면서 “2010년 나와 관계가 틀어진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 씨도 “콜박스파와 알고 지낼 때는 그러지 않던 사람이 범서방파를 알게 된 후 ‘유명 조폭 두목을 알고 있어 무서울 게 없다’는 식으로 변했다”며 “정운호 대표에게 받아야 할 돈 5억 원을 정당하게 요구했더니 ‘전직 검찰총장이 내 뒤를 봐주고 있다’면서 되레 협박까지 하더라”고 보탰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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