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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노벨 물리학상 유력 후보로 떠오른 '뮤온 g-2' 프로젝트

전자와 비슷하지만 무겁고 불안정…'표준모형'으로 실험 결과 설명 못 해, 새로운 물리학 필요성 제기

2026.05.04(Mon) 17:17:16

[비즈한국] 노벨상의 지표로 불리는 상이 있다. 브레이크스루 프라이즈다. 실리콘밸리 경영자들이 과학 발전에 이바지한 과학자들에게 거금의 상금과 함께 상을 수여한다. 이 상을 타면 몇 년 안에 노벨상을 타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올해는 강입자 충돌기에서 일명 뮤온(muon) g-2 실험을 이끈 물리학자들에게 상이 돌아갔다. 김영기 시카고대학교 교수가 명예소장을 역임한 페르미연구소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아주 멋진 소식이다. 

 

아주 작은 미시 세계 속에서 벌어지는 혼란은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우주의 비밀, 암흑물질에 대한 뜻밖의 힌트가 될 수도 있다. 아주 거대한 매크로 코스모스의 풀리지 않는 비밀이 이 작고 작은 마이크로 코스모스 속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 매번 코스모스를 넘어갈 때마다 우린 전혀 다른 스케일에서 낯선 새로운 코스모스를 만난다. 과연 올해 브레이크스루의 주인공이 된 뮤온 g-2 실험은 대체 어떤 비밀을 품고 있을까? 

 

 

힉스 입자가 발견된 뒤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다. 이제 정말 중요한 입자는 거의 다 찾은 것 아닐까. 표준모형은 너무나 잘 맞고 실험은 점점 정밀해지지만, 새로운 입자는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입자물리학의 대발견 시대는 끝난 것 아닐까. 그런데 2021년, 아주 작은 입자 하나가 다시 전 세계 물리학자들을 흥분시켰다. 그 입자의 이름은 뮤온이다. 

 

뮤온은 전자의 무거운 사촌 같은 입자다. 전자와 전하도 같고, 스핀도 같고, 여러 성질이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훨씬 무겁다. 전자보다 약 200배나 무겁다. 그리고 아주 불안정하다. 뮤온은 영원히 살아남는 입자가 아니다. 대략 100만분의 1초 정도만 존재하다가 다른 입자로 붕괴한다. 

 

페르미연구소에서 운영 중인 뮤온 g-2 실험 장치. 사진=Fermilab


뮤온은 우주에서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우주선(線)이라 불리는 고에너지 입자들이 지구 대기와 충돌하면 그 과정에서 뮤온이 만들어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대기권에서는 수많은 뮤온이 생겨나고 사라진다. 다만 수명이 너무 짧아서 잠시 나타났다 홀연히 사라질 뿐이다. 얼핏 생각하면 있으나마나한 입자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왜 과학자들은 이렇게 금방 사라지는 입자에 그렇게 집착할까. 뮤온이 우주의 빈 공간을 매우 민감하게 느끼는 입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빈 공간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다. 하지만 양자역학 관점에서 보면 진공은 결코 텅 비지 않았다. 진공은 보이지 않는 양자적 수프와 같다. 그 안에서는 입자와 반입자가 아주 짧은 순간 생겨났다가 사라진다. 전자와 양전자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질 수 있고, 광자가 나타났다 사라질 수 있고, 더 복잡하게는 쿼크와 반쿼크의 쌍도 순간적으로 생겨났다 사라질 수 있다. 뮤온은 바로 이 양자적 수프를 지나가며 그 영향을 받는다. 전자도 영향을 받지만, 뮤온은 전자보다 훨씬 무겁기 때문에 더 민감하다. 그래서 뮤온은 마치 보이지 않는 수프 안에 어떤 재료가 들어 있는지 알려주는 탐침처럼 작동한다. 

 

전자나 뮤온 같은 입자는 스핀이라는 양자역학적 성질을 가진다. 스핀은 입자가 실제로 팽이처럼 돌고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마치 작은 회전과 비슷한 효과를 만들어낸다. 전하를 가진 입자가 스핀을 가지면, 그 입자는 작은 막대자석처럼 행동한다. 즉 자기 모멘트를 가진다. 투박하게 말해서 뮤온은 아주 작은 자석이다. 그래서 강한 자기장 안에 넣으면, 그 작은 자석의 방향이 흔들린다. 팽이를 돌려보면 팽이의 축이 똑바로 서 있지 않고 천천히 흔들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것을 세차운동이라고 한다. 뮤온도 자기장 안에서 비슷하게 흔들린다. 이 정도를 나타내는 값을 g라고 한다. 

 

 

오늘날 정립된 입자 물리학의 표준 모형. 이미지=위키미디어 코먼스

 

1930년대의 디랙 이론에 따르면, 전자나 뮤온 같은 스핀 2분의 1 입자의 g 값은 정확히 2가 되어야 한다. 당시 이론은 복잡한 내부 구조를 가정하지 않고도, 전하와 스핀을 가진 기본 입자의 자기적 성질을 2라는 깔끔한 숫자로 예측했다. 하지만 코스모스는 언제나 우리의 기대를 넘어선다. 1948년, 과학자들은 전자의 g 값을 아주 정밀하게 측정했다. 결과는 정확한 2는 아니었다. 2.00238 정도였다. 2보다 아주 조금 더 컸다. 차이는 겨우 0.1퍼센트 정도. 하지만 물리학에서는 그냥 오차로 넘길 수 없는 차이다. 여기에서 양자전기역학이 등장한다. 

 

양자전기역학에 따르면, 전자는 혼자 있는 것이 아니다. 전자 주변의 진공은 순간적으로 생겨났다 사라지는 입자들의 구름으로 둘러싸여 있다. 전자 근처의 전기장은 매우 강하고, 그 에너지는 잠깐 동안 입자와 반입자 쌍을 만들어낼 수 있다. 전자-양전자 쌍이 생겨났다 사라지고, 광자가 방출되었다 다시 흡수된다. 아원자 세계에서 전자나 뮤온 주변 공간은 마치 반딧불이가 깜빡이는 숲처럼 보일 수 있다. 입자들이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며, 그 짧은 존재가 원래 입자의 자기적 성질을 아주 조금 바꾼다. 그래서 g는 정확히 2가 아니다. 2보다 아주 조금 크다. 

 

이 작은 초과분을 과학자들은 자기 이상(anomalous magnetic moment)라고 부른다. 수식으로는 보통 a=(g-2)/2로 쓴다. 말 그대로 g에서 2를 뺀 뒤 2로 나눈 값이다. 뮤온 g-2라는 이름도 여기서 온다. g가 2에서 얼마나 벗어나는지는, 뮤온이 주변의 양자적 진공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양자적 진공 안에는 표준모형에 포함된 모든 입자들의 효과가 들어간다. 광자, 전자, 양전자, W 보손, Z 보손, 쿼크, 글루온까지 모두 조금씩 기여한다.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뮤온의 g-2 값을 매우 정밀하게 측정했다. 표준모형 계산과 거의 완벽하게 비슷했다. 거의 모든 자릿수가 맞았다. 하지만 아주 아랫자리, 소수점 아래 여덟 번째 혹은 아홉 번째 자리 근처에서 차이가 났다. 일상적으로 보면 말도 안 되게 작은 차이다. 지구 둘레를 예측하는데 10~30cm 정도 차이 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런데 입자물리학에서는 이런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페르미연구소의 실험은 브룩헤이븐에서 사용한 거대한 자기 저장 고리를 다시 사용했다. 이 고리는 지름이 50피트, 약 15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원형 장치다. 원래 롱아일랜드의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에 있던 이 장치를 일리노이주 바타비아의 페르미연구소로 옮기기 위해, 연구자들은 육로로 곧장 가로질러 가지 않았다. 장비가 너무 크고 민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다와 강을 거쳐 이동한 뒤 마지막에는 거대한 트럭에 실어 페르미연구소까지 운반했다.

 

거대한 실험 장치를 운반하던 ‘빅 무브(big move)’ 작업 당시 모습. 사진=Brookhaven National Laboratory


페르미연구소는 고에너지 뮤온을 만든다. 그리고 이 뮤온들을 강한 자기장이 걸린 원형 고리 안으로 쏘아 넣는다. 뮤온들은 고리 안을 빠르게 돌면서 자기장 때문에 흔들린다. 이 흔들림의 진동수, 즉 세차운동 속도가 바로 뮤온의 자기 모멘트를 알려준다. 하지만 뮤온은 오래 살지 않는다. 약 100만분의 1초 뒤에 붕괴한다. 그 짧은 시간에 고리 안을 수백 번 돌 수 있지만, 결국 전자 또는 양전자 등으로 붕괴한다. 실험 장치 주변의 검출기는 이 붕괴에서 나오는 입자들의 에너지와 방향을 측정한다. 그리고 그 정보를 통해 원래 뮤온이 어떻게 흔들렸는지 역으로 알아낸다.

 

이 실험은 극도로 정밀해야 한다. 자기장이 조금만 달라도 안 된다. 검출기의 시간 측정이 조금만 흔들려도 안 된다. 뮤온 빔의 모양, 전기장 보정, 수직 방향 진동, 계통오차까지 모두 통제해야 한다. 그래서 페르미연구소의 뮤온 g-2 실험은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됐다. 

 

2021년 페르미연구소의 첫 결과는 브룩헤이븐의 결과와 잘 일치했다. 페르미연구소와 브룩헤이븐 두 곳의 결과 모두 당시 표준모형의 대표적인 이론값과 비교하면 4.2시그마 정도 차이가 났다! 새로운 발견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5시그마까진 아니지만 분명 무시하기 어려운 차이였다. 해결되지 않는 간극은 무엇을 의미할까? 

 

여기에서 또 다른 흥미로운 개념이 등장한다. 바로 렙토쿼크다. 보통 렙톤과 쿼크는 종류가 다른 입자로 여겨진다. 전자와 뮤온은 렙톤으로 강한 핵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기본 입자다. 쿼크는 양성자와 중성자를 이루는 기본 입자다. 그런데 렙토쿼크는 이 두 가지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 가상의 입자다. 입자와 파동의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든 양자의 혁명이 다시 한번, 이번엔 표준모형 안에서 렙톤과 쿼크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코스모스 너머에 얼마나 더 기괴한 존재가 숨어 있을지, 문득 겁이 날 정도의 상상이다. 이 가상의 입자가 정말 존재한다면, 붕괴 과정에서 전자와 뮤온을 조금 불공평하게 대우할 수 있다. 

 

표준모형에서는 일명 렙톤 보편성이라는 원리가 있다. 전자, 뮤온, 타우는 질량이 다르지만 기본적인 상호작용 방식은 같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특별한 질량 효과를 제외하면, 어떤 과정이 전자쌍으로 가는 비율과 뮤온쌍으로 가는 비율은 같아야 한다. 그런데 강입자 충돌기에서 LHCb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예상치 못하게 불균형했다. 뮤온 쪽으로 가는 붕괴가 전자보다 적었다. 1 대 1이 아니었다. 뮤온으로 가는 붕괴가 0.8 정도였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왜인지 우주는 전자와 뮤온을 다르게 대우한다는 뜻이다. 전자를 더 편애하고 더 많이 만드는 쪽을 선호해야 한다. 하지만 이건 기존 표준모형 안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일명 기존의 네 가지 기본 힘을 초월하는 또 다른 다섯 번째 힘 때문일 거라는 해석까지 등장했다. 

 

이미 표준모형이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은 알려졌다. 표준모형은 암흑물질을 설명하지 못한다. 우주에 왜 물질은 많고 반물질은 거의 없는지도 설명하지 못한다. 힉스 입자가 왜 그렇게 가벼운지도 깊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높은 에너지에서 힘들이 어떻게 통합되는지도 아직 완전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새로운 물리학이 어딘가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이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드러날지 모를 뿐이다. 뮤온 g-2는 그 가능성의 한 문을 열어준 실험이었다.

 

참고

https://muon-g-2.fnal.gov/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날마다 우주 한 조각’, ‘별이 빛나는 우주의 과학자들’, ‘갈 수 없지만 알 수 있는’,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진짜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코스미그래픽’ 등을 번역했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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