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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vol. 2] ‘소리가 들리는 그림’ 김현희

2017.05.15(Mon) 15:44:54


[비즈한국] 그릴 수 없는 것을 그릴 수 있을까. 그릴 수 있는 것을 그리는 것은 기술이지만, 그릴 수 없는 것을 그리는 일은 예술이다. 눈에 보이는 것은 그릴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기는 수월치 않다. 이걸 어떻게 그려낼 수 있을까.

 

상상력의 힘이라면 가능한 일이다. 이를 통해 예술가들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세상을 우리 앞에 펼쳐주었다. 그래서 예술가들이 하는 일을 ‘창작’이라고 부른다.

 

그동안 화가들이 상상력을 동원해 개척한 미지의 세계는 많다. 꿈이나 기억, 생각, 감정의 세계 등의 이미지가 그런 것이다. 천국이나 지옥 혹은 죽음을 상상해서 구체적인 공간으로 떠올리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그려내려는 화가들의 도전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소리를 그리는 일이었다. 소리를 표현 언어로 삼는 음악을 그리려는 시도에서 추상화도 나왔다. 들리는 소리를 보이는 그림으로 만드는 일에 일생을 바친 화가가 바실리 칸딘스키다. 서양미술사에서 처음으로 추상화를 그린 것으로 알려진 그는 색채와 형태를 조합하여 교향곡과 같은 예술적 감흥을 자아내는 그림을 그리려고 했다.

 

소리-파도: 194x112cm, 장지에 채색 후 커팅, 2012년.

 


보이지는 않지만 느낄 수 있는 것. 느낌을 보이는 것처럼 만들 수 있는 예술이 음악이다. 소리의 조화를 통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칸딘스키는 음악에 지식이 많았기에 이런 생각과 시도를 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추상화를 만들 수 있었다. 그는 음악 이론을 회화로 바꾸는 방법을 실험했다. 즉 색조를 소리의 색으로, 색상은 소리의 높고 낮음 정도 그리고 채도를 소리의 크기로 바꾸어 작품을 만들었다. 그래서 자신의 그림에서 사람들이 음악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랐다.

 

김현희도 소리를 그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작가다. 그가 생각하는 ‘소리가 들리는 그림’은 어떤 것일까.

 

그의 그림은 흡사 목판화처럼 보인다. 일정한 모양과 크기의 점들이 커다란 움직임을 따라 배열돼 있다. 그래서인지 딱딱한 점이지만 출렁이는 율동감이 보인다. 이 때문에 커다란 화면은 일정한 질서를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소리를 운동 에너지로 해석해 그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무수한 점은 소리를 만들어내는 최소 단위인 듯 보인다. 김현희는 소리를 작은 에너지원이 일정한 운동감에 의해 만드는 공간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과학적 근거를 공부하고 해석해낸 표현인 듯싶다. ​

 

소리-파도: 100x162cm, 장지에 채색 후 커팅, 2009년.

 

 

표현 방법도 특이하다. 그는 전통 한국화 기법으로 작업한다. 세 겹으로 붙인 장지에 물감을 바르고, 다시 그 위에 두 겹 장지를 붙인 후 칼로 오려서 점을 만든다. 그리기보다는 만드는 방법이다. 

 

그가 그리는 소리는 에너지 요소의 최소 단위를 점으로 보고 만드는 것이다. 이는 빛을 점으로 해석해 그린 신인상주의 점묘파 화가들의 과학적 회화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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