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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여대 비리 폭로전에 '제3의 인물' 있었다

상임이사와 전 이사장 사이에서 폭로전 주도…지난 정권 인사들과 연루 의혹도

2017.07.26(Wed) 20:12:13

[비즈한국] 덕성여대 재단 오너 일가족과 이사장의 비리 폭로전 이후 최근 또 다른 의혹이 나왔다. 이 갈등의 중심에 이명박, 박근혜 정부 관계자들과 연결된 제3의 인물이 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그가 오너 일가족과 이사장의 폭로전을 주도하고 교육부까지 끌어들였다는 내용이다. 앞서 오너 일가족과 이사장은 대학 경영권과 5000억 원대 대규모 수익 사업 등을 두고 갈등을 겪다 상대방의 비위 사실을 폭로했다. 이로 인해 이들은 각각 교육부 행정조치와 검찰 수사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교육부와 오너 일가족의 ‘유착’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덕성여대 차미리사 기념관.

 

​2015년 중순부터 2016년 초 사이에 덕성여대에서는 박토마스상진 상임이사와 김목민 전 이사장이 ​교육부 감사 끝에 각각 징계 등 행정조치를 받았고, 동시에 이뤄진 교육부의 검찰 고발로 조사를 받았다. ​​박 상임이사는 학교법인 공금 수천만 원을 쌈짓돈처럼 써온 것으로, 김 전 이사장은 1억 원대 배임‧횡령 등의 이유다.

박 이사는 1997년 횡령, 배임 등 다양한 비리 의혹 중심에 섰다가 학교 구성원의 민주화 운동과 교육부 감사 등을 거쳐 자격이 취소됐던 박원국 덕성여대 전 이사장(구재단)의 조카로, 실질적인 덕성여대의 오너다. 그는 ‘비리 구재단의 학교 복귀를 돕는다’는 지적이 제기된 2012년 사립대학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으로 학교 상임이사가 됐다. 

김 전 이사장은 전 서울북부지방법원장으로, 2005년 변호사 개업 직후 박원국 전 덕성여대 이사장과 만나 학교 복귀를 도왔다. 2007년 박원국 전 이사장이 뇌경색으로 의식을 찾지 못하게 되면서 박토마스상진 상임이사와 협력했다. 김 전 이사장은 박 상임이사의 학교복귀를 반대하는 학교 구성원의 여론에 따라 먼저 이사장 자리에 올랐다.  

# 폭로전

한때 협력관계였던 이들은 김 전 이사장의 4년 임기 종료를 앞두고 관계가 크게 틀어졌다. 박 이사의 비위 사실이 갑작스럽게 외부에 알려지면서부터다. 

교육부 민원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법인 회계를 전담해오던 박 이사는 법인공금 4000여만 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교육부는 박 이사에게 경고 조치를 내리면서 검찰에 고발했다. 김 전 이사장은 2년 더 이사장을 연임하겠다고 밝혔다. 박 이사가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그 직후, 김 전 이사장의 비위 사실이 담긴 투서가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접수됐다. 김 전 이사장 역시 학교공금을 마음대로 유용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교육부는 곧바로 김 전 이사장에 대한 민원조사에 착수했다. 교육부 조사에서 김 전 이사장 역시 업무추진비 등을 개인용도로 유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교육부는 김 전 이사장의 이사장직을 박탈하고 부당하게 사용한 1억 7000여 만 원을 전액 환수하도록 지시했다. 

김 전 이사장 측은 즉각 반발했다. 교육부의 행정조치에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면서 교육부 조사 자체가 박토마스상진 이사 측이 사주한 ‘표적감사’라고 주장했다. 박 이사 측 역시 “김 전 이사장 측에서 먼저 비위 사실을 은밀히 제보했다”며 맞섰다. 폭로전이 시작된 것이다.

학교와 교육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들의 갈등은 박 이사와 김 전 이사장이 취임한 2012년부터 예고됐다. 당시 덕성여대는 교육부에 ‘재단 정상화방안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설립 이후 최초로 법인 수익 사업을 계획했다. 포항 KTX 인근 호미곶 전기개발사업이나 호텔 신축 등 5000억 원대 대규모 사업이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각종 이권을 나눠 갖는 ‘논공행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덕성여대는 학교에서 물러난 구재단의 복귀 시도가 1997년부터 시작된 점을 감안할 때, 다른 사학에 비해 기간이 오래 걸린 탓에 얽혀있는 내부 관계자들이 많다. 오너 일가족끼리도 재산 관련 다툼이 있어 여기에 개입된 외부인사들도 상당하다. 덕성학원 전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박 이사 측과 김 전 이사장 측 인사들이 번갈아 인사발령이 내려지거나 핵심인물이 전보되는 등 서로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다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겉으로는 긴밀한 협력관계로 보였지만, 내부에서는 격렬하게 다퉜다. 2014년 김 전 이사장 측이 먼저 박 이사를 경찰에 고발했다는 게 중론”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전 이사장 측의 한 인사는 비즈한국과의 전화통화에서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 “교육부 유착 의혹” VS “사실무근”

이들의 갈등으로 덕성여대 학교 구성원들은 “비리를 저질러 학교를 떠났던 오너 일가족이 복귀하자마자 또 다시 비리를 저질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이 불똥이 교육부로까지 튀었다는 점이다. 교육부 감사가 오너 일가족인 박 이사에 유리하게 이뤄졌다는 주장이었다. “교육부가 비리 구재단을 감싸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육부의 행정조치 결과를 보면, 박 이사는 경고 조치에 그쳤고 김 전 이사장은 이사장직이 박탈됐다가 부당하게 사용한 업무추진비 등 적발된 돈을 모두 제자리에 돌려놓은 뒤에야 임원취임승인 취소 청문 조치가 중단됐다. 김 전 이사장은 별도로 소송을 제기해 2016년 8월 법원으로부터 가처분 결정을 받아 업무에 복귀했다가 지금은 이사로 재직 중이다.

교육부가 1년 넘게 미루고 있는 개방이사 선임도 ‘유착’ 의혹 대상이다. 교육부가 “덕성여대 개방이사 선임에 김 전 이사장이 개입했다”는 이유로 승인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사학재단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된 사립학교법상 개방이사 2명이 선임돼야 한다. 

덕성여대에서 개방이사 선임 결정이 이뤄진 것은 2016년 6월이다. 당시 덕성학원 이사회는 같은 해 5월 차기 개방이사 자리를 약속 받고 재임 기간 중 사퇴한 이사 2명을 개방이사로 선임했다. 이는 이사회 회의록에서도 드러난다. 2016년 6월 17일 법인사무국 회의실에서 열린 덕성학원 6차 회의록을 보면, 박 이사와 다른 이사들은 전원 앞서의 두 이사의 사퇴가 “개방이사로 선임해주기 위함”이었다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박 이사가 돌연 태도를 바꿔 지난 4월 서울행정법원에 이사회 결의 무효확인소송을 냈다. 앞서의 두 이사를 개방이사로 선임하기로 한 이사회 의결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였다. 박 이사 측에서 제출한 준비서면에는 “소송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는 ‘교육부 관계자’의 조언에 따라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전 법인 관계자는 “박 이사가 검찰 수사 등으로 이사회 구성도 뜻대로 되지 않고 차기 이사장 자리도 위태롭게 되자 찬성했던 개방이사 선임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교육부가 그를 도와주는 모양새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덕성여대 이사회 의결 당시 개방이사추천위원회가 추천한 개방이사 후보는 모두 6명이다. 김 전 이사장 측은 “앞서의 두 이사 외에도 후보 4명이 더 있었는데, 4명 모두 박토마스상진 이사 측에서 추천한 측근인사들”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박 이사 측은 이를 모두 부인하면서, 김 전 이사장이 일부 개방이사추천위원회 위원들에게 특정 후보의 표결을 요구했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정상 절차를 거치고 법적자문을 토대로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 관계자는 “교육부가 덕성학원과 유착됐다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 교육부 관계자가 관여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덕성학원과 같이 잔여임기가 남은 이사를 사임시키고 다시 개방이사로 재선임한 전례는 한 건도 없다. 조사 과정에서 김 전 이사장 측이 일부 위원에게 표결을 요구한 사실도 확인됐다. 오히려 학교법인이 개방이사 제도 본질을 훼손한 사례가 돼 향후 악용될 소지가 높아 반려된 것”이라며 “3곳의 법무법인에 자문을 요청한 결과, 모두 제도를 훼손한 행위로 권리남용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개방이사로 추천된 앞서의 두 이사가 제기한 임원취임승인신청 반려처분 취소청구소송이 끝나면 절차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사실 확인 없이 일방적인 주장만을 토대로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 제3의 인물 있다

이러한 갈등이 박 이사와 김 전 이사장의 ‘진흙탕’ 싸움으로 보이지만, 최근 이 갈등을 주도한 제3의 인물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전 이사장과 박 이사의 측근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전 이사장의 비리사실을 교육부에 민원으로 제기한 것은 2012년 박 이사의 학교 복귀 당시 함께 들어온 측근 인사 A 씨다. A 씨가 교육부에 해당 사실을 제보한 시점에 일부 언론이 김 전 이사장의 비위를 보도했는데, 이 언론들이 인용한 것은 과거 새누리당의 한 위원회 소속 당원이 작성한 보도자료였다. 이 자료의 출처는 A 씨였다.

이보다 앞선 박 이사의 비위 사실 민원 제기에도 A 씨가 관여했다는 사실이 비즈한국 취재 결과 뒤늦게 확인됐다. 양측의 비위사실을 A 씨 한 명이 폭로했다는 얘기다. 박 이사의 측근이자 전 덕성학원 관계자는 “박 이사의 비위사실은 교육부뿐만 아니라 국회와 일부 시민단체, 언론사에도 들어갔고 곧바로 교육부 조사와 언론 보도가 나왔다. A 씨가 직접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처럼 박 이사와 가까운 인사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당시와 최근을 비교해보면, 결과적으로 A 씨가 흐름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 씨가 개입된 정황은 박 이사의 비위 의혹 가운데 아직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에서도 발견된다. 박 이사가 1100여억 원의 공금을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금융상품에 투자했다는 의혹이다. 2016년 2월 말 기준 덕성학원 결산 내역을 보면, 덕성학원은 2015년 법인 적립금 1152여억 원을 수익 용도로 30가지 금융상품에 투자해 11억 원의 수익을 냈다. 문제는 이 투자가 이사회 승인 없이 박 이사 전결만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사립학교법(16조)과 덕성학원 정관에 따르면 학교법인 재산을 처분할 때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상임이사 임무 위배 및 배임 등에 해당된다.

하지만 박 이사는 ‘법인자금 예치 품의​ 전결권자’​를 ‘​상임이사’로 규정한 내부 규정을 근거로 투자했다고 밝혔다. 앞서의 상위 규정인 학교 정관과 사립학교법과 상반되는 이 내규는 2000년대 초 박 이사의 부친인 박원택 당시 덕성학원 상임이사가 만들었다. 또한 “이 건에서 이사회 의결이 필요 없다는 교육부 유권해석을 받았다”는 덕성학원 측 주장에 힘이 실려 1100억 원 투자는 민원이 제기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교육부 민원조사 대상에서도 빠졌다. 

교육부는 이러한 유권해석을 내린 적이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 사립제도과 관계자는 “유권해석의 경우 공문으로 발송된다. 그런데 덕성학원에 발송된 10년 치 공문을 봤지만, 유권해석을 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덕성학원 사무국장은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최근 직원들이 많이 바뀌었다”며 “학교법인이 교육부를 난처하게 만든 상황인데, 어떤 직원이 그런 말을 했는지 확인되지 않아 법인으로서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A 씨는 덕성학원 법인에 오기 전 또 다른 사립대학 사무국 2곳에서 근무했다. 공교롭게도 A 씨가 근무한 시점과 당시 사학 내부 분쟁이 발생되거나 심화된 시점과 겹친다. 그는 과거 한나라당 소속 전 국회의원과 같은 보수 단체 소속이다. 앞서의 박 이사가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개방이사 후보 4명 중 2명은 박근혜 정부 준비위원을 지낸 한 대학교수와 이명박 정부 출신 인사다. 이들 역시 앞서의 국회의원과 같은 단체 소속이거나 그와 가까운 인사다. 박 이사와는 특별한 친분 관계는 없다. 

한편 A 씨와 덕성학원 사무국 소속 일부 직원들은 교육부 민원조사와 이사 선임 시기, 당시 교육부 간부와 수차례 통화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간부는 현재 교육부를 떠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의 모든 업무는 공문형태로 이뤄져 모두 기록이 남는다”면서도 “개인적인 통화 내용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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