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9일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 수준까지 오를 경우 민간 차량 5부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시행 중인 차량 5부제가 유가 급등 시 민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구 부총리는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국제유가가 120달러에서 130달러 정도가 되면 위기경보 3단계 정도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민간에 대해서도 차량 부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최근 정부가 내놓은 에너지 수요 절감 대책의 연장선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월 17일 국무회의에서 중동발 에너지 위기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자동차 5부제·10부제 등 수요 절감 대책 검토를 주문한 바 있다. 차량 5부제와 10부제는 차량번호 끝자리에 따라 운행 가능한 요일을 나누는 방식으로, 고유가 상황에서 소비를 줄이는 대표적 수단으로 꼽힌다.
#공공부문은 이미 시행…민간은 아직 ‘자율’
정부는 대통령 지시 이후 공공부문부터 실제 조치에 들어갔다. 3월 25일 0시부터 전기차·수소차 등을 제외한 공공부문 승용차에 대해 5부제를 의무화했고, 민간에는 자율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공공부문 5부제는 기존보다 적용 범위가 넓어져 경차·하이브리드차 등 일부 차량도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장애인 사용 차량, 임산부 및 유아 동승 차량,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은 지역의 장거리 출퇴근 차량, 전기·수소차 등은 예외로 유지됐다.
정부는 공공기관 차량 5부제의 종료 시점을 ‘자원안보위기 경보 해제 시’로 잡았다. 일반 시민들이 당장 차량번호 끝자리에 따라 운행을 제한받는 상황은 아니지만, 유가와 중동 정세가 더 악화할 경우 정책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번에 구 부총리가 국제 유가 120~130달러라는 구체적인 기준선을 제시하면서 민간 확대 가능성도 한층 분명해졌다.
다만 정부가 공공부문부터 먼저 5부제를 의무화한 것은 민간 확대에 앞서 정책 효과와 현장 혼선을 가늠하려는 성격도 있어 보인다. 공공기관은 상대적으로 관리와 점검이 쉽고, 예외 기준도 행정적으로 정리하기 수월한 만큼 사실상 시험 적용 단계로 볼 수 있다. 민간까지 곧바로 확대할 경우 출퇴근, 영업, 돌봄 등 일상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부도 우선은 공공부문에서 운행 감축 효과와 여론 추이를 살피면서 대응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금융권에도 지원 주문…보험·카드업계는 ‘수익성 우려’
정부 대응은 차량 운행 제한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손해보험사와 카드사 등에 고유가·고물가 지원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하며 금융권 대책도 검토 중이다.
금융위는 지난 27일 손해보험사 임원들과 만나 차량 5부제 등 운행 제한 정책과 연계한 자동차보험료 할인 또는 환급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운행량이 줄면 사고율도 낮아질 수 있는 만큼 보험료를 낮추거나 일부를 돌려주는 방안이 거론된 것이다. 다만 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로 지난해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약 7080억 원 적자를 기록한 상황이어서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올해 보험료를 1%대 올린 직후 다시 할인 압박을 받는 셈이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에도 주유비 부담 완화 방안 마련 요청이 내려갔다. 금융위는 지난 26일 여신금융협회를 통해 카드사들에 기존 리터당 할인 외에 추가 혜택 제공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예시로는 5만 원 이상 주유 시 리터당 50원 추가 할인, 결제 금액의 5% 청구 할인 또는 캐시백 등이 거론됐다. 최근 기름값이 빠르게 오르면서 고정 할인 방식의 체감 효과가 줄어든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카드업계 역시 할인 확대에 따른 수익성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부문 에너지 절감과 민간 자율 참여, 금융권 지원을 함께 추진하며 고유가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간 차량 5부제가 실제 시행될지는 국제 유가 흐름과 중동 정세, 자원안보위기 경보 단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결정될 전망이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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