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브랜드가 상품을 넘어 감각과 경험, 태도로 기억되는 시대, 이제 사람들은 무엇을 사는지보다 무엇에 끌리고 어떤 경험을 기억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비즈한국은 브랜드 커뮤니티 비마이비와 함께 매월 ‘이달의 브랜드’를 선보인다. 비마이비가 포착한 브랜드의 새로운 감각과 흐름을 독자들에게 전하며, 지금 주목받는 브랜드가 왜 선택받았는지 그 맥락까지 함께 들여다본다.
브랜드 커뮤니티 비마이비가 2026년 3월 ‘이달의 브랜드’로 영화 ‘왕과 사는 남자’, 나이키스킴스, 이마트24, 오늘의집, 브랜든을 선정했다. 분야는 각각 ‘즐기고’, ‘입고’, ‘먹고’, ‘머물고’, ‘쓰고’다. 비마이비는 매월 일상 속 브랜드를 대상으로 아이덴티티, 시의성, 차별성, 커뮤니케이션, 화제성 등을 기준으로 주목할 만한 사례를 고른다.
이번 선정작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순한 판매보다 ‘경험 설계’에 가깝다.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로 화제를 만든 사례도 있고, 오프라인 공간과 팝업, 커뮤니티 접점을 통해 브랜드 경험을 넓힌 경우도 눈에 띈다. 소비자와 만나는 방식이 한층 입체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브랜드의 행보는 최근 시장 흐름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읽힌다.
#즐기고: 영화를 넘어 브랜드로 ‘왕과 사는 남자’
‘즐기고’ 부문에 선정된 ‘왕과 사는 남자’는 2026년 첫 천만 영화이자 3월 29일 기준 누적 관객 1561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한국 영화 흥행 3위에 올랐다. 영화의 완성도와 배우 조합이 주목받았지만, 배급사 쇼박스의 촘촘한 마케팅도 흥행을 떠받친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눈에 띄는 지점은 노션을 활용한 ‘촬영실록’ 운영이다. 조선왕조실록을 연상시키는 형식으로 촬영장 비하인드를 풀어내며, 젊은 관객층이 익숙한 툴을 마케팅에 접목했다. 오프라인에서는 ‘통곡 상영회’, ‘뜨개 상영회’처럼 관람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바꾸는 시도도 이어졌다. 이런 장치는 자연스럽게 N차 관람과 자발적 바이럴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영화의 여파는 상영관 밖으로도 번졌다. 단종의 유배지인 강원도 영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관련 여행 수요가 늘었고, ‘단종의 길’ 프로그램과 단종문화제에도 이목이 쏠렸다. 콘텐츠가 지역 관광으로까지 확장되는 힘을 보여준 셈이다.
#입고: 발레코어와 퍼포먼스 결합 ‘나이키스킴스’
‘입고’ 부문에 오른 나이키스킴스는 나이키와 스킴스의 협업 라인을 앞세워 여성용 액티브웨어 시장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스킴스는 ‘모든 신체를 위한 솔루션’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내세웠는데, 이번 협업에서는 발레리나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일을 전면에 배치했다. 몸의 선을 살리는 스킴스의 디자인에 나이키의 기술력이 더해진 점이 특징이다.
국내 첫 팝업은 서울 성수동에 열었다. 해외 방문객까지 몰릴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고, 일부 제품은 한정판 거래 플랫폼에서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기도 했다. 캠페인 뮤즈로 참여한 블랙핑크 리사는 발레와 퍼포먼스를 결합한 영상으로 컬렉션의 메시지를 시각화했다. 우아함과 강인함을 함께 강조한 연출은 이번 협업의 정체성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먹고: 편의점을 ‘맛의 경험 공간’으로 ‘이마트24’
‘먹고’ 부문의 이마트24는 편의점의 역할을 단순한 구매 채널에서 경험형 공간으로 넓히는 전략으로 주목받았다. 3월 들어 ‘디저트랩 서울숲점’과 ‘K-푸드랩 명동점’을 잇달아 선보이며 특화 매장 실험을 이어갔다.
서울숲의 디저트랩은 디저트와 와인, 테라스 공간을 결합해 1030세대가 머물며 즐길 수 있는 구조를 내세웠다. 아우어베이커리, 카멜커피 등 외부 브랜드와의 접점을 통해 일종의 쇼룸 역할도 한다. 명동의 K-푸드랩은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했다. 170여 종의 라면을 전면에 배치하고 소비자가 직접 고르고 끓여 먹는 방식으로 한국식 식문화를 하나의 체험으로 바꿨다. 편의점이 더 이상 ‘가까워서 가는 곳’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머물고: 물건의 사연까지 거래한 ‘오늘의집’
‘머물고’ 부문에 선정된 오늘의집은 북촌에서 연 ‘스토리마켓’을 통해 물건 거래에 취향과 서사를 결합했다. 이제는 쓰지 않지만 쉽게 버리지 못하는 물건에 새로운 주인을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오늘의집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 12명이 직접 애장품을 내놓고, 각각의 물건에 사연을 담은 스토리 카드를 붙였다. 구매자는 물건만이 아니라 그 물건이 지나온 시간까지 함께 전달받는다.
새 주인도 답장을 남긴다. 물건과 이야기가 한 사람의 공간에서 다른 사람의 공간으로 옮겨가는 구조다. 여기에 크리에이터가 추천한 새 상품 판매까지 더해지며, 오늘의집이 지향하는 ‘취향 있는 삶’이라는 메시지도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단순한 중고 거래나 플리마켓이 아니라, 취향 커뮤니티를 오프라인 경험으로 번역한 기획으로 볼 수 있다.
#쓰고: ‘비우기’ 아니라 ‘잘 담기’ 말하는 ‘브랜든’
‘쓰고’ 부문 브랜드 브랜든은 3월 13일부터 29일까지 북촌에서 팝업 ‘여행 맵시’를 열었다. 여행을 가볍게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개성과 취향이 담긴 짐을 더 잘 정리하고 활용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 기획이다. 공간은 서재, 옷방, 현관, 출국장 순으로 구성돼 여행 준비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도록 설계됐다.
현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건 ‘가방 교환소’였다. 사용하던 가방을 가져오면 새 가방이나 할인 혜택으로 바꿔주는 방식인데, 단순 이벤트를 넘어 물건의 순환과 재사용이라는 메시지까지 담았다. 브랜든이 압축 파우치로 시작해 여행 정리용품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온 브랜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팝업은 제품 판매를 넘어 브랜드 철학을 오프라인에서 체험하게 한 사례로 볼 만하다.
#3월의 브랜드 ‘왕과 사는 남자’
‘왕과 사는 남자’를 3월의 브랜드로 꼽은 이유는 단순한 흥행 성적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 작품은 2026년 첫 천만 영화에 오른 데 그치지 않고, 영화 바깥에서 관객이 브랜드를 경험하는 방식까지 설계했다는 점에서 더 눈에 띈다. 노션으로 운영한 ‘촬영실록’, ‘통곡 상영회’와 ‘뜨개 상영회’ 같은 이색 프로그램은 콘텐츠 소비를 관람 이후의 참여와 공유로 확장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대화와 놀이, 재방문이 이어지도록 만들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브랜드의 힘은 결국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에서 나온다. ‘왕과 사는 남자’는 작품의 완성도와 배우 조합에 더해, 관객이 자발적으로 이야기를 퍼뜨리고 경험을 덧붙이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영화의 여파가 강원도 영월의 단종 순례 코스와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번졌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콘텐츠가 상영관 안에서 끝나지 않고 지역과 체험, 팬덤의 움직임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왕과 사는 남자’는 3월을 대표할 브랜드 사례로 꼽히기에 충분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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