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OCI그룹의 지주사 OCI홀딩스가 기존 3인 체제에서 이우현·이수미 2인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며 새 판을 짰다. 그룹 내 최고 재무전략가로 꼽히는 이수미 대표가 지주사 경영의 실질적 조타수로 전면에 나선 것. 특히 이 대표가 최근 부광약품 주주총회 현장에 직접 참석해 의미심장한 침묵 행보를 보여 부광약품을 향한 지주사의 매서운 재무적 잣대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6일 OCI홀딩스는 정기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열고 기존 이우현·이수미·김택중 3인 각자대표 체제를 이우현·이수미 2인 체제로 재편했다. 화학 부문 등을 챙기던 김택중 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게 되면서 앞으로 지주사 OCI홀딩스의 경영 키는 이우현 회장과 이수미 대표가 잡을 예정이다.
특히 이 대표는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전체의 포트폴리오를 조율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권한이 대폭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너 이우현 회장이 굵직한 신사업 비전을 제시한다면 이수미 대표는 철저한 수익성 검증을 통해 사업의 존폐를 결정짓는 칼자루를 쥔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자회사 부광약품의 정기주주총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3월 OCI홀딩스 대표에 올랐음에도 대외 행보에 적극 나서지 않았던 만큼 그가 향후 부광약품을 향해 꺼내들 전략적 선택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부광약품 주총장에서는 OCI홀딩스의 부광약품 추가 지분 매입 여부가 뜨거운 감자였다. 주가 하락과 실적 부진에 지친 주주들은 현장에 자리한 이제영 대표 등 부광약품 경영진에게 OCI홀딩스의 지분 확대 의지와 향후 엑시트(투자금 회수) 가능성에 대해 날 선 질의를 쏟아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이 대표는 주주들의 성토와 부광약품 경영진의 보고를 경청한 뒤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주총 종료 후 조용히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 대표의 침묵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는 이유는 현재 OCI홀딩스가 처한 상황 때문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지주사(OCI홀딩스)는 상장 자회사(부광약품)의 지분을 30% 이상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2023년 9월 지주사로 출범한 OCI홀딩스는 지난해 9월까지 이 요건을 충족해야 했지만 부광약품 지분율이 17.11%에 머물며 기한을 맞추지 못했다.
OCI홀딩스는 결국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광약품 지분 확보 요건에 대해 2027년 9월까지 2년간의 유예 결정을 받았다. 주가 급락이나 경영상 특별한 사유 등의 조건이 인정되면 2년의 추가 유예를 받을 여지는 있지만 앞으로 약 13%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지난 27일 종가(9600원) 기준 약 1221억 원의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다.
시장에서는 이 대표가 과거 보여준 최고 재무책임자로서의 냉철함과 최근 강조한 리스크 관리 경영을 연결 지어 부광약품의 미래를 점치고 있다. 이 대표는 OCI그룹이 태양광 업황 악화로 유동성 위기를 겪던 2014년 폐수처리용 화학약품 제조 합작사인 OCI-SNF 지분 50%를 매각했고 2015년 알짜 자회사였던 OCI머티리얼즈와 OCIR 지분 매각 등 굵직한 비주력 사업 정리를 주도한 경험이 있다.
현재 OCI홀딩스의 재무 상황은 당시 상황 못지않게 불안정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약 576억 원, 당기순손실은 무려 1462억 원을 기록했다. 그룹을 지탱하던 핵심 캐시카우가 모두 적자로 돌아섰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등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만 887억 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고 열병합·태양광 발전 등 에너지솔루션 부문은 130억 원의 적자를,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등 화학소재 부문에서는 12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본업의 현금창출력이 완전히 쪼그라들면서 지주사의 곳간이 급격히 말라간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인 만큼 이 대표가 부광약품 주총장에서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점은 OCI홀딩스의 부광약품 지분 추가 매입 의지가 불투명해진 게 아니냐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당장 현금을 쏟아부어 지분을 늘리기보다는 2년의 유예 기간을 최대한 활용하며 부광약품의 자생력을 저울질하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부광약품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여기에 이 대표는 최근 다시 리스크 관리를 그룹 경영의 최우선 화두로 꺼내들었다. 그는 지난 1월 말 OCI홀딩스 주요 계열사 경영진과 함께한 ESG 경영협의회에서 “ESG 경영협의회는 국내외 전 계열사의 ESG경영 현황을 점검하고 그룹 차원의 기준과 방향을 설정하는 핵심 기구”라면서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경영 전반의 의사결정과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OCI홀딩스 관계자는 “부광약품 지분 인수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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