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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수성'에 국민·신한 '총력전'…서울시금고 쟁탈전 물밑에선

하나은행도 가세, 주요 평가기준 불만 표출…한편에선 '계륵' 고민도

2018.04.19(Thu) 16:35:11

[비즈한국] 32조 원 규모의 서울시금고 ‘금고지기’​ 자리를 두고 은행권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성패를 가를 제안서 제출을 앞두고 물밑 경쟁을 벌이지만, 내부에선 출혈경쟁이 예상되면서 실익을 따져보느라 고민이 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올 상반기 시중은행들의 시선을 모은 입찰이 있다. 서울시의 ‘돈 주머니’를 관리하는 금고은행 입찰이다. 여기에서 낙찰 받으면 한 해 31조 8000억 원에 달하는 서울시 예산과 기금 등을 맡게 된다. 평균 10조 원이 늘 금고에 들어 있어 정부 대출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안정적 수익원이 될 수 있으며, 주거래은행이 되는 만큼 서울시 공무원이나 관련 기관 관계자들을 고객으로 확보할 가능성도 커진다. 

 

은행권에선 서울시 금고은행 입찰을 ‘빅매치’로 평가한다. 예년과 다르게 올해 판이 커져서다. 시금고는 서울시가 경성부였던 1915년부터 지금까지 103년간 우리은행이 독점으로 맡았다. 그러나 올해부터 서울시가 일반·특별회계 관리는 제1금고, 기금 관리는 제2금고에서 담당하도록 하는 ‘복수 금고체제’를 도입하면서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농업협동조합·새마을금고 등 금융회사도 입찰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32조 원 규모의 서울시금고를 운영할 금고은행 선정을 앞두고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그래픽=이세윤 PD

 

1금고는 돈을 입출금하는 일종의 통장 역할이다. 2금고는 돈을 일정 기간 넣어두는 예금 성격이다. 결과에 따라 1금고에 선정된 은행이 2금고를 함께 맡을 수도 있고, 두 개의 은행이 각각 금고를 나눠 맡을 수도 있다. 이번 입찰에서 금고지기로 선정된 은행은 내년 1월부터 4년간 시금고를 운영하게 된다. 서울시는 오는 25일부터 30일까지 은행들로부터 입찰 제안서를 받는다.

 

현재까지 입찰에 참여하기로 확정한 은행은 총 네 곳. 자리를 지키려는 우리은행과 KB국민, 신한, KEB하나 등 굵직한 시중은행들이 도전장을 냈다. 지난 3월 말 서울시가 개최한 설명회에 참석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던 NH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실무자 검토 단계로 알려졌다.

 

# 우리은행에 유리한 평가기준? 서울시 “공정할 것

 

굵직한 시중은행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물밑 작업이 치열하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최근 은행권 기관영업 분야에선 서울시의 금고은행 평가기준이 ‘뜨거운 감자’다. 서울시가 지난 3월 18일 입찰 공고를 내며 각 은행에 공개한 평가항목과 배점기준을 보면,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와 재무구조 안정성’ 등 운영 능력과 서민금융을 지원한 실적 등 ‘지역사회 기여도나 시와의 협력사업’에 큰 배점이 매겨졌다. 

 

하지만 이 항목들의 기준이 명확치 않거나 한쪽에 유리하게 구성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역사회 기여실적’ 항목은 추상적이라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서울시민에 대한 지원 실적’이 항목에 포함돼 있는데, 범위와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없다”며 “결국 은행별로 실적을 제출하겠지만 각자 기준이 다른데 어떻게 평가할지 의문이다. 결국 서울시금고를 오래 운영한 은행에 유리한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재무평가 항목도 우리은행에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 항목이다. 배점은 20점으로, 다른 평가항목과 비교해 가장 높다. 문제는 세부항목 가운데 ‘총자본비율이 8% 이상이거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2.5% 미만이면 만점처리 가능’이라고 명시된 부분이다. 

 

은행권의 다른 관계자는 “배점이 높은 항목이지만 최소 기준일 뿐이라 만족하지 못하는 은행은 거의 없다. 참여한 은행 모두 만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업계에선 입찰 경쟁 중인 은행 중심으로 재무구조를 따져보면, 우리은행에 특히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우리은행이 그동안 운영 과정에서 구축한 서울시 전산시스템도 도마에 올랐다. 서울시 지방세 인터넷 납부시스템인 이택스(ETAX)는 우리은행 전산 기술이 중심이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25개의 구 내부 전산망도 우리은행 기술이다. 서울 용산구 금고를 운영 중인 신한은행도 우리은행에 수수료를 지불하고 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만약 금고 은행이 교체되면 모든 시스템을 새로 도입해야 한다. 이르면 5월 금고 은행이 선정되면 2019년 1월 1일부터 금고를 운영하게 되지만 시간이 촉박한 것도 사실이라 이 부분도 평가에 반영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시 재무과 관계자는 지난 18일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평가기준은 서울시만의 자체 기준이 아니다. 행정안전부와 금고지정심의위원회에서 만든 평가방법을 도입했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 지자체 모두 공통”이라며 “오히려 기존 금고에 유리하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나왔던 항목의 배점을 축소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는 시스템 구축운영능력 및 계획, 서울시와 협력사업 등 시금고를 운영하던 우리은행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항목의 배점을 줄였다. 이택스 시스템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금고은행 선정 후 6개월 동안 합동근무와 인수인계를 하게 된다. 새 시스템을 구축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에서도 최대한 협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의 은행권 관계자는 “금고은행 입찰 공고가 나오기 전까지는 특혜 의혹 등 상호 비방전이 불거졌지만 최근엔 자제하는 분위기”라면서도 “다만 제안서 제출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은행들이 화살을 서울시로 돌려 우회적으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 겉으로는 자신감 보이지만, 속으로는 ‘글쎄…

 

은행들은 이번 시금고 유치전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시금고 운영을 포함해 주거래 기관 114곳 등 노하우를 무기로 1, 2금고 모두 지켜내겠다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조직 개편으로 기관영업부서를 확대하며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KB국민은행은 시금고 입찰에서 ‘다크호스’​로 평가된다. 지난해 말 취임한 허인 행장과 담당 임원들이 직접 발로 뛰며 시금고 쟁탈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허 행장은 담당 임원들에게 “무조건 시금고를 유치하자”​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우리은행에 국민연금 주거래은행을, KB국민은행에 기관사업권을 내줬지만 최근 기관영업그룹장에 업계에서 ‘영업통’으로 통하는 주철수 부행장보를 그룹장에 임명하면서 시금고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면 은행들의 속내는 다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쟁 과정에서 은행들이 제시할 출연금 등으로 실익을 따져보면, 수익을 얼마 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출연금도 앞서의 평가기준과 연결된다”라며 “평가항목 가운데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은 사실상 은행들이 지역사업에 내는 출연금 규모로 갈리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에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입찰이 ‘흥행’하면서 출연금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4년 사이에만 서울시에 연간 1400억 원의 출연금을 냈다. 당시 경쟁에 참여한 신한은행은 600억여 원, KB국민은행은 시스템 구축 등의 비용을 포함해 2800억여 원의 출연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입찰 경쟁에서 은행들이 제시할 금액은 비공개지만, 업계에선 “3000억 원가량은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울시금고는 상징성 측면이 큰 편이지만,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수익성도 생각해야 한다”며 “경쟁 과정에서 은행 재무구조나 시스템, 서비스 등의 수준이 드러나는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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