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철강 산업 탈탄소화와 기후 변화 대응을 감시하는 글로벌 비영리 시민사회 단체 스틸워치(SteelWatch)가 전 세계 주요 철강 기업 18곳을 대상으로 한 ‘2026 철강 기업 스코어카드’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50점을 넘긴 기업이 단 한 곳도 없어, 전 세계 철강업계의 탈탄소 전환 준비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국의 양대 철강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최하위권 그룹에 머물렀다.
스틸워치가 발표한 철강 기업 스코어카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철강 산업이 저탄소 생산 체제로 얼마나 준비되었는지 평가하기 위해 도입된 지표다. 제1차 평가는 전 세계 11개국에 본사를 둔 18개 주요 철강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 등을 살펴 기후 대응 성과와 탈탄소 전환 준비 수준을 점수화했다.
평가 요소는 기업이 탄소중립 미래에 부합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총 5개 영역, 21개 지표로 구성됐다. 구체적인 가중치는 △단계적 석탄 퇴출(25%) △친환경 전환 확대(25%) △사회적·환경적 책임(20%) △기후 대응 성과(15%) △목표 및 투명성(15%) 순으로 부여됐다. 특히 철강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가장 집중되는 석탄 기반 공정 폐쇄 계획과 친환경 기술 도입 여부 등이 핵심 평가 기준이다.
포스코는 100점 만점에 21.9점을 기록하며 15위에 올랐다.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 개발 등 행보는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 전기로 없이 8기의 대규모 석탄 기반 고로가 운영되고 있고, 고로 폐쇄 계획이 발표되지 않았다. 재생에너지 사용량도 0으로 보고되어 전환 계획과 의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또한 2024년 글로벌 인증 체계인 ‘리스폰서블스틸(ResponsibleSteel)’에서 탈퇴하면서 외부 검증 및 투명성 지표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21.2점으로 16위를 기록한 현대제철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현대제철은 고철 사용 비중이 높아 온실가스 배출 집약도는 평가 기업 평균보다 낮고, 최근 미국 루이지애나에 직접환원철-전기로(DRI-EAF)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해외 투자를 강화하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현대제철은 철강 전환의 핵심 데이터인 ‘석탄 소비량’을 공시하지 않는 등 데이터 투명성 지표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또한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0이고, 기존 고로에 대한 폐쇄 로드맵도 부재한 상태다.
한국 철강사들의 점수가 낮은 근본적인 이유은 ‘석탄 의존성’이다. 철강 산업 직접 탄소 배출량 중 약 90%는 석탄 기반 고로 공정에서 발생한다. 그럼에도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수명이 다한 고로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수명을 연장하는 ‘개수’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는 현재 광양제철소 제2고로 개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향후 수십 년간 탄소 배출을 고착화하는 행위로, 글로벌 탈탄소 흐름에 정면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1톤당 350kgCO₂e 이하인 ‘녹색 철’ 생산 및 조달 지표에서도 두 기업은 사실상 0점에 수렴하는 성적을 거뒀다. 선두권인 스웨덴 SSAB와 독일 티센크루프(thyssenkrupp)가 각각 총점 46.2점과 41.9점을 받으며 고로 폐쇄 계획과 녹색 철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모두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으나,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기후 목표를 검증받지 않은 상태다. 이로 인해 이번 스코어카드의 ‘목표 및 투명성‘ 영역 내 ‘SBTi 검증 온실가스 감축 목표’ 지표에서 두 기업은 나란히 0점(7점 만점)을 기록했다.
SBTi 검증 부재는 기업의 전환 경로에 대한 독립적인 외부 검증이 결여되었음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전환 경로가 불투명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보고서에 참여한 권영민 기후솔루션(SFOC) 연구원은 “기업들이 수소환원제철에 대한 정부 투자를 요구하면서도 고로 수명 연장에 수천억 원을 쏟아붓는 것은 석탄 설비를 더 돌릴 수 있게 지원해달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미래 기술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현재 할 수 있는 노력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핫클릭]
·
포스코·현대제철 매출 감소에도 영업이익 개선 '한숨 돌렸다'
·
'정책 변경이냐 압박 카드냐' 또 말 바꾼 트럼프 "한국 관세 25%" 파장은?
·
'식어가는 용광로' 한국 철강산업, 삼중고 속 체질 개선에 사활
·
포스코·동원 거론되는 HMM 인수전, 승패 가를 변수 둘
·
"보름 뒤면 시작인데…"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세칙도 미정
·
포스코이앤씨 잇단 사고에 실적마저…압박받는 포스코 회장 앞날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