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31일 KT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윤영 신임 대표이사 체제가 공식 출범했다. 내부 출신 인사를 전면에 내세운 인적 쇄신 기조 속에서 주총 직후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단행됐다.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한편, 이사회 운영 논란 등 문제 제기도 이어지며 향후 해결 과제가 동시에 부각됐다.
#‘박윤영 시대’ 개막, 조직 안정화 박차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박윤영 대표이사 선임안이 97.3% 찬성으로 가결됐다. 임기는 2029년 정기 주주총회까지 3년이다. 이와 함께 박현진 KT밀리의서재 대표가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김영한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와 권명숙 전 인텔코리아 대표, 서진석 OCI홀딩스·부광약품 비상근 고문 등 사외이사 3인이 이사진으로 합류했다.
박 대표는 KT 기업사업부문장, 미래사업개발단장, 컨버전스연구소장, 홈고객본부장 등을 거친 내부 출신으로, B2B 사업 비중을 확대해 KT의 성장축 전환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사회는 박 대표의 AI 전환(AX) 역량과 DX 전략이 기업가치 제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대표는 별도 취임식 없이 임직원 서신을 통해 AX 플랫폼 회사로서의 비전을 밝히며 올해가 전환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고객이 안심할 수 있는 네트워크, 안정적인 서비스 품질, 빈틈없는 정보보안은 KT의 존재 이유”라며 “이 영역에 대해서는 어떠한 타협도 없이, 필요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보안 거버넌스와 운영 체계를 두고는 “한층 더 촘촘히 정비하고, IT와 네트워크 인프라도 근본부터 재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B2C 영역에서는 단순한 통신을 넘어 고객의 일상에 스며드는 생활형 AI 서비스로 진화하겠다”며 “공공·금융·제조 등 산업 현장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B2B AX’를 강화하고 KT 내부 혁신 경험을 반복할 수 있는 성공 모델로 확장하겠다”고 덧붙였다.
KT에 뿌리를 둔 인사의 등판이라는 점에서 기존 경영진과 이사회를 향해 비판 목소리를 높이던 노조 측도 견제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KT 민주동지회는 주총 직전 성명을 통해 “조합원들 사이에 박 대표에 대한 일정한 기대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않는다”며 “그 기대는 대표 개인에 대한 신뢰라기보다, 오랜 낙하산 경영진 체제에 대한 환멸과 김영섭 전 대표 체제에서 겪어야 했던 구조조정의 고통이 빚어낸 간절함의 표출”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KT는 해킹 사태와 은폐 의혹 등으로 곤욕을 치렀다. 김영섭 전 대표 체제에서 추진된 대규모 구조조정은 노조의 반발을 샀다. KT는 2024년 말 본사 네트워크 관리 인력 등 약 5800명 대상 구조조정을 진행해 퇴직과 전출 등을 거부한 약 2500명을 휴대폰 영업 등을 담당하는 ‘토탈영업센터(토탈영업TF)’로 재배치한 바 있다.
김 전 대표는 이날로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날 주총 의장을 맡은 김영섭 전 대표는 “지난해 발생한 사이버 침해 사고로 많은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전사적인 보안 체계 재정비와 제로 트러스트 기반 정보보안 혁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사회는 투명한 절차를 통해 최종 CEO 후보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대규모 조직 개편·토탈TF 폐지…인적 쇄신 ‘정조준’
박윤영 체제의 최우선 과제는 조직 안정화다. 당초 연초로 예상됐던 인사가 전임 경영진과의 인계 과정 등에서 지연된 만큼 KT는 주총 직후 고강도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먼저 임원급 조직을 약 30% 축소하고 주요 부서장을 전면 교체하는 인적 쇄신에 나섰다. 1972년생인 김봉균 부사장이 B2B 사업을 총괄하고, 여성 임원 최초로 부사장 자리에 오른 옥경화 부사장이 IT 기술 분야를 맡는다. 조직 체계도 정비했다. 정보보안실을 통합 강화하고 이상운 전무를 신임 정보보안실장(CISO)으로 영입했다. AI 연구개발 전담 ‘AX 미래기술원’을 재편하고 IT 부문을 신설해 기술 리더십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현장 조직도 슬림화한다. 현재 7개인 광역본부를 4개 권역으로 통합해 AI 관련 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격상했다. 특히 전임 체제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의 산물로 비판받았던 토탈영업TF는 폐지하고 관련 인력은 고객서비스 지원, 정보보안 점검 등 체감 품질을 높일 수 있는 현장 중심 조직으로 재배치할 예정이다.
#이사회 관리 실패 두고 노조 성토 이어져
주총에 앞서 대대적인 쇄신책이 예고됐음에도 현장에서 이사회와 경영진을 향한 비판이 이어졌다. 김미영 KT 새노조(제2노조) 위원장은 의장 발언 후 “이사회가 견제와 감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권 카르텔의 본거지가 됐다. 이사회에 혁신이 없으면 현 위기를 타개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조승아 전 이사의 보수를 환수해야 한다”거나 “정관을 위반한 이사들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주요 화두는 이사회 관리 실패였다. 조 전 이사는 지난해 3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 사외이사를 겸임한 뒤, KT 최대주주가 현대차그룹으로 바뀌면서 사외이사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조승아 전 사외이사 겸직 논란을 비롯해 일부 사외이사의 인사·계약 청탁 의혹, 이해충돌 문제 등도 도마에 올랐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는 “무자격 논란 등과 관련해 주도면밀하게 사전에 점검하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며 “(급여 환수 요구와 관련해) 실제 근무한 부분은 환수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있어 환수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설명했다.
약 90분간 진행된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상정된 9개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국민연금이 반대 의사를 밝힌 자사주 처분 계획도 가결됐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28조 2442억 원, 영업이익 2조 4691억 원으로 승인됐다. 주당 배당금은 600원으로 확정돼 내달 15일 지급된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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